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치솟는 전세값에 LH 지원받고도 '월세살이' 청년들

이한형 기자
치솟는 전세값에 청년전세임대 지원을 받고도 저소득층 청년들은 사실상 '월세살이'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세값 급등의 여파가 저소득 청년 관련 통계에서도 확인되는 모습이다.

7일 더불어민주당 천준호 의원실이 한국토지주택공사(LH)로부터 받은 '청년전세임대 지원제도' 현황 자료에 따르면, 지원대상 저소득층 청년들 약 40%는 공공임대 성격의 전세 지원을 받고도 반전세 월세 생활을 하거나 자기 돈을 추가 부담해 전세금을 충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르는 전세값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제자리' 전세 지원 제도 때문으로 분석된다.

LH는 저소득층 청년 주거 안정을 위해 지난 2011년부터 청년전세임대주택제도를 지원하고 있다. 만 19~39세 저소득 가구 청년들에게 살고 싶은 집을 정하게 하고 LH가 대신 전세계약을 맺는다. 이후 LH는 신청 청년에게 공공임대를 주는 형식이다. 사실상 전세대출 제도인 셈이다. 2018년부터  1인 가구 기준 최대 1억 2천만원까지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전세값이 오른 탓에  지원 최고 지원금액인 1억 2천만원에 맞춰 전세방을 구할 수 없자, 전세에도 월세를 내는 반전세로 방을 구하거나, 추가로 자기 돈을 끌어와 전세방을 구하는 청년들이 늘어나고 있다.

LH 자료에 따르면, 전세값을 내고 일부 월세도 같이 내는 이른바 '반전세' 계약건수가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8년 서울 지역 전세와 반전세 총 지원 사례 3058건 중 반전세 비중은 684건으로 22.3%였지만, 지난해에는 3769건 중 1146건으로 30.4%까지 늘어났다. 지원 받는 청년들의 1/3은 월세살이를 하는 셈이다.

반전세로 사는 저소득 청년들의 경우 LH 전세 대출 이자와 평균 반전세 월세액(16만 2천원), 관리비 등을 합하면 월 40만원~50만원 가까운 돈을 지불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LH의 전세지원을 받고도 한 달에 평균적으로 월세로 40만원~50만원을 꼬박꼬박 지출하고 있는 현실이다.

전세지원금에 자기 돈을 추가로 부담해 전셋방을 얻는 이들의 수(지난해 332건)까지 합하면 비율은 40% 가까이로 늘어난다. 사정이 이런데도, LH의 청년전세임대 지원제도는 공공임대 성과로 잡힌다.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 중 하나는 오르는 전세값에도 지원금은 제자리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천준호 의원실이 2020년 국토부 실거래가를 분석한 결과, 서울 전세가는 평균 2억 1천만원으로 나타났다. 청년들이 주로 거주하는 소형 원룸 평수인 30㎡이하로 계산해도 1억 6천만원이다. 최소치로 잡아도 LH의 최대 지원 액수보다 4천만이나 많은 셈이다. LH의 전세보증금 지원 자료에서도 2018년 평균 전세보증금은 9천만원이었지만 지난해에는 1억 8백만원으로 상승 추세다.

민주당 천준호 의원은 "LH 청년전세임대주택은 자본금이 부족하거나 소득이 낮은 청년들이 많이 신청하고 있는 만큼 추가 부담이 없도록 전세지원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있다"면서 "양질의 청년 공공임대주택 공급 등 근본적인 대책도 함께 강구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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