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법원이 본 '대장동 역학관계'…"남욱은 무관하다?"

2019년 판결서 "남욱, 대장동 사업 주도권 상실" 판단
검찰·법원, '성남의뜰' 남욱 참여 여부 알았나 몰랐나
최근 대장동 사업 주도, 남욱 아닌 화천대유·성남도공?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지구. 연합뉴스
특혜 의혹을 받는 대장동 개발사업 일당과 관련해 법원이 2019년에 이미 한차례 역학관계 판단을 한 적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장동 사업의 초기 설계자이자 '키맨'으로 주목받고 있는 남욱 변호사에 대해 당시 법원은 "2016년 이후로 사업과 무관한 지위가 됐다"고 판단했다.
   
7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2019년 11월 의정부지법은 '남 변호사가 2016년 이후 대장동 개발 사업에서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검찰의 주장을 받아들여 남 변호사 부친 남모씨의 사기 혐의를 유죄로 판단했다.
   
부친 남씨는 공사업자 이모씨에게 '아들 남욱이 대장동 사업 시행사의 대표이므로 향후 남욱에게 말해 큰 토목공사를 수주하게 해주겠다'며 2014년 3월부터 사무실을 무상으로 제공받았다. 2016년 7월부터 이듬해 7월까지는 이씨와 이씨로부터 소개받은 다른 공사업자 김모씨에게 비슷한 취지로 공사 수주를 약속하며 총 2억 3500만 원을 받았다.
   
박종민 기자
검찰은 2016년 2월부터는 남 변호사가 대장동 사업과 아무런 관련이 없게 됐는데도, 남씨가 공사업자들에게 돈을 뜯어냈다고 보고 남씨를 사기죄로 기소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부친 남씨)은 피해자가 남욱을 성남의뜰 주요 주주인 것으로 잘못 알고 있음에도 남욱은 사업과 무관한 지위가 됐다는 사실을 숨긴 채 자신이 여전히 남욱을 통해 공사 수주에 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것처럼 가장했다"고 밝혔다.
   
2019년 해당 재판 당시까지 검찰이 파악하고 법원이 인정한 사실관계에서 남 변호사는 성남의뜰과 크게 관련이 없는 인물이었던 것이다. 당시 검찰은 남 변호사가 대장동 민간개발을 추진하던 시행사인 씨세븐에 2009년 11월부터 자문변호사로 참여하다가 2011년부터 대표를 맡았고 2015년에 대장동 사업 관련 형사사건으로 구속되면서 사업 관여를 중단하게 됐다고 판단했다.
   
씨세븐은 성남시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내기도 했지만 2016년 2월 해당 소송마저 성남시가 승소했다. 그 무렵 대장동은 공영개발로 전환되고 사업 주체가 금융기관들이 참여한 '성남의뜰'로 확정되면서 남 변호사는 영향력을 상실했다는 게 검찰과 법원의 결론이다.
   
부친 남씨는 피해자들에게 '남욱이 성남의뜰 주식 27,2%를 보유한 주요 주주로서 사업 주도자'라고 말하고 다녔지만, 당시 검찰과 법원은 이 주장을 믿지 않은 셈이다.
   
그러나 최근 언론보도 등으로 남 변호사가 성남의뜰 컨소시엄에 참여한 천화동인 1~7호(SK증권 특정금전신탁) 중 4호의 실소유주인 사실이 드러난 상황이다. 성남의뜰 지분구조에 따르면 천화동인4호(엔에스제이홀딩스로 사명변경)는 성남의뜰 보통주 1만7442주를 보유해 보통주 중에선 25% 지분을, 우선주를 포함한 총 주식수로는 1.7% 지분을 갖고 있다.
   
남 변호사가 씨세븐부터 성남의뜰까지 이어지는 대장동 개발사업의 설계자이자 '키맨'으로 주목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당 판결을 보는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만약 검찰이 남 변호사의 지분관계를 파악하고도 남씨를 기소했다면 최근 대장동 사업 주도권은 남 변호사가 아닌 또 다른 성남의뜰 주주인 화천대유(대주주 김만배)나 성남도시개발공사 측에 있다는 점을 확인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성남의뜰의 구체적인 지분관계까진 파악하지 못한 상태에서 검찰이 남씨를 기소했을 가능성도 남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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