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49·사법연수원 32기) 서울북부지검 형사2부장은 15일 검찰 내부망에 올린 글에서 "전 대통령 뇌물 사건,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 국내 1위 기업의 불법승계 사건 등에 수사검사가 관여하는 것이 인권침해라고 하시면, 그것은 총장의 검찰권 행사에 관한 정책적 판단의 영역이니 부장검사로서 그 정책에 부합하도록 앞으로 공판에 관여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이 부장검사는 "대검에서 '1공판부 1검사' 제도를 추진하면서 그 기저에는 '수사를 직접한 검사가 공소유지에 관여하는 것은 과도한 인권침해다'라고 하시며 최근 현안 사건 직관(수사검사의 재판 참여)에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계시다는 말씀을 들었다"고 덧붙였다.
현직 검사라는 신분을 감안할 때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의 비판이다. 이 부장검사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경영권 불법승계 의혹) 사건과 이명박 전 대통령에게 국정원 특수활동비를 상납한 의혹의 김성호 전 국정원장 사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자본시장법 위반 사건 등의 수사를 맡고, 현재 공소유지에 참여하고 있다.
특히 이 부회장 사건 재판이 시작되면서 많은 어려움을 겪어온 것으로 알려졌다. 정기인사로 수사팀이 전국에 뿔뿔이 흩어져 이 부장검사도 지난 1년간 새로운 부임지인 대전에서 재판 때마다 서울을 왕복해야 했다. 하지만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자본시장법상 부정거래, 시세조종 등 혐의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갈릴 정도로 첨예한 쟁점 사안이어서 수사를 이끌어온 이 부장검사의 재판 참여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검찰 일각에서는 이같은 불만이 이 부회장 사건 수사팀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라고 지적한다. 김학의 전 차관 불법 출금, 조국 일가 의혹 등 현 정부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사건 수사팀에서 특히 심하다는 주장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대검이 이야기하는 '1공판부 1검사' 제도의 취지는 공판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렇다면 수사 검사들이 공판에 참여하겠다고 하면 가급적 유지를 시켜줘야 하는데 특정 사건 공판에서는 일선에서의 업무부담을 이유로 오히려 공판 참여 인력을 잘라내니 문제"라고 비판했다.
특히 서울중앙지법에서 진행되는 재판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검사들로만 공소유지가 어려워 지방청으로 발령이 난 수사 참여 검사들을 재판에 참여시켜야 하는데, 이런 경우 일시적으로 중앙지검 검사 지위를 얻도록 대검이 직무대리 발령을 내줘야만 한다. 하지만 정권이 민감해 하는 사건들의 경우 직무대리명령을 요청해도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다는 불만도 제기된다.
이에 대해 대검은 공판 강화라는 대원칙에 큰 변화가 없으며 일각의 지적은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한 대검 관계자는 "대검 연구관의 경우 총장을 보좌하는 자리이고, 대검은 또 정책부서이기 때문에 일선 검찰청의 재판에 관여하는 것을 다소 제한적으로 운영하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김오수 검찰총장이 한 것으로 알려진 '수사를 직접한 검사가 공소유지에 관여하는 것은 과도한 인권침해'라는 발언도 실상은 다르다고 해명했다. 변호사 시절 들었던 다른 변호사들의 의견을 전달했을 뿐, 총장 본인이 직관을 인권침해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는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