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北 첨단무기 총출동 국방력 과시…국방력 정당화 논리도 변화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12일 "조선노동당 창건 76돌을 맞으며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 11일 3대혁명전시관에서 성대히 개막되었다"라고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이번 전람회장에는 최근 5년간 개발 생산된 각종 무기, 전투기술기재 등이 전시됐다. 뉴스1 제공
북한이 당 창건 76주년을 맞아 열병식 대신 선택한 군 관련 행사는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이라는 이름의 무기 전시회였다.
 
북한 노동신문이 12일 공개한 사진들을 보면 전람회가 개최된 평양 3대혁명 전시관에는 북한이 지난 5년 동안 개발한 각종 전략·전술 무기가 총출동됐다.
 
화성14, 화성15형, 화성16형 등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북극성-3형, 북극성 5-ㅅ 등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과 같은 전략무기는 물론, 올들어 시험 발사한 극초음속미사일, 신형반항공미사일, 신형전술유도탄에다 지난 2019년 선보인 초대형 방사포 등도 모습을 보였다.
 

5년간 개발된 신무기 총출동, 김정은 신형전차 배경으로 연설 

전람회 벽면 곳곳에 '주체의 병기창', '주체의 핵 강국', '마사일 맹주국', '노동당의 혁명공업' 등 대형 문구가 붙어 있었고, 단상 뒤로는 신형전차를 올려놓아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연설할 때 배경이 되도록 했다.
 
김 위원장은 이번 전람회에 대해 "우리 국가가 도달한 국방과학 군수공업의 경이적인 발전상과 그 눈부신 전망을 과시하는 일대 축전"이자 "대규모 열병식에 못지않게 큰 의의를 가지는 사변적 국력시위"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5년 동안 개발한 신무기를 김 위원장 집권10년 국방 분야의 성과로 인민들에게 제시한 셈이다. 김 위원장은 스스로 "우리 공화국의 건국 역사에 일찍이 가져보지 못하였던 막강한 국방력"이라면서 "우리 인민의 오랜 숙망을 풀어주는 특출한 최신 성과"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열병식 보다 덜 자극적인 무기전람회 매년 개최 가능성

무기 전시회를 통한 국방력 과시인 만큼 앞으로 각계각층 인민들의 전시회 관람이 예상되고, '자위-2021'이라는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해 마다 무기 전시회가 개최될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열병식에 비해 비용과 노력이 적게 들고 국제 사회를 자극할 우려가 낮은데다, 핵능력과 결합하는 군사적 도발이라는 우려보다는 주권국가의 일반적인 무기전시회임을 부각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북제재의 장기화와 코로나19 등으로 경제적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는 인민들에게 김 위원장이 직접 국방력 강화의 필요성을 설명할 필요성이 있다는 점도 감안한 것으로 보인다.
 

"경제 어렵고 중대 과업들 있지만 국방력 강화가 더욱 중요"

연설하는 김정은 국무위원장. 뉴스1 제공
김 위원장은 연설의 끝 부분에서 "나라의 경제적 사정이 의연 어렵고 다른 부문들에서도 발걸음을 재촉하고 시간을 다투는 중대한 과업들이 있겠지만 모두가 국방력 강화의 중차대함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국가방위력의 우선적 발전을 떠난 우리 혁명의 그 어떤 발전과 성과도 생각할 수 없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이 특히 그렇다.
 
인민들의 의식주 문제 해결과 경제발전 등 중대 과업들이 많지만 "강력한 자위력이 없이 당과 정부의 대내외 정책들의 성과적 추진을 기대할 수 없으며 나라의 안정과 평화적 환경을 생각할 수 없다"는 인식인 셈이다.
 

전쟁억제력의 질량적 확대·전략무기 개발 가속화 방침 재확인

김 위원장 연설은 결국 올해 초 8차 당 대회에서 제시한 "국방과학부문과 군수공업부문의 5개년 계획기간 제2차 국방공업혁명의 수행"으로 수렴됐다. 즉 "이미 마련한 전쟁 억제력을 질량적으로 더욱 강화하고 국가안전을 위한 필수적인 전략 전술적 수단들의 개발생산을 더욱 가속화하는 것"이다.
 
김 위원장은 "이제 우리 자위적인 국방력은 계속 변할 것"이라며, "더욱 확고하고 더욱 완비되고 더욱 강해진 전략적 힘, 전쟁 억제력이 우리 조국과 인민의 안전과 미래를 지키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전략전술무기 개발을 통해 핵전쟁 억제력을 계속 강화하겠다는 방침의 재확인인 셈이다.
 

