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기연장·상환유예 '한번 더'…이자유예 대출 잔액은 5.2조 원

고승범 금융위원장. 윤창원 기자

금융당국과 금융권은 16일 코로나19 피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을 위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내년 3월말까지 한차례 더 연장하는 방안에 최종 합의했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이날 오후 은행, 생보, 손보, 여전, 저축은행 등 금융협회장들과 간담회를 가지고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금융위는 "코로나19 확산세 등으로 중소기업·소상공인의 어려움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자 상환유예 지원실적과 대출잔액이 크지 않은점 등을 감안하여 금융권은 연장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금융위에 따르면 지난 7월말 기준 전 금융권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잔액은 총 120.7조 원으로 이는 전체 중소법인·개인사업자 대출잔액 1243조 원의 약 10%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만기연장 대출채권 잔액은 104.1조 원(55.8만 건), 원금 상환유예 11.3조 원(3.2만 건)이었다. 특히, 부실 가능성이 비교적 높은 이자 상환유예 잔액은 5.2조 원(1.0만 건)으로, 실제 상환이 유예된 이자 금액은 2097억 원이다.

만기연장·상환유예 대출채권 잔액 가운데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전체의 1.4%인 1.7조 원이다. 고정이하여신비율은 연체 3개월 이상, 휴·폐업 등 채권회수에 상당한 위험이 발생한 것으로 판단되는 여신비율이다.

금융위은 "은행권의 평균 고정이하여신비율(0.62%)보다는 다소 높으나, 관련 충당금을 충분히 적립 중"이라며 이로 인한 금융사의 동반 부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판단했다.

금융위원회 제공

금융위는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를 한차례 더 연장함으로 인해 부실이 누적될 것이라는 우려를 의식해 '질서 있는 정상화' 방안도 동시에 마련했다고 밝혔다.

우선, 차주가 상환여력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채무를 상환해 나갈 수 있도록 차주가 신청하면 거치기간을 최대 1년까지 부여하고, 상환기간도 통상 3년에서 5년으로 늘리기로 했다.

취약차주에 대해서는 채무부담을 경감할 수 있도록 은행권 자체 프리워크아웃 제도를 개선하고, 신용회복위원회 채무조정제도의 지원대상을 확대해 지원수준도 강화할 계획이다.

또, 캠코가 중소법인 부실채권을 매입하여 담보권 실행 유예 및 분할상환, 채무감면 등을 지원하는 한편, 정책금융 프로그램을 통해 약 4조 원 규모의 유동성을 지원할 예정이다.

고 위원장은 간담회 뒤 기자들과 만나 "부실 문제에 대해서는 은행들이 잘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믿는다"며 "내년 3월에는 정상적으로 프로그램이 종료되고 정상화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번 결정이 내년 대선을 의식한 정치적 결정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정치적인 고려는 없었다"며 "모든 문제는 경제적인 측면에서 보고 결정한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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