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문심'은 내가 안다? 아전인수 해석이 혼란 키운다

문재인 대통령. 연합뉴스
"청와대는 엄중히 생각하고, 지켜보고 있다" (2021년 10월5일 박경미 청와대 대변인)
"검찰과 경찰은 적극 협력하여,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조속히 규명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 달라"(2021년 10월12일 문재인 대통령)

대선 정국의 블랙홀이 된 대장동 특혜 의혹과 관련해 청와대와 문재인 대통령이 내놓은 발언은 딱 두 가지다. 글자 그대로 해석하면 메시지 자체는 그다지 특별할 것 없지만 여권의 반응은 뜨거웠다.

우선, '엄중히 생각한다'는 한마디에 이재명 경기도지사와 관련해 각종 추측과 해석이 붙었다. 경선 기간 일부 캠프에서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섣불리 추측하면서, 이를 네거티브 홍보에도 이용했다고 한다.

'철저한 수사' 발언 이후에도 역시나 추측은 이어지고 있다. '문심'을 파악하기 위해 각 캠프 주요 관계자들이 청와대 쪽에 분주하게 전화를 걸었다는 말이 들린다.

그렇다면 '문심'은 무엇일까. 문 대통령은 법률가 출신의 원칙론자다. 정무적 감각이나 정치적 유불리보다는 원칙과 법리를 중시하는 스타일이다. 게다가 문 대통령은 일찌감치 대선을 앞두고 정치적 중립을 여러번 강조했다.

사실, 문 대통령은 사안의 중대성을 직감하고 초기부터 철저한 진상규명의 입장을 표명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참모들의 만류로 자제해오다 경선이 끝난 뒤에 원론적 입장을 밝혔다.

문 대통령이 뒤늦게나마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것은 이번 사안을 그만큼 비중있게 보고 있다는 뜻이다. 중대한 사안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는 것은 국정을 책임지는 최고 지도자로서의 당연한 행보다. 여기에 과도한 해석을 붙이거나 속뜻을 왜곡하는 것은 당청간의 오해를 쌓을 뿐이다.

그런데도 청와대 대변인 출신의 고민정 의원은 13일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있는 그대로 해석하지 않고 "특검 요구에 선을 그은 것"이라는 등의 부풀린 해석을 내놨다.

대통령의 스타일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을 측근들마저 과장된 해석을 하거나, 발언에 '정치'가 묻어있지 않을까 당과 캠프에서 암암리에 청와대에 내부 문의를 한다고 하니, 당청간 상호 신뢰 관계가 의심될 정도다.

측근들조차 궁금해하는 문심은 글자 그대로 '엄중한 생각'과 '철저한 진상 규명'일 것이다. 여기에 어떤 해석을 붙이거나 과민하게 반응하는 것은 여권 대선 가도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물론 문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방해하는 일이다.

주요 인물이 구속되고, 검경이 총력 수사를 벌이고 있는 대장동 사건은 더이상 단순한 '정치'가 아니다. 우리 사회의 큰 비리로 비화될 수 있고, 어디까지 파급이 미칠지 아직은 지켜봐야 한다. 이런 와중에 대통령이 아무말도 하지 않고 침묵만 지키는 것은 정상이 아니다. 당은 청와대로 향하는 과민한 촉은 줄이고 대신에 성난 민심에 귀기울이면서 차분히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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