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선 복원한다더니 국군의 날에 보란 듯 신형 미사일 날린 北

북한이 9월 30일 발사하고 10월 1일 공개한 지대공미사일. 연합뉴스
북한은 1일 관영매체를 통해 "9월 30일 새로 개발한 반항공미사일의 종합적 전투 성능과 함께 발사대, 탐지기, 전투종합지휘차의 운용 실용성을 확증하는 데 목적을 두고 시험발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우리 군은 이날 해병대가 주역이 된 73주년 국군의 날 행사를 통해 각종 첨단 무기체계와 상륙작전 능력을 선보였다.

서로 '대화 의지가 있다'면서도 최근 각종 무기체계를 연달아 언론에 공개하는 등 남북이 연달아 국방력 강화 행보를 보이고 있는 상황인 셈이다. 끊겼던 남북 통신선 복구가 가시화되면서, 9.19 군사합의에서 제시됐던 남북 군사공동위 등 해법이 실제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北은 지대공 미사일 쏘고 南은 국군의 날 대규모 입체 상륙작전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공개된 지대공미사일. 뉴스1 제공
북한은 1일 지대공미사일 발사 사실을 공개하며 "쌍타 조종기술과 2중 임풀스 비행발동기를 비롯한 중요 새 기술도입으로 미사일 조종체계의 속응성과 유도 정확도, 공중목표 소멸거리를 대폭 늘인 신형 반항공미사일의 놀라운 전투적 성능이 검증되었다"고 밝혔다.

지대공미사일은 빨리 날아다니는 전투기 또는 미사일을 쫓아가기 위해 보통 레이더 유도를 받는다. 너무 빠르기 때문에 실시간 위치정보를 기반으로 예상 경로를 미리 계산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표적에 가까이 접근하면 자체적으로 시커(추적장치)를 켜 끝까지 쫓아간 뒤 격추시킨다.

즉 목표를 빨리(속응성), 정확하게(유도 정확도), 멀리서(공중목표 소멸거리를 대폭 늘인) 격추시킬 수 있도록 운용하는 기술을 검증했다는 뜻이 된다.

전투기나 미사일을 노리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방어용 무기이기는 하지만, 우리 군 항공전력이 북한보다 압도적으로 우세한 현실에서 이를 방어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무시할 수는 없다. 북한은 지난해 10월 10일 노동당 창건 75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이 미사일로 추정되는 무기체계를 공개한 적이 있다.

국군의 날 행사에서 해안을 향해 돌격하는 해병대 상륙돌격장갑차들과 헬기 편대. 국방부 제공
1일 국군의 날 행사엔 F-35A, RQ-4 글로벌 호크 등 첨단무기와 얼마 전 취역한 독도급 대형수송함 2번함 마라도함, 3천톤급 잠수함 도산 안창호함 등이 등장했다. 게다가 육·해·공군 합동으로 적 해안에 병력을 투사하는 대규모 상륙작전 시연까지 선보였다. 국군의 날은 당연히 미리 예정돼 있던 행사이지만, 공교롭게도 같은 날 남북이 서로 '국방력 강화' 행보를 천명한 셈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우리 군을 신뢰하고 우리의 든든한 안보태세에 자부심을 갖고 있다"며 "이러한 신뢰와 자부심을 바탕으로 한반도 '종전선언'과 '화해와 협력'의 새로운 시대를 국제사회에 제안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국군 최고통수권자의 첫 번째이자 가장 큰 책무는 한반도의 항구적 평화를 만들고, 지키는 것이며 이는 곧 우리 군의 사명이기도 하다"며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그 어떤 행위에 대해서도 정부와 군은 단호히 대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틀 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국가방위력을 강화하는 것은 주권국가의 최우선적인 권리"라고 주장하면서 한국에 대해 "우리 공화국(북한)을 '견제'한다는 구실 밑에 각종 군사연습과 무력증강 책동이 노골적으로 벌어지고 있고 우리를 자극하고 때없이 걸고 드는 불순한 언동들을 계속 행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남조선(한국)에 도발할 목적도 이유도 없으며 위해를 가할 생각이 없고, 남조선은 북조선의 도발을 억제해야 한다는 망상과 심한 위기의식, 피해의식에서 빨리 벗어나야 한다"며 "경색되어 있는 현 북남(남북)관계가 하루빨리 회복되고 조선반도(한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깃들기를 바라는 온 민족의 기대와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서 일단 10월 초부터 관계 악화로 단절시켰던 북남 통신연락선들을 다시 복원하도록 할 것"이라고 했다.

남북 모두 "평화 위해 국방력 강화"…긴장 낮출 해결책 시급

지난달 26일 경기도 파주시에서 판문점으로 이어진 도로에 코스모스가 활짝 피어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남북이 서로 평화를 외치면서도 국방력 강화라는 명목으로 최신 무기체계를 잇따라 언론에 공개하고, 이런 일이 되풀이되면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는 점이다.

일단 남북 통신선을 복원하겠다고 북한, 그것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먼저 밝힌 점은 긍정적인 부분이긴 하다. 연락채널은 관계에 있어 기본이며 여러 현안에 대한 협의가 이를 통해 시작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를 토대로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까지 개선될지는 불투명하다. 북한이 남북관계를 개선할 수 있는 선결조건으로 군사안보 분야 '이중기준'과 적대시 정책 철회 등을 주장하고 있어서다. 이중기준이란 쉽게 말해 한국도 국방력 강화를 내세우고 전력을 증강하고 있으면서 왜 북한 미사일 발사 등은 '도발'로 규정하느냐는 논리다.

우리 정부가 종전선언을 제안한 데에는 70년 가까이 한국전쟁이 끝나지 않고 계속되고 있다는 점을 적대시 정책의 한 원인으로 보고, 이를 법적 구속력은 없더라도 정치적으로는 마감해야 한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종전선언 자체가 적대시 정책을 해소하기 위한 방책 중 하나인 셈이다.

하지만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시정연설을 통해 "종전을 선언하기에 앞서 서로에 대한 존중이 보장되고 타방에 대한 편견적인 시각과 불공정한 이중적인 태도, 적대시 관점과 정책들부터 먼저 철회되어야 한다는 것이 우리가 계속 밝히고 있는 불변한 요구"라고 일축했다.

왼쪽부터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연합뉴스
북한이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 없는 정치적 선언임을 모를 리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의미마저 거부하는 속내엔, 남북이 서로를 겨누고 있는 군사적 위협에 대한 보다 실질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뜻이 있다고도 해석된다.

한평정책연구소 정대진 평화센터장은 "남북대화 재개 자체는 북한의 '이중잣대' 철회 요구를 받아들이는 것과는 다른 문제"라며 "남북 전력증강 문제 등은 (9.19 군사합의에서) 이미 합의된 남북군사공동위를 실행해 포괄적으로 풀어나간다는 원칙적 입장으로 대응해 남북관계 제도화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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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 이무철 연구위원은 1일 '종전선언에 대한 북한 입장과 안보 딜레마'라는 보고서에서 "2018년 한반도 평화의 봄이 가능했던 것은 북한 핵실험 중단과 한미 양국의 한미연합훈련 중단 교환으로, '안보 대 안보' 교환 프레임 적용으로 호응을 유도해 협상 국면을 마련했다"며 "정부는 이 프레임을 바탕으로 (남북 군사공동위를 통해) 북한이 주장하는 선결 조건에 대한 포괄적 논의를 제안할 필요가 있으며, 논란이 있을 수 있지만 비무장지대 평화지대화와 같은 군사합의 이행을 북한 호응과 관계없이 선제적으로 실천하는 방법 등을 고려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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