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천대유-SK' 커넥션 있나…500억 배당 후 '뒷정리'?

화천대유 '최종 전주' SK행복나눔재단 최기원 이사장
화천대유-SK그룹 깊어지는 연결고리
3월 킨앤파트너스 500억원 수익…열흘 후 이사진 대거 교체
최 이사장 지인들 배치…배당 후 '뒷정리' 했나
최 이사장 측 "화천대유 투자사에 연 10프로 고정이자 받기로 계약"
"킨앤파트너스 다른 투자 실패로 아직 원금도 못 받아"

스마트이미지 제공
대장동 개발 사업 '특혜 의혹'에 휩싸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400억원 상당의 자금을 대준 최종 '전주'(錢主)의 실체가 SK행복나눔재단 최기원 이사장으로 드러났다. 화천대유와 SK그룹 간의 연결고리가 한층 깊어지면서 이번 사건에서 SK그룹의 역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최 이사장의 자금은 투자컨설팅회사 '킨앤파트너스'를 거쳐 화천대유로 흘러들어간 것으로 파악된다. 화천대유의 투자 수익을 나누기로 한 킨앤파트너스는 올해 3월 중간 정산을 통해 약 500억원을 얻은 것으로 추정된다. 공교롭게도 비슷한 시기 킨앤파트너스의 이사진은 상당수 교체됐는데, 배당을 받은 뒤 이른바 '정리 작업'을 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 이사장 측은 킨앤파트너스에 돈을 빌려줬을 뿐, 화천대유에 투자한 것은 아니라는 입장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시에서 익명의 '개인3'으로 정체를 감춘 점, 400억원에 달하는 거금을 빌려준 점 등을 감안할 때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화천대유 '베일의 전주' 개인3…정체는 SK행복나눔재단 최기원 이사장

2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화천대유는 2015~2017년 킨앤파트너스로부터 457억원을 빌려 초기 운영비와 토지 사업비 등으로 활용했다. 이러한 킨앤파트너스는 2015년 '개인3'으로 명시된 익명의 개인으로부터 400억원을 빌렸는데, '개인3'의 실체는 SK행복나눔재단 최기원 이사장으로 나타났다.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부동산 개발을 위해 설립된 특수목적법인(SPC)는 자체 자금력이 없다. 설립 자본금이 5천만 원에 불과한 화천대유 역시 투자금이 필요한 상태였다. 킨앤파트너스의 경우에도 자금력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여기에 최 이사장이 자금을 댄 셈이다.
SK행복나눔재단 최기원 이사장. 연합뉴스

최 이사장 측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킨앤파트너스와 금전소비대차계약을 체결한 것일 뿐, 차명으로 화천대유에 투자한 것은 아니다"고 밝혔다. 또 킨앤파트너스에 연 10% 고정이자로 돈을 빌려줬지만, 킨앤파트너스가 전체적으로 손실이 나며 원금은 물론 약정한 이자도 받지 못했다고 했다. 돈을 빌려준 배경으로는 당시 킨앤파트너스 박모 대표와의 신뢰 관계가 있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의심의 시각은 걷히지 않고 있다. 우선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감사보고서에 '개인3'으로 정체를 감췄다는 의혹이다. 금융업계에 따르면 통상 감사보고서에 차입처를 기재할 때 개인의 경우 실명 혹은 직위를 쓰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져 있다.

또 다른 의혹은 '보증'에서 나타난다. 킨앤파트너스가 2015년 400억원을 최 이사장에게 빌릴 당시 화천대유의 계열사인 천화동인4호가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연대보증을 섰다. 보증을 선 천화동인을 인지했다면, 화천대유의 존재 역시 모를 수가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천화동인4호는 대장동 개발사업 시행사인 '성남의뜰'에 SK증권 명의로 8712만원을 출자해 2019~2021년 1006억원이 넘는 배당금을 챙겼다. 해당 대표는 박영수 전 특별검사가 대표변호사로 있었던 한 로펌 소속 변호사로 현재 미국으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사업 위험을 부담하고 400억 원에 달하는 거금을 신뢰 관계를 이유로 선뜻 내줬다는 부분도 석연치 않다는 시각이다.

