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열병식 대신 무기전람회…'전쟁 억제력 질량적 강화' 방침 재확인

김정은,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참관. 연합뉴스
북한이 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군 행사로 열병식 대신 최근 5년간 개발한 무기를 전시하는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을 개최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기념 연설에서 "국방을 강화하는 사업을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적이고 사활적인 중대 국사"라며,  올해 초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핵전쟁 억제력의 질량적 강화 등 국방력 강화 방침을 재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는 등 유화적인 발언을 하기도 했으나, 미국에 대해서는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가 하나도 없다", 우리 정부에 대해서는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고 비난하며 태도 변화를 압박했다.
 

노동당 창건 76주년 기념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개최 

북한의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조선로동당창건 76돌을 맞으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성대히 개막됐다"며, 김 위원장이 "개막식에 참석해 기념연설을 했다"고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연설에서 "우리 국가 앞에 조성된 군사적 위험성은 10년, 5년 전 아니 3년 전과도 또 다르다"며, "최근 들어 도가 넘을 정도로 노골화되는 남조선의 군비 현대화 시도를 봐도 조선반도 지역의 군사적환경이 변화될 내일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정은연설 "南 군현대화 명분과 위선적·강도적인 이중태도가 더 위험"

김 위원장은 스텔스 합동타격전투기·고고도무인정찰기 등 각종 첨단무기 반입과 미사일 지침 개정 등을 예로 들며 "남조선의 이같이 도가 넘치는 시도도 방치해두기 위험한 것이겠지만 그보다 더 위험한 것은 그들의 군비현대화 명분과 위선적이며 강도적인 이중적 태도"라고 비난하며, "남조선 당국이 우리의 자위적인 국방력 발전 권리까지 빼앗으려고 심지어 우리의 상용무기시험까지도 무력도발이라느니 위협이라느니, 긴장을 고조시키는 부적절한 행위라느니 하는 딱지들을 붙여놓고 미국을 위시한 적대세력들의 반공화국 목소리를 솔선 선창하는데 나서고 있다"고 강변했다.
 
김 위원장은 "남조선의 과욕적인 야심과 상대방에 대한 불공평을 조장하고 감정을 손상시키는 이중적이고 비논리적이며 강도적인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 계속 우리의 자위적권리까지 훼손시키려고 할 경우 결코 이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며 강력한 행동으로 맞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우리 주권행사 건드리지 않으면 조선반도 긴장유발 결코 없어"

김 위원장은 다만 "남조선이 한사코 우리를 걸고들지만 않는다면, 우리의 주권행사까지 건드리지 않는다면 장담하건대 조선반도의 긴장이 유발되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분명코 우리는 남조선을 겨냥해 국방력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다. 이 땅에서 동족끼리 무장을 사용하는 끔찍한 역사는 다시는 되풀이되지 말아야 한다"고 조건부 유화적 발언을 하기도 했다.
 
김 위원장은 아울러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며, "남조선당국과 전반적인 남조선사회의 대조선관점이 과도한 위기의식과 피해의식에서 헤어 나오기를 바랄 뿐"이라고 덧붙였다.
 
김 위원장이 남측을 향한 유화적인 발언 속에서도 이중기준에 대해 큰 유감을 표명하며 행동경고를 하고 나선 것은 남북통신선 연결 등 남북 대화의 재개 국면에서 국방력 분야에서의 이중기준 철회 등 선결 조건의 해결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 없어"

김 위원장은 남측과 달리 미국에 대해서는 "미국은 최근 들어 우리 국가에 적대적이지 않다는 신호를 빈번히 발신하고 있지만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며, "명백한 것은 조선 반도지역의 정세 불안정은 미국이라는 근원 때문에 쉽게 해소될 수 없게 되어있다"고 강조했다.
 
이런 발언은 선대선·강대강이라는 기존의 대미방침을 재확인하면서도 대북 인센티브 제공 등 대화여건 조성에 적극 나서지 않는 바이든 정부를 향한 강한 불만을 표명하며, 미국이 제의한 이른바 '조건 없는 대화'에 대해 사실상 거부 입장을 표명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특히 "조선반도에 조성된 불안정한 현정세하에서 우리의 군사력을 그에 상응하게 부단히 키우는 것은 우리 혁명의 시대적 요구이고 우리들이 혁명과 미래 앞에 걸머진 지상의 책무", "강력한 군사력 보유 노력은 평화적인 환경에서든 대결적인 상황에서든 주권국가가 한시도 놓치지 말아야 하는 당위적인 자위적이며 의무적 권리이고 중핵적인 국책", "무적의 군사력을 보유하고 계속 강화해 나가는 것은 우리 당의 드팀없는 최중대 정책이고 목표이며 드팀없는 의지"라는 등 국방력 강화 의지를 강조하는 발언을 이어갔다. "우리 후대들을 위해서라도 우리는 강해야 한다. 우선 강해지고 봐야 한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8차 당 대회는 국방과학부문과 군수공업부문에서 5개년계획기간 제2차 국방공업혁명을 수행하여 우리가 틀어쥔 군사 기술적 강세를 더욱 불가역적인 것으로 만들데 대한 구체적인 과업을 제시했다"며, "그것은 이미 마련한 전쟁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고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 전술적 수단들의 개발생산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을 기본골자로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핵전쟁 억제력의 질량적 확대 방침을 거듭 확인한 대목이다.
 

