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동규부터 김만배까지…檢 수사 속도전 속 '성남시는 사각지대'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인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 씨가 11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윤창원 기자
경기 성남 대장동 개발 사업을 둘러싼 특혜·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사업 주체인 민관(民官) 양쪽 핵심 관계자들 조사를 빠르게 진행하고 있지만, 정작 지휘‧감독 체계의 정점으로 지목되고 있는 성남시청에 대해선 강제수사조차 하지 않아 "이해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법조계에서 제기된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11일 대장동 민간 사업권자인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씨를 피의자 신분으로 불러 조사했다. 지난달 29일 전담수사팀을 꾸린 뒤 나흘 만에 공공기관 쪽 실무 지휘자인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한 데 이어 민간 쪽 '몸통'까지 조사를 마친 것이다.
 
수사팀 구성을 기점으로 2주도 채 안 됐다는 점에서 수사 속도가 빠르다는 분석도 있지만, 그 범위가 민관(民官) 실무 관계자들의 윗선을 향하지 못한 채 다소 제한돼 진행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물음표도 붙는다. 김씨 소환 당일까지도 검찰은 성남시청에 대해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 절차를 밟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연합뉴스
이번에 민관 유착 문제가 불거진 성남도시개발공사는 성남시의 산하 기관으로, 시와 협의 없이 사업을 진행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구조다. 2015년 본격화 된 대장동 사업도 당시 이재명 성남시장 정책 추진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졌다. 민관 합동으로 진행된 이 사업에서 민간 쪽으로 과도하게 수익금이 쏠리게 된 배경과 관련해 성남도시개발공사에서 성남시로 통하는 의사결정구조까지 들여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실제로 성남시의 사업 관여 흔적은 시 홈페이지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성남시 도시개발사업단 사업추진과는 대장동 사업 한 해 전인 2014년 '성남 대장동‧제1공단 결합도시 개발구역 전략 환경영향 평가 작성 및 추진계획 보고', '대장동·1공단 결합도시 개발사업 타당성 검토 및 구역 지정 용역 감독보고' 등 제목의 여러 문서들을 생산했다. 이와는 별개로 성남시 행정기획국이 2015년 초 작성한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에 따른 다른 법인에 대한 출자 승인 검토보고'엔 당시 이 시장과 정진상 정책비서 등이 서명한 기록도 최근 공개됐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대장동 개발사업 현장의 모습. 이한형 기자
성남도시개발공사가 대장동 사업과 관련해 성남시청 담당부서 보다는 시청 비서실과 직통했다는 취지의 내부 증언도 있다. 성남시 쪽 관계자는 "유동규 전 본부장이 시청 2층에서 얘기를 하고 와서 지시를 내린 것으로 안다"고 했다. 시청 2층은 비서실을 지칭하는 말이라고 한다. 2016년 12월 성남시의회 회의록에는 성남시청 간부가 "비서실에서도 정책비서는 성남시 전 분야의 정책을 관여하고 하는 그런 업무를 갖고 있다"고 말한 내용도 적혀 있다.
 
검찰 수사팀은 성남시청 등 윗선으로 수사가 뻗어나가기 위해선 기초 사실관계 파악이 보다 탄탄하게 이뤄져야 한다는 판단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법조계에선 이 같은 신중 기류에 대한 비판 의견도 제기된다. 검찰 간부 출신 변호사는 "사업 전반에 대한 사실관계 파악을 위해선 성남시청도 초기 압수수색 대상에 포함됐어야 한다"며 "성남시 공문들을 입수해 살펴봐야 사업의 진행과정을 명확히 알 수 있는 것 아닌가. 윗선 수사가 미뤄질 수록 이 사건의 성격을 김만배, 유동규 등의 개인적인 범행으로 꼬리 자르기 하려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
 
야권에서도 비슷한 목소리가 나온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검찰이 즉각 성남시청과 경기도청에 대한 압수수색을 실시하지 않는다면 검찰과 수사지휘 라인에 있는 사람을 상대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직무유기죄로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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