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의 이른바 '고발 사주' 의혹을 둘러싸고 제보자와 당사자들의 주장이 혼재하는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는 지금까지 드러난 인물 이외에 제3자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손준성 전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現 대구고검 인권보호관)과 국민의힘 김웅 의원 사이에 또다른 메신저가 있을 수 있다는 의심이다.
애초 의혹이 불거진 초기에만 하더라도 고발장 전달 추정 경로는 '손준성 검사→김웅 의원→제보자 조성은씨'로 이어졌다. 조씨의 텔레그램 메시지에 나타난 '손준성 보냄' 문구가 신빙성에 무게를 더했다. 김 의원 스스로도 "자료 조작이 아니라면 정황상 손준성이란 사람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넘겼을 수 있다"고 말했다. 수사기관도 손 검사를 최초 발신자로 유력하게 보고 있다고 한다.
현재도 이번 의혹에 손 검사가 관여한 정황에는 큰 변화가 없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처음의 밑그림 이외에 다른 인물들의 개입 가능성도 힘을 받고 있다. 손 검사와 김 의원 사이 메시지 송·수신을 입증할 물증이 나오지 않고 있는 점도 제3자 개입설의 여지를 키우고 있다. 제보자 조씨도 손 검사가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직접 보냈다고 증명할 자료는 갖고 있지 않다.
손 검사의 두차례 걸친 반박도 의미심장하다. 1차 입장문에서 손 검사는 "제가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송부했다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해명했다. 이어 2차 입장문에서도 "고발장을 작성하거나 고발장과 첨부자료를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사실이 결코 없다"며 "어떤 경위로 이같은 의혹이 발생했는지 도무지 알 수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검찰 내부에서는 손 검사의 두차례 입장문이 모두 '김웅 의원에게 전달한 적은 없다'고 해명한 데에 주목한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냈더라도, 김 의원에게 만은 메시지를 보내지 않았다고 읽히는 대목이어서다. 손 검사 해명대로 작성자도 본인이 아니라면 가능한 밑그림은 '작성자→손준성 검사→전달자→김웅 의원→제보자 조성은씨' 순서다. 바로 새롭게 제기되는 제3자 개입설이다.
텔레그램의 고유 기능을 봐도 제3자 개입설은 배제하지 못한다. 텔레그램의 경우 최초 발신자로부터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중간 단계에 있는 사용자가 메시지를 단순 포워딩만 하면, 몇명을 거치든 최종 수신자에게는 최초 발신자가 보냈다는 문구가 뜬다. 손 검사가 제3자에게 고발장을 보내고, 제3자와 김 의원이 이를 차례로 포워딩해 최종적으로 제보자 조씨에게 메시지가 전달되면, 조씨의 텔레그램에는 '손준성 보냄'으로 표시되는 것이다.
이같은 텔레그램의 기능상 특이점과 손 검사의 해명 그리고 물증의 빈약 탓에 향후 검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방향은 고발장 작성자 특정은 물론, 제3자 개입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진행될 전망이다. 수사 과정에서 실제로 제3자의 존재가 확인되면 손 검사의 처벌 가능성은 지시 여부나 의도, 당시 상황에서의 예상 가능 정도에 따라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한 검찰 출신 변호사는 "손 검사가 제3자에게 '고발장을 김웅 의원에게 전달하라'고 지시했거나 혹은 지시하지 않았더라도 해당 제3자에게 전달하면 고발장이 김 의원에게 넘어갈 것으로 충분히 예상 또는 의도한 게 입증된다면 형사 처벌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경우 당사자들의 진술이 중요한 부분이라 확실한 물증이 없다면 입증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제3자 개입설에 더해 손 검사 주장대로 작성자가 본인이 아니라면 누가 고발장을 처음 생성했는지 여부도 변수로 떠오른다. 법조계에서는 검찰 내부 인사가 고발장을 작성해 손 검사에게 건넸고 손 검사가 이를 외부의 제3자에게 전달했다면, 작성자와 손 검사 모두 공무상비밀누설의 공동정범으로 묶일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런 가운데 최근 고발 사주 의혹을 배당받은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최창민 부장검사)는 수사팀 규모를 2배로 늘리면서 사건에 본격적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기존 부서 인력 6명에 추가로 6명을 파견·지원받았는데, 그중에는 과거 특수부에 해당하는 부서 소속 검사들도 있다. 중앙지검이 그만큼 이번 사건 수사에 의지를 갖고 있다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