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합동 분향소 '차단'…"우리가 하면 불법인가"

여의도 국회 앞 '1인 분향소' 설치, 경찰 제지로 무산되자 '울분'
강 대 강 대치 이어져…자영업자비대위 "어떻게든 오늘 설치한다"

김기홍·이창호·조지현 전국자영업비상대책위원회 공동 대표(왼쪽부터)가 16일 오후 여의도에서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고 정부에 영업제한조치 철폐를 촉구하는 합동 분향소를 국회 앞에 설치하려다 무산되자 이후 계획에 관해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 자영업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려던 시도가 불법으로 간주돼 무산됐다.
 
코로나19 대응 전국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자대위)는 16일 오후 2시 여의도 국회의사당역 1번 출구 맞은편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고자 했으나 경찰에 가로막혀 철수했다. 앞서 자대위는 코로나19 사태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고 영업제한 조치 철폐를 촉구하고자 이날부터 사흘간 서울 시내에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예고했다.
 
김기홍 자대위 공동대표는 이날 "(현장에 나온 경찰관으로부터) 서울경찰청에서 분향소 설치를 막으라고 했다고 들었다"며 불만을 표했다. 그는 "1인 차량 시위 때도 방역법·집시법 위반이라고 범법자 취급을 했는데, 합동 분향소 설치마저도 자영업자가 하기 때문에 시위로 간주하고 집단 위험군으로 분류한다는 것 자체가 저희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아울러 "분향소 설치가 사회적 거리두기 4단계라서 안된다는데 그러면 전체 장례식장에서 하는 것도 불법으로 봐야 하는데 그건 아니지 않느냐"고도 항의했다. "거리두기 단계가 다르긴 하겠지만, 작년 박원순 (분향소) 때는 2만명 (모였다)"고 지적하자, "자영업자가 하는 것만 방역법 위반을 적용시킨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자대위는 13~14일 이틀간 제보 접수를 받아 파악한 결과, 코로나19 사태 장기화에 따른 경영난과 생활고 등으로 스스로 생을 마감한 자영업자가 최소 22명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들은 영업 제한 등 정부의 코로나19 방역 조치로 자영업자들이 고통을 겪는다고 주장하며 합동 분향소를 설치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이날 오후 1시경 근조 화환 등 분향소 준비 물품을 실은 차량 등이 분향소 설치 예정 장소로 진입하려고 하자 경찰이 막아섰고, 1시간 넘게 대치 후 자대위 측에서 업체 차량을 돌려보내 상황이 마무리됐다. 김 대표는 "이분들도 자영업잔데 피해 주면서 할 수는 없다"며 "우리 행사를 강행하다가는 (다른 자영업자의) 생계에 피해를 끼치는 것이라 철수했다"고 덧붙였다.
 
김기홍 전국자영업비상대책위원회 공동 대표가 16일 오후 여의도에서 최근 생활고에 시달리다 세상을 떠난 자영업자들을 추모하고 정부에 영업제한조치 철폐를 촉구하는 합동 분향소를 국회 앞에 설치하려다 무산되자 어디론가 전화하는 모습. 연합뉴스
자대위 측은 서울시에 분향소 설치에 대해 문의를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답변을 기다리기에는 시간이 없어서 우리가 자체적으로 조사해 1인 분향소 정도는 해도 된다고 해석했다"고 말했다.
 
이에 경찰 관계자는 "영등포구청에서 국회 앞은 집회 금지구역으로 고시했고, 천막 설치도 도로점용허가를 받지 않으면 불법이기 때문에 차단하는 것"이라며 "다수인이 모이면 감염병 확산 위험도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이날 오전 10시 30분 참여연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민생경제위원회, 민생경제연구소 등을 비롯한 시민단체들은 '코로나19 중소상인·자영업자 대책 마련 촉구 시민단체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는 전방위적인 자영업 대책을 조속히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이들은 정부가 코로나 방역으로 고통 받는 자영업자와 중소상공인을 위한 실효적인 대책을 내놓기보다 임기응변식 대책으로 일관하고 있다고 비판하며, △즉각적인 집합금지·제한·피해업종 대상 추가 긴급재정지원 △코로나19 종식 이후로 소상공인 대출의 만기연장과 상환유예 기간 연장 △임대료 분담, 퇴거 금지 등 상가임대료 문제 입법 등의 대책을 요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도 이날 성명을 통해 "2년 가까이 계속된 사회적 거리두기로 중소상공인과 영세자영업자들의 극단적 선택이 이어진다"며 자영업자들이 더는 고통받지 않고 보호받을 수 있도록 정확한 피해 집계와 그에 따른 종합대책을 마련할 것을 정부와 국회에 촉구했다.
 
자대위는 이날 다른 장소에라도 합동 분향소를 반드시 설치하겠다는 입장을 표했다. 김 대표는 "오히려 국가가 나서서 죽어간 자영업자들을 위해서 분향소를 설치해야 하는데 (설치를) 막는 걸 납득하기 어렵다"며 "한군데가 아니면 열군데서 동시 다발적으로라도 해서 어떻게든 설치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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