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건물 붕괴' 굴착기 기사·현장소장, 재판서 일부 혐의 부인

위험하다는 의견에도 현대산업개발 과도한 살수 지시 주장…향후 치열한 법정공방 예고

광주 건물 붕괴 사고 현장. 조시영 기자

17명의 사상자를 낸 광주 건물 붕괴 사고 관련 재판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현장 관계자들이 자신들의 혐의를 일부 부인했다.

특히 이날 재판에서 원청인 현대산업개발이 철거 공사 과정에서 분진 민원을 의식해 현장관계자들의 위험하다는 의견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과도한 살수를 지시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향후 이번 참사의 책임을 두고 치열한 법정공방도 예고됐다.

광주지방법원 형사 2 단독 박민우 부장판사는 8일 오전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 기소된 재하도급 업체 백솔건설 대표 굴착기 기사 조모(47)씨와 일반 건축물 철거 하도급 업체 한솔기업의 현장소장 강모(28)씨의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들은 철거 공정 전반에 대한 안전 관리를 소홀히 해 지난 6월 9일 광주 학동4구역에서 철거 중인 5층 건물의 붕괴 사고를 유발해 사상자 17명을 낸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은 '부실한 하부 보강', '해체 방법 미준수·임의적 해체작업', '과다한 살수 조치', '버스 승강장 이동 등 부지 상황에 따른 조치 미흡' 등을 이들 피고인들의 주요 과실로 들며 공소사실을 밝혔다.

피고인들은 공소사실에 대해서 대체적으로 인정했지만, 일부 세부 혐의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조씨의 변호인은 기본적인 사실관계는 인정하고 반성하지만, '부실한 하부 보강', '과다한 살수', '버스 승강장 이동 등 부지 상황에 따른 조치 미흡' 등은 업무와 관련성이 없거나 인과관계를 따져봐야한다는 취지로 공소사실을 일부 부인했다.

강씨의 변호인은 공소사실을 대체적으로 인정하고 법적인 책임을 부인하지 않는다면서도 많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만큼 모든 책임을 개인에게 지울 수는 없다고 했다.

"경험이 많지 않은 비교적 어린 나이의 피고인이 현장을 장악할 수 있는 위치가 아니었다"면서 "원청인 현대산업개발과 지장물 철거 하도급을 맡은 다원이앤씨가 세세한 부분까지 깊이 관여하며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했다.

이들은 특히 지난 6월 4일 현대산업개발 측이 분진민원이 들어왔다며 살수차 4대를 동원해 살수량을 늘리도록 지시했을 때에도 위험해서 안 된다고 했지만, 원청 요구를 따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현대산업개발 관계자들에 대한 재판은 오는 10일 광주지법 형사 10단독 재판부 심리로 진행될 예정이어서 향후 법정 공방이 치열하게 전개될 전망이다.

검찰은 이날 재판에서도 앞서 광주지법 11형사부 심리로 열린 감리자 차모(59·여)씨에 대한 재판에서처럼 같은 혐의로 기소된 현대산업개발 현장소장 서모(57)씨 등 공범 6명을 병합해 심리해 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이에 대해 재판부는 "단독 재판부에 권한이 없고 합의부에서 판단해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다음 재판은 오는 10월 8일 오후 4시 20분 열리며 한솔기업 대표이사에 대한 증인신문으로 이뤄질 예정이다.

다만 광주지법 형사11부의 최종 판단에 따라 이들 피고인들의 재판이 이에 앞서 병합돼 진행될 가능성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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