"주적은 전쟁 그 자체,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 아냐"

특히 김 위원장의 이번 연설에서는 대외적으로 핵 국방력 강화를 정당화하는 논리와 관련해도 일정한 변화가 있어 눈길을 끈다. 김 위원장은 지난 1월 8차 당 대회에서 '주적은 미국'이라는 발언을 수정해 "우리의 주적은 전쟁 그 자체이지 남조선이나 미국 특정한 그 어느 국가나 세력이 아니라"고 말했다.
 
이런 발언은 "국방력 강화를 한국과 미국 등 특정국가에 대한 위협 용도가 아니라 주권국가가 행사하는 자위권 차원의 보편적인 권리로 일반화해 무기개발을 정당화하는 의도"로 풀이된다.

전문가 "무기개발을 주권국가의 자위권으로 일반화해 한미우려 차단"

북한의 국방력 정당화 논리가 변화해 여러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이 북한 문제 협의차 미국을 방문했다. 사진은 11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 인근 로널드 레이건 공항에서 특파원들과 만나 질문에 답하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홍민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은 "국방력 강화가 대남·대미 위협 용도가 아니라 '포괄적인 자위적 전쟁억제력' 차원으로 규정해 무기개발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난과 우려를 차단하고, 향후 전략·전술무기 개발 프로세스의 완수 의지를 보인 것"이라고 해석했다.
 
김 위원장이 남측을 향해 "이중적이고 비논리적이며 강도적인 태도에 커다란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 계속 우리의 자위적 권리까지 훼손시키려고 할 경우 결코 용납하지 않을 것"이지만, "남조선이 우리의 주권행사까지 건드리지 않는다면 장담하건대 조선반도의 긴장이 유발되는 일도 결코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같은 의도로 관측된다.

무기개발과 국방력 강화 등 북한의 주권행사를 용인한다면 한반도에 긴장을 유발할 것도 없고 더 나아가 남북관계도 개선될 것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말하는 전쟁억제력과 남조선이 말하는 대북억지력은 어휘와 뜻과 본질에서 다른 개념"이라는 김 위원장의 강변도 결국은 자신들의 전략전술무기 개발 등 핵 무력 증강을 보편화하는 시도인 셈이다.
 

비핵화를 수단으로 한 정상국가화 전략에도 일정한 수정

이에 따라 지난 2018년 비핵화를 수단으로 한 북미대화, 이를 통한 북미수교 등 정상국가 진입이라는 북한의 목표가 일부 수정됐다는 관측도 나온다.
 
홍민 연구위원은 "북한이 이전에 첨단 무기개발과 실험을 북미협상을 압박하는 수단적 옵션으로 봤다면, 2019년 이후부터는 무기개발 프로세스를 북미협상과는 상관없이 완수해야할 별도의 프로세스로 보고 있다는 점이 이번 연설에서 명확하게 드러났다"며, "전략·전술무기의 개발을 통한 전쟁 억제력 확보로 군사적 비대칭성을 일정하게 극복해 남북 간에 평화적 공존 및 군축협상, 북미간에 제한적 핵군축 협상을 유도한다는 전략적 변화"라고 설명했다.
 

北 매체, 김 위원장 맞담배 사진 공개한 이유는?

한편 북한 매체들은 이날 전람회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주요 간부들과 맞담배를 피는 사진을 공개하기도 했다.
북한 매체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국방발전전람회 '자위-2021'에 참석해 장창하 국방과학원장(김정은 위원장 오른쪽),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가장 오른쪽) 조용원 노동당 조직비서(앞줄 오른쪽) 등 간부들과 함께 맞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공개했다. 뉴스1 제공
김 위원장이 최룡해 상임위원장과 조용원 당 조직비서, 장창하 국방과학원장, 김정식 당 군수공업부 부부장 등과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담배를 피우는 모습으로, 김 위원장을 포함해 모두 7명 중 6명이 담배를 피웠다.
 
과거 김 위원장과 맞담배를 피운 사진이 공개된 것은 최근 정치국 상무위원에서 해임된 리병철이 유일했다. 맞담배 사진의 공개는 대북제재와 코로나 19 등 3중고 속에서 인민들 위에 군림하는 당 간부들을 강하게 질타하던 그 동안의 긴장된 분위기에 대해 완급을 조절하려는 뜻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상근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지난 달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부터 간부들과 특수 단위들에 대한 질타를 멈추고 간부들의 사업방식에서 긍정적 변화를 격려하는 흐름이 있었다"며, "3중고 속에 인민들만이 아니라 간부들의 피로감도 갈수록 누적되는 상황에서 김 위원장이 리더십 확대와 중대과업의 원만한 수행을 위해 간부들의 숨통을 터주는 조치도 필요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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