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30일 밤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50억 퇴직금' 논란의 중심인 무소속 곽상도 의원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앞서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이어 제명안 논의도 더불어민주당에게 선점 당했는데, 이날 심야 회의를 통해서는 뒷북조차 치지 못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51명이 곽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논의를 하자며 밤 9시 최고위원회를 소집했다. 논란이 일자 탈당을 한 곽 의원에 대해 이 대표 본인이 당 차원의 강도 높은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기도 하다.
다만 며칠 전까지 동료였던 의원의 제명안 논의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감안해, 이날 최고위 소집 목적은 '제명 논의'가 아니라 '민주당 제출 징계안에 대한 논의'로 최고위원들에게 전달됐다. 말그대로 최고위원회에서 관련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들이 소집 단계부터 강하게 반발하면서 회의는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1시간 20분만에 마무리됐다. 조수진 최고위원은 "탈당한 분을 최고위에서 의결로 의원직 제명을 할 수 있냐, 곽 의원 아들 퇴직금 규모를 떠나서 그 퇴직금이 범죄나 화천대유의 불법과 관련이 있냐"고 반발하며 불참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곽 의원이 자진 탈당한 이상, 당 차원의 대응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곽 의원 본인의 일이 아니고 아들의 이슈기 때문에, 책임을 묻는 것은 연좌제라는 의견들도 나왔다고 한다.
곽 의원 제명과 관련한 '논의 시도'조차 강한 반발에 직면하자, 이 대표는 회의 주제 자체가 '특검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는 회의를 마무리한 뒤 기자들을 만나 "오늘은 그게(50억 퇴직금 문제 대응 논의) 주요 논의사항도 아니었다. 모 최고위원(조수진 의원)이 오해를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논의하는 내용들을 굳이 밤 9시 소집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고, 이날 회의에서는 '50억 퇴직금'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인식 수준만 확인한 꼴이 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하는 기관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특검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민심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이미 '50억 퇴직금'이 국민 정서법을 단단히 어긴 상황에서 실정법 위반 여부나 절차를 문제삼고, 심지어 당 대표의 나이까지 운운하는 지도부를 보면서 정권교체의 의지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