[영상]8번째 SLBM 보유국 됐지만…핵잠수함 없어 작전에 한계

우리나라 기술로 독자 설계·건조된 해군의 첫 번째 3천 톤급 잠수함인 장보고(KSS)-Ⅲ(도산 안창호급) 배치-Ⅰ 1번함 도산 안창호함. 연합뉴스

군 당국이 개발하던 국산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실제 잠수함에 탑재해 수중에서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다고 전해지면서 우리 군 전략무기가 한 걸음 진일보하게 됐다.

다만 한계도 명확하다. 핵무기를 탑재할 수 없다는 근본적인 한계로 상호확증파괴(MAD)만한 억지력을 갖지는 못하는데다, 탑재 플랫폼도 핵잠수함이 아니기 때문에 장기간 잠항할 수 없어서다.

비밀리에 개발해 오던 SLBM, 최근 실제 잠수함 발사 성공

연합뉴스
7일 정부 소식통 등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 주도로 장보고(KSS)-Ⅲ(도산 안창호급) 배치-Ⅰ 1번함인 도산 안창호함에서 SLBM을 발사하는 비공개 수중사출 시험이 최근 진행됐다.

군은 개발을 사실상 마친 SLBM을 양산해 실전배치할 방침으로, 이는 지난달 13일 취역한 도산 안창호함과 지난해 진수된 안무함에 탑재될 전망이다.

국산 SLBM은 현무-2 탄도미사일을 기반으로 만들어졌으며, 도산 안창호급은 SLBM 발사관 6개를 갖추고 있다.

이번 시험발사 성공으로 SLBM 개발이 사실상 완료돼 한국은 미국, 러시아, 영국, 프랑스, 인도, 중국, 북한에 이어 세계 8번째 SLBM 보유국이 됐다.

핵잠수함에 탑재된 핵 SLBM, 결과적으로 미소 핵전쟁 막다

다만 군 당국은 SLBM이 전략무기라는 점을 의식해 그 자체는 물론, 도산 안창호급에 SLBM 발사관이 있다는 사실조차 공식적으로는 함구하고 있다. 현무-4 지대지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또한 마찬가지다. 이를 비닉(祕匿) 사업이라고 한다.

SLBM은 냉전 시대 핵전쟁을 막은 상호확증파괴(MAD)를 지탱하는 한 축이었다. 나머지 한 축은 SLBM 발사가 가능한 원자력 추진 탄도미사일 잠수함(SSBN)이다.

SSBN은 평소에 핵탄두를 장착한 SLBM을 싣고 오랫동안 바닷속을 잠수해 돌아다닌다. 그러다가 명령이 내려오거나, 특별한 이유 없이 상부와 연락이 두절되면 확인 절차를 거쳐 미리 정해진 목표에 핵무기를 발사한다.

지상에 배치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은 선제공격으로 무력화할 수 있지만, 바닷속으로 들어간 잠수함을 찾기는 아주 어렵기 때문에 이는 역설적으로 아무도 핵 선제공격을 하지 못하게 하는 효과를 낳았다. 언제 어디서 보복을 당할지 몰라서다.

재래식 전력에서 한국을 따라잡을 수 없는 북한은 비대칭 전력에 '올인'하기로 마음먹고 SLBM 개발을 시작했다. 북한은 2016년 북극성-1형을 잠수함에서 처음으로 시험발사하는 데 성공했고, 2019년 10월에는 개량형인 북극성-3형 시험발사에 성공했지만 잠수함에서 쏘진 않았다.

이후 열병식에는 북극성-4ㅅ과 5ㅅ 등 개량형이 나오기도 했다. 이 미사일들의 정확한 정체가 무엇인지는 현재까지도 불분명하다. 군 당국은 'ㅅ'이 '수중' 또는 '수상'을 의미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장점 많지만 우리 현실서 한계도…핵무기 탑재는 불가능, 핵잠수함은?


SLBM은 많은 장점을 갖춘 전략무기다. 영국은 핵무기는 보유하고 있지만 지상 발사형 ICBM을 운용하지 않고, SSBN에 핵탄두 탑재 SLBM을 실어 이것만을 운용하고 있다.

미국과 소련처럼 상대를 완전히 멸망시킬 수 있는 핵전력을 운용하지는 못하지만, 선제 핵공격을 받게 될 경우 심한 타격은 줄 수 있으니 결과적으로 적이 핵공격을 하지 못하게 한다는 비례억지전략을 위해서다. 영국은 모스크바를 파괴할 정도 핵전력은 보유한다는 뜻에서 이를 '모스크바 기준(Moscow Criterion)'이라 불렀다.

잠수함을 찾는 일은 사막에서 바늘 찾기에 비유된다. 같은 잠수함으로 바닷속을 뒤져도 찾기 어렵기 때문인데, 이 때문에 들키지만 않으면 타국 영해에도 드나들 수 있다. 여기에 핵무기까지 탑재하고 있기 때문에 냉전 시대에는 각국 해군 SSBN과 이를 호위하는 공격 잠수함들끼리 치열한 추격전이 벌어지곤 했다.

꼭 핵무기가 아니더라도, 잠수함이 바닷속에 숨어 있다가 미사일로 지상 목표를 정확히 타격하는 능력은 공포 그 자체다. 실제로 2003년 이라크전에서 미국과 영국 해군은 구축함과 핵잠수함 등을 동원해 수백발의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수도 바그다드에 쏟아부었고, 이는 이라크군 지휘체계 등을 사실상 마비시켰다.

장보고(KSS)-Ⅲ(도산 안창호급) 배치-Ⅰ 1번함인 도산 안창호함. 노컷브이 캡처

다만 우리 군이 보유한 SLBM과 이를 탑재할 도산 안창호급은 각각 핵무기와 핵잠수함이 아니다. 전자는 보유가 불가능하며, 후자 또한 도입되지 않았다. 이는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취급되는 북한을 상대로, 같은 핵으로 맞대응할 만큼 효과를 낼 수는 없다는 점을 의미한다. 한반도 비핵화를 추구하는 우리 입장에서는 처음부터 안을 수밖에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도산 안창호급 또한 원자력 추진 잠수함이 아니다. 공기불요체계(AIP)가 있어 장시간 잠항은 가능하지만 핵잠수함만큼은 아니다. 이는 SLBM이 가진 최대 장점인 '바닷속에 숨어 있을 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사실을 의미한다.

때문에 북한뿐만 아니라, 주변국 위협에 대응할 억지(deterrence) 능력을 갖추기 위해서라도 핵잠수함을 보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다만 국방부는 지난 2일 국방중기계획을 발표하면서 "중형 잠수함 원자력 추진체계 탑재는 결정된 바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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