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강서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녹산동 생곡마을에는 170여세대가 등록돼 있었다. 하지만 올해 갑자기 전입신고가 급증했고, 3월에는 세대수가 195세대까지 늘었다. 이후에도 꾸준히 세대수가 증가해 4월에는 200세대를 넘었다. 작은 마을에 전입신고가 잇따라, 불과 넉달 만에 30여세대가 증가한 것은 이례적인 상황이다.
강서구 녹산동행정복지센터 관계자는 "생곡마을 인근에 자료를 확인해 보니, 지난해 말과 비교하면 전입 신고가 급증한 것은 사실"이라며 "주변에 공장도 있고, 녹산동 인구가 전반적으로 증가하고는 있지만, 생곡마을은 원래 주민 수가 많지 않고 가구도 몇 가구 없어 매우 이례적이라는 반응이 있었다"고 말했다.
생곡마을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 생곡주민들은 기존에 센터를 운영하던 '구파'와 현재 운영권을 가진 '신파'로 나뉘어 대립하고 있다. 신파 측은 구파 관계자들이 지난해 3월과 4월, 주민 100여세대를 모아 센터 운영 주체를 결정하는 총회를 2차례 열었다고 주장했다. 당시 구파 측에서 주민 총회 정족수를 채우기 위해 위장전입까지 했다는 게 신파 측 주장이다.
당시 구파 측은 이 결과를 바탕으로 정상적인 절차에 따라 대표자가 구파 관계자로 변경됐다고 주장했다. 센터와 계약을 맺은 일부 기초단체에는 관련 공문까지 발송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신파 측은 주민 총회와 대표자 변경을 인정할 수 없다며 버텼고, 결국 사무실 사용과 쓰레기 반입 등을 두고 양측이 물리적인 충돌까지 빚었다.
신파 측 관계자 A씨는 "센터 운영권을 빼앗기 위한 주민 총회를 열기 전 머릿수를 채우려고 일부 주민은 세대분리를 했고, 심지어 조직폭력배 등 마을과 전혀 관계가 없는 사람들까지 동원해 위장 전입을 한 것"이라며 "실제 주민들에게 지급하는 복지기금 지급 내역 등을 확인해 보니 정체를 알 수 없는 주민 이름이 40여세대나 있었다"고 주장했다.
주민 사이에서도 당시 주민 총회 전후로 처음보는 사람이 급증했다며, 일부 외지인이 주소만 옮겨놓은 게 아니냐는 소문이 퍼졌다. 실제 전입신고가 급증한 사실이 확인된 이후 의혹은 더욱 짙어졌다.
생곡마을 주민 B씨는 "당시 100명이 모여 주민 총회를 했는데, 처음보는 사람이 많아 주민이 맞는지 의심스럽다는 말이 많았다"며 "갑자기 전입신고가 급증한 사실이 드러나, 주민 총회를 앞두고 위장전입을 한 사람들이 아니냐는 의혹이 곳곳에서 나왔다"고 말했다.
경찰 역시 생곡마을에 위장 전입이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당사자 등을 상대로 수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부산경찰청 관계자는 "생곡마을과 관련한 수사가 진행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구체적인 내용을 확인해줄 단계는 아니다"고 말했다.
한편 이런 지적에 대해 이른바 '구파' 측 관계자는 위장전입이 있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오히려 신파 측에서 오래 전부터 위장전입을 통해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주민 총회 역시 정상적인 절차였고, 대표자 변경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생곡마을 주민 C씨는 "부산시에서 과반수 이상 모여 총회를 열면 검토해서 권한을 넘겨주겠다고 해서 선거관리위원회 관계자와 속기사까지 불러 정상적으로 주민 총회를 열었다"며 "위장전입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 우리가 (전입신고를) 계획적으로 한 것도 아니고, 주변 공장에 다니는 사람들이 자진해서 들어와서 살겠다고 했다. 오히려 반대 측에서 오래 전부터 위장전입을 해왔다"고 말했다.
▶ 글 싣는 순서 |
① 한 재활용센터 노동자의 죽음…그는 왜 분신을 택했나? ② 문서 위조 논란에 점거까지…부산 생곡마을에 무슨 일이? ③ '운영권 갈등' 부산 강서 생곡, 이권 노린 대규모 위장전입 정황까지 (계속)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