이에 최 이사장 측은 "화천대유 투자는 박모 킨앤파트너스대표가 결정한 투자 건으로 최 이사장은 화천대유와는 일면식도 없다"며 "다만 킨앤파트너스와의 금전소비대차 계약 당시 박모 대표가 화천대유라는 투자 건을 담보로 제시해서, 채권자로서 인지는 하고 있었으나 자세히 알지는 못했다"고 밝혔다.

화천대유-SK그룹 깊어지는 연결고리

애초 화천대유와 SK그룹 연루설은 투자 부분에서 불거졌다. 화천대유 계열사인 천화동인 2~7호는 SK증권을 통한 특정금전신탁 방식으로 투자에 참여해 성남의뜰 배당금 2255억원을 받아갔다. 이에 SK증권 측은 "특정금전신탁만 했을 뿐 화천대유와 아무런 관계가 없다"고 밝힌 바 있다.
클릭하거나 확대하면 원본 이미지를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최 이사장의 등장으로 화천대유와 SK그룹의 연결고리는 새로운 국면을 맞는 모양새다. 최 이사장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여동생이자, 지주회사인 SK(주) 지분 6.85%를 보유한 3대 주주다.

킨앤파트너스 역시 SK그룹과 상당 부분 얽혀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2015~2018년 킨앤파트너스 대표이사였던 박모씨는 2015~2017년 SK그룹이 설립한 사회공헌 재단인 행복에프앤씨재단 대표를 지냈다. 박씨는 최 이사장이 모친 우란(友蘭) 박계희 여사를 기리는 뜻에서 설립한 우란문화재단에서 최 이사장과 함께 공동대표를 맡기도 했다.

2018년 킨앤파트너스는 서울 성동구 우란문화재단 건물로 사무실을 이전했다. 해당 건물주는 최 이사장이기도 하다.

올해 3월 킨앤파트너스 500억 원 배당…열흘 후 이사진 대거 교체

킨앤파트너스의 이사진 역시 최 이사장의 재단 출신 인사들이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이사진은 지난 3월 대거 교체되기도 했는데, 배경과 시점에 여러 의문이 제기되는 양상이다.

지난 3월 10일 킨앤파트너스는 화천대유 투자 수익을 중간 정산한 뒤 원천징수세액 131억원을 납부했다. 세액을 통해 따져본 수익금은 약 5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3월 22일 킨앤파트너스의 사내이사 및 감사 5명이 사임이나 임기만료로 교체됐다. 킨앤파트너스는 지난 6월 자회사였던 숙박업체 플레이스포에 흡수합병된 뒤 해산됐다.
화천대유자산관리 사무실 입구. 연합뉴스

최 이사장 측은 이사진 교체 배경에 대해 킨앤파트너스가 호텔 등 여러 사업에 손을 대면서 전체적으로 적자에 빠졌고, 투자금의 이자는커녕 원금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되자 박 전 대표와의 협의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고 밝혔다. 킨앤파트너스 소유권을 다른 사람에게 넘기고 투자금을 회수할 때까지 최 이사장의 지인들을 킨앤파트너스에 참여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를 두고 배당 이후 이른바 '뒷정리'를 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수익을 상당 부분 거둔 상황에서 사업에 깊숙이 관여한 관계자들을 정리하는 한편, 향후 논란에 대비해 '이사진 교체' 및 '투자금 회수 명목'이라는 일종의 명분을 만들어 놓은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이에 최 이사장 측은 "채권회수가 불확실해짐에 따라 회사 정상화를 위해 SK퇴직 지인들이 한시적으로 경영에 참여하고 있을 뿐이며, 채권관리 목적인만큼 빌려준 돈을 모두 회수한 이후에는 철수할 예정"이라며 "채무변제 후 최 이사장은 채권자로서 연 10% 이자수익 외에는 킨앤파트너스 투자수익과 무관하며, 별도의 잉여수익에 대한 권리는 없다"라고 밝혔다.

일각에선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와의 계약 관계에서 '절대 갑'의 위치를 차지한 배경에도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킨앤파트너스가 화천대유에게 받은 대출 이자는 최고 25%에 달한다. 대출금은 2018년 9월 '프로젝트 투자금'으로 전환되는데, 화천대유의 투자 수익의 상당액을 킨앤파트너스가 가져가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킨앤파트너스가 절대 우위를 차지하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계약이라, 화천대유의 배임 소지도 엿보인다"며 "면밀한 관계는 결국 수사를 통해 밝혀져야 할 부분"이라고 밝혔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