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로 지지고 고무줄로 입 묶고…처벌은 솜방망이

학대해 죽게 하면 최대 징역 3년 벌금 3천만 원
공기총 발사하고 깔아뭉개도 고작 벌금 150만 원
동물단체 "처벌 강화 물론, 사육금지법안 필요"
정부 "벌칙 강화되도록 양형위원회와 지속 협의"

지난 14일 진안군에서 고무줄에 입이 묶인채 발견된 백구. 입 안과 옆이 심하게 괴사된 상태로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구조됐다.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이웃집 개 두 마리를 전기 배터리로 죽인 50대, 공업용 고무줄에 입이 묶여 물과 사료를 수일 동안 먹지 못한 백구 등 잇따른 동물학대 논란으로 사회적 공분이 일고 있다.
 
현행 동물보호법에 따르면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한 경우 최대 징역 3년에 처한다. 그러나 현행법의 엄중한 처벌 규정에 비해 판결은 관대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지난 7월 23일 전북 부안군의 한 주택가에서 개 두 마리가 이웃집 주민이 전기 배터리로 학대해 숨졌다. 경찰은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50대 A씨를 기소결정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또 지난 14일 진안군에선 고무줄에 입이 묶여 입 안이 괴사된 백구 한 마리가 동물보호단체에 의해 발견됐다. 경찰은 백구를 학대한 이를 찾기 위해 수사에 착수했다.
 
입이 공업용 고무줄에 묶인 백구. 비글구조네트워크 제공
동물을 학대한 행위가 형사처벌 대상이 된 건 20년 전인 1991년으로 처음 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을 잔인하게 죽이거나 학대하면 20만 원 이하의 벌금이나 과료에 처하게 했다.
 
법 제정 10년 만인 2011년 법 개정으로 징역형이 벌칙 조항에 추가됐다. 2017년에는 법정형량이 두 배로 올라 죽게 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벌금 3천만 원 이하, 학대행위를 하면 징역 2년 이하 또는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동물권'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커지면서 법정형량은 높아졌으나 법원의 판결은 대부분 500만 원 이하의 벌금이다.
 
지나가던 타인의 진돗개를 향해 공기총을 발사하고 차로 깔아뭉개 죽게 한 이는 벌금 150만 원을 받았다. 기르던 개를 쇠망치로 수차례 때린 사건도 70만 원의 벌금형에 그쳤다.

이에 반해 미국의 경우 학대 행위만으로도 징역형에 처해 법정 구속되기도 한다.
 
한국여성변호사회에 따르면 미국조지아주 콥카운티 법원은 2층에서 반려견을 주차장 바닥으로 던져 크게 다치게 한 자에게 징역 3년을 선고하고 법정구속시켰다.
 
동물보호단체는 처벌이 약해 법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한다.

비글구조네트워크 김세현 이사는 "동물을 학대해 죽게 해도 실제 선고되는 벌금형은 너무 약하다"며 "법의 실효성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더 나아가 동물 학대를 한 이가 동물을 사육할 수 없도록 동물 사육 금지 법안이 제정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 역시 동물 학대 처벌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정부는 지난 3일 '길고양이를 학대하고 영상을 고유한 사람을 처벌해 달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에 대한 답변으로 "동물학대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박영범 농림축산식품부 차관은 "법원의 판결이 대부분 벌금형에그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만큼 강화된 벌칙이 적용되도록 대법원 양형위원회와도 지속 협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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