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치병 완치 시켜준다더니" 사이비 교주 1심 집행유예

연합뉴스

헌금을 내지 않으면 화를 입게 된다고 속여 신도들로부터 돈을 뜯어낸 사이비 교주가 1심에서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9단독 이원중 부장판사는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A(57)씨와 B(49)씨에게 각각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A씨는 2016년 4월 경기 하남시에서 종교단체를 만든 뒤 자신을 목사로 칭하며 사실상 교주 노릇을 해왔고, B씨는 이 교회의 전도사로 몸담았다. 이들은 평소 신도들에게 "헌금의 명령이 떨어지면 순종으로 어마어마한 축복을 받든지 불순종으로 심판과 저주를 받게 된다"는 설교를 하며 헌금을 요구했다.

A씨 등은 난치병 환자 C씨에게 "교회에 참석하면 1년 안에 완치를 시켜주겠다. 단 헌금을 하지 않고 교회를 나오면 병이 더 악화해 금방 죽을 것"이라며 교회 출석을 강요했고, C씨가 예배 중 큰 소리를 내자 "하느님은 빨리 내는 걸 좋아한다"며 벌칙성 헌금 2천만 원을 받았다.

이들은 다른 피해자에게도 "마지막 남은 관문이 물질 관문"이라며 헌금 100만 원을 가로채기도 했다.

A씨 등은 피해자들을 속이지 않았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피고인들의 행위는 종교 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사기죄에 해당한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피해자의 불안한 심리를 이용해 영적 능력을 과장해 설교했고, 헌금하지 않으면 죽게 될 것이라는 구체적인 결과를 포함하고 곧바로 도래할 것 같은 해악을 고지했다"고 밝혔다.

또 "헌금과 길흉화복이 상당한 관련이 있다고 설교하는 것은 통상적인 종교 행위의 범주에 포함한다고 볼 수 없고, 피해자들의 헌금 액수가 커 종교 행위의 대가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인들은 정신적·경제적으로 불안한 피해자를 상대로 상당 기간 헌금을 강요해 범행을 저질렀고, 피해 복구를 위한 아무 노력도 하지 않아 현재까지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했다"며 양형 이유를 밝혔다.

이들은 다른 피해자 2명으로부터 8천만 원을 협박해 받아낸 혐의(공동공갈)도 받았지만, 이는 무죄로 판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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