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하루 확진자 숫자가 70 여일 이상 네자리 수를 유지하며 꺾이지 않고 있다. 방역 당국은 4차 대유행 초기 강력한 거리두기를 하면 9월에는 세자리 수로 내려 앉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9월이 다 가도록 확진자는 1500여 명에서 2천여 명 사이를 맴돌고 있다.
하지만 확진자 숫자는 검사 건수와도 관련이 있다. 검사를 많이 할수록 확진자의 절대 숫자는 커질 수 밖에 없다. 반대로 검사를 적게 하면 확진자 숫자도 줄어든다. 검사량이 줄어드는 주말이 되면 확진자가 줄어드는 '주말 효과'를 예로 들 수 있다. 결국 확진자 숫자와 함께 검사량도 함께 살펴야 한다.
그렇다면 주요 국가와 비교한 한국의 코로나19 검사량은 어떨까?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검사량이 상대적으로 적다. 인구 1천명당 하루 검사량은 한국이 0.82(명)이다. 검사에 소극적이라고 알려진 일본의 0.86이나 코로나19 대응 체계가 미흡하다는 대만의 0.98보다 낮다. 코로나19가 창궐했던 유럽 각국이나 미국보다 훨씬 적고, 이스라엘이나 UAE와는 격차가 매우 크다.
검사량이 적으면 '숨어 있는 감염자'들이 많아지게 된다. 이는 검사량과 양성 결과량을 비교하는 '양성률'로 파악할 수 있다. 한국의 양성률은 4.4%로 중간 정도의 수준이다. 일본이나 미국, 캐나다 등 북미 지역보다는 낮지만 코로나 창궐 지역인 유럽보다는 높다. 세계보건기구(WHO)는 대략 양성률 5%를 '코로나19 통제' 기준으로 보고 있다. 한국의 양성률은 4차 대유행 중반까지는 7%대까지 치솟으며 5% 선을 넘겼으나 최근에는 4% 중후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를 완전히 통제하고 있다고는 볼 수 없는 상황인 것이다. 검사량이 많은 나라일수록 양성률은 낮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감염자 1명이 몇 명을 재감염시킬 수 있는지를 나타내는 '재생산지수'도 불안하다. 한국의 재생산지수는 0.93이다. 1 미만이면 코로나19가 진정되는 국면이고 1을 넘으면 확산 국면으로 평가한다. 일단 1을 밑돌고 있지만 최근까지도 1을 여러번 넘겼다. 재생산지수는 사회적 거리두기 강도나 마스크 착용 등 개인 위생 정도 등과 관련이 있다. 거리두기 등이 느슨해지면 재생산지수는 올라갈 수 밖에 없다. 고강도 거리두기 조치에 대한 사회적 피로감과 영업규제에 대한 자영업자들의 반발 등으로 현재 수준 이상으로 거리두기를 강화하기는 쉽지 않다. 정부 여당도 '방역'과 '일상'을 함께 하는 '위드 코로나(with corona)'를 준비하고 있어 거리두기를 통한 재생산지수를 낮추는 것은 사실상 어렵게 됐다.
역학조사도 쉽지 않다. 역학 조사 인력은 늘지 않은 상황에서 확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검사에 이어 '3T'의 두 번째 요건인 '추적'도 어려움을 겪고 있는 셈이다. 이혁민 신촌세브란스병원 진단검사의학과 교수는 "역학 조사가 뒤처지다 보니 감염 경로를 알 수 없는 경우가 너무 많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예전에는 경로를 모르는 감염 비율이 시간이 지나면 점점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4주 전에 발생한 감염도 아직 경로를 모르는 경우가 30%를 넘는다"며 "문제는 역학 조사관을 늘리려 해도 그게 하루 아침에 뚝딱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이혁민 교수는 "역학 조사나 사회적 거리두기 등을 강화하기 힘든 현재의 상황에서 검사를 늘리거나 백신 접종 완료율을 더 높이는 방법 밖에 없다"며 "검사도 인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사실상 백신 접종을 높이는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한국의 접종 완료율은 현재 40% 초반으로 대부분의 주요 국가보다 낮다. 정부는 다음달 말까지 접종 완료율도 70%를 달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전파 속도가 빠른 델타 변이에 맞서기 위해서는 가급적 빠른 시일 안으로, 될 수 있으면 많은 사람들이 접종을 완료하도록 해야 한다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백신의 안정적인 공급이 관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