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퇴직금' 대응, 뒷북도 제대로 못치는 국힘…"정권교체 의지 있나"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0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마치고 나오며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이 30일 밤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어 '50억 퇴직금' 논란의 중심인 무소속 곽상도 의원에 대해 논의했지만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앞서 곽 의원 아들의 퇴직금 내용을 사전에 인지하고도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은 데 이어 제명안 논의도 더불어민주당에게 선점 당했는데, 이날 심야 회의를 통해서는 뒷북조차 치지 못했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는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 등 범여권 51명이 곽 의원에 대한 징계안을 제출한 것과 관련해 논의를 하자며 밤 9시 최고위원회를 소집했다. 논란이 일자 탈당을 한 곽 의원에 대해 이 대표 본인이 당 차원의 강도 높은 대응이 필요하다는 뜻을 밝힌 바 있기도 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민의힘 소속 윤한홍 의원과 유상범 의원, 조수진 의원이 30일 국회 소통관에서 '대장동 부동산 게이트'와 관련해 특검법 수용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실제로 국민의힘이 대장동 개발 의혹에 대해 특검을 하자며 강하게 몰아붙이면서도, 2030세대의 공분을 일으킨 '50억 퇴직금'에 대해서는 곽 의원의 자진 탈당으로 마무리 지으려는 것에 대한 정치적 부담이 이어지고 있었다. '여야를 가리지 말고 특검을 통해 진실을 가리자'는 국민의힘의 주장은 곽 의원에 대한 소극적 대응에 힘을 제대로 받기 어려운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다만 며칠 전까지 동료였던 의원의 제명안 논의에 조심스러운 분위기를 감안해, 이날 최고위 소집 목적은 '제명 논의'가 아니라 '민주당 제출 징계안에 대한 논의'로 최고위원들에게 전달됐다. 말그대로 최고위원회에서 관련 사태를 어떻게 처리할지 허심탄회하게 논의하자는 취지였다.

그러나 일부 최고위원들이 소집 단계부터 강하게 반발하면서 회의는 제대로 된 논의도 없이 1시간 20분만에 마무리됐다. 수진 최고위원은 "탈당한 분을 최고위에서 의결로 의원직 제명을 할 수 있냐, 곽 의원 아들 퇴직금 규모를 떠나서 그 퇴직금이 범죄나 화천대유의 불법과 관련이 있냐"고 반발하며 불참했다. 김기현 원내대표도 곽 의원이 자진 탈당한 이상, 당 차원의 대응은 필요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곽 의원 본인의 일이 아니고 아들의 이슈기 때문에, 책임을 묻는 것은 연좌제라는 의견들도 나왔다고 한다.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3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뒷북 대응에, 그마저도 곽 의원을 싸고 도는 듯한 이같은 결론에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강한 비판이 쏟아져 나온다. 특히 '의원의 한계'라는 지적이 눈에 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당 대표를 비롯해 원외 인사들이나 당직자들은, 서민들에게 상실감을 안긴 이번 사건을 당이 확실히 처리하고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그러나 의원들은 '동료'를 잘라내는 게 선례로 남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곽 의원을 안고 대선을 치를 수 있겠냐, 의원들은 정권교체보다 자기 배지, 의원직이 더 중요한 모양"이라는 한 당직자의 일갈도 들을 만 하다.

곽 의원 제명과 관련한 '논의 시도'조차 강한 반발에 직면하자, 이 대표는 회의 주제 자체가 '특검을 관철시키기 위한 전략'이었다며 수습에 나섰다. 그는 회의를 마무리한 뒤 기자들을 만나 "오늘은 그게(50억 퇴직금 문제 대응 논의) 주요 논의사항도 아니었다. 모 최고위원(조수진 의원)이 오해를 하신 것 같다"고 말했다. 매일 오전 논의하는 내용들을 굳이 밤 9시 소집했는지에 대한 의문은 차치하고, 이날 회의에서는 '50억 퇴직금' 문제를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인식 수준만 확인한 꼴이 됐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장동 개발 의혹을 수사하는 기관을 믿을 수 없는 상황에서, 특검을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민심의 뒷받침이 필요하다"며 "이미 '50억 퇴직금'이 국민 정서법을 단단히 어긴 상황에서 실정법 위반 여부나 절차를 문제삼고, 심지어 당 대표의 나이까지 운운하는 지도부를 보면서 정권교체의 의지가 있는지 되묻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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