자극적인 열병식 대신 국방발전 전람회 개최로 대내외 軍 메시지 전달

이번 전람회는 최근 개발한 무기를 전시했다는 점에서 우리 측의 합동무기체계 전시회와 유사한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이 행사를 "대규모 열병식에 못지않은 일대 국력시위"라고 설명했다. 비용이 많이 들고 자극적인 대규모 열병식 대신 국방발전전람회를 개최해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을 인민들에게 강조하고 대외적인 메시지 전달도 꾀한 것으로 보인다.
 

무기 개발 공헌 인사에 훈장·표창·시계·금메달 수여…김정은과 사진 촬영

노동신문 보도에 따르면 이번 전람회에는 종합군악대의 특색 있는 예식, 인민군 전투원들의 격술시범, 낙하산병들의 강하기교, 전투 비행사들의 기교비행 등 군 관련 사전 행사도 열렸다.
 
김 위원장은 국방력 발전에 공헌을 한 성원들에게 김일성 훈장, 김정일 훈장, 김일성 상, 김정일 상, 공화국 노력영웅칭호, 금메달(마치와 낫), 국기훈장 제1급,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이름이 새겨진 시계 표창 등을 수여하고, 이들과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전문가 "대남대화 가능성 열면서 이중기준 철회 등 선결조건 해결 촉구"

김정은,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 참관. 연합뉴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열병식 대신 박람회를 통해 국방무기들을 공개한 것으로 사실상 수위가 낮은 형식의 국방무력 과시"라면서, "김 위원장의 연설이 국방과 관련된 것이 때문에 자극적인 표현도 있지만 그동안 북한이 견지해온 입장과 일치한다"고 평가했다.
 
양무진 교수는 "국방 관련 주권 행사를 건드리지 않으면 전쟁도 설전도 할 이유가 없다고 함으로써 남한의 태도 변화를 조건으로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으면서 이른바 '선결조건'에 대한 남한 당국의 응답을 촉구한 것"이고, "미국에 대해서는 한반도 정세 불안정의 근원은 미국이라며 바이든 행정부의 보다 적극적인 행동을 촉구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강압적 메시지"

반면 박원곤 이대 교수는 "'자위적 권리를 훼손할 경우 용납하지 않을 것이고 강력한 행동으로 맞설 것'이라는 북한의 경고는 앞으로 지속할 핵 및 미사일 개발에 문제를 제기하지 말라는 요구로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인정하라는 강압적 메시지"라고 해석했다.
 
박원곤 교수는 "'미국이 적대적이지 않다고 믿을 수 있는 행동적 근거는 하나도 없다'는 대목은 바이든 행정부가 제시한 '조건 없는 대화'를 사실상 거부하고, 연합훈련 영구중단, 대북제재 해제 등 실제적 조치를 요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 "전람회 개최, 군사행동을 도발 아닌 국가 활동으로 굳히려는 의도"

정대진 한평정책연구소 평화센터장은 "무력증강과 무기실험과 같은 군사적 행동을 도발이 아닌 일상적인 국가 활동으로 굳히려고 열병식 대신 국방 박람회를 개최한 것"이라며, "남북대화재개 국면에서 이중 기준 철회 등 자신들이 제기한 선결조건을 더욱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평가했다.
 

전문가 "국방보다 경제발전을 더 바라는 북한 인민 설득 필요"

임을출 경남대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국방력 강화보다는 경제발전, 주민 생활안전을 더 바라는 인민들에게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을 설명할 필요성에 따라 국방 전람회를 열어 국방건설을 더 강력하게 추진할 수밖에 없는 이유들을 소상하게 설명했다"며, "이번 연설을 통해 또 다시 국가 방위력 강화에 대한 명료한 메시지를 대내외에 분명하게 전달했다"고 말했다.
 

전문가 "北 국방강화 이유, 美 전략자산보다 南 군사력 증강에 더 초점"

임을출 교수는 "북한은 그동안 국가방위력 강화의 이유로 주로 미국의 전략자산 위협을 내세워왔으나 이제는 남측의 군사력 증강을 전면에 내세워 자신들의 첨단무기개발을 정당화하는 논조가 뚜렷해지고 있다"며, "북측이 국방력에서 남측에 대해 상대도 되지 않는다고 말하고는 있지만, 이제는 남북 간 군사력 균형의 역전 가능성을 심각히 우려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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