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화천대유 '전주' 킨앤 대표·부사장, 최태원 횡령 통로 '베넥스' 출신

킨앤파트너스 대표·부사장, 2008년 '베넥스인베스트먼트' 근무
베넥스, 과거 최태원 횡령 통로…회장 지시로 495억 빼돌려
450억원, 최기원→킨앤→화천대유 흘러가…초기 자본 역할
그룹 차원서 대장동 사업 인지·관여 의혹…崔 "관련된거 없다"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의 초기 전주(錢主) 역할을 했던 킨앤파트너스에 과거 SK그룹 최태원 회장의 횡령 통로 역할을 했던 투자회사 '베넥스인베스트먼트'(베넥스)의 인물 2명이 포함돼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베넥스에서 각각 상무와 실무진이었던 이들은 킨앤파트너스에서 대표와 부사장 등 핵심 역할을 맡았고, 화천대유 투자를 진행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껏 최 회장과 SK그룹 측은 화천대유 사태와의 무관함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화천대유에 흘러간 돈 대부분이 최 회장 여동생인 SK행복나눔재단 최기원 이사장으로부터 온 데다가, 실무를 맡아서 진행한 인물들이 과거 최 회장 횡령의 통로 역할을 한 회사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드러나면서 그 배경에 의구심이 짙어지고 있다.

14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화천대유에 킨앤파트너스가 투자하기로 결정한 2015년 당시 킨앤파트너스의 박중수 대표와 부사장 A씨는 모두 베넥스 출신인 것으로 확인됐다.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등기부 등본에 따르면 킨앤파트너스 박중수 전 대표가 2009년까지 '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등기부등본 캡처
등기부등본에 따르면 킨앤파트너스에서 2015년 1월부터 2018년까지 대표를 맡았던 박 전 대표는 베넥스에서 2009년까지는 등기 이사로, 2013년부터 2016년까지는 감사로 이름을 올렸다. 그는 2008년 당시 베넥스 대표와 함께 영화 투자 등을 주도했고, 2010년 한 언론 인터뷰에서는 '베넥스 상무'로 등장한다.

박 전 대표는 횡령 사건으로 문제가 됐던 SK그룹 오너의 '금고지기' 베넥스 김준홍 전 대표와도 계속 얽힌다. 김 전 대표와 함께 2011년~2012년 '더컨텐츠콤'이라는 회사에서 사내이사를 역임하는가 하면, 번갈아가며 대표를 맡기도 한다. 더컨텐츠콤은 SK계열사들이 출자한 펀드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2018년 카이스트에서 열린 한 심포지움에 외부자문위원으로 이름을 올린 킨앤파트너스 전 부사장 A씨. 그의 이력에는 베넥스인베스트먼트 부장으로 근무한 사실이 나와있다. 관련 팸플릿 캡처
더불어 2012년부터 2018년까지 킨앤파트너스의 부사장이었던 A씨는 베넥스에서 2008년부터 2012년까지 '부장'으로 근무 한 바 있다. A씨는 베넥스, 킨앤파트너스를 거쳐 현재는 모 투자회사의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문제는 베넥스가 과거 최 회장과 동생인 최재원 수석부회장의 수백억대 횡령 사건에 깊숙이 연루됐던 투자회사라는 점이다. 횡령이 발생한 시기 또한 2008년으로 박 전 대표와 A씨가 근무했던 시기와 겹친다.

당시 베넥스는 SK그룹 계열사들로부터 자금 총 2800억원을 출자받았는데, 이 중 약 500억원이 자금세탁을 거쳐 최 회장의 선물 투자를 담당한 SK해운 김원홍 전 전무에게 흘러간 것이 문제가 됐다. 검찰은 자금 흐름이 최 회장 형제 지시로 이뤄진 것으로 보고 최 회장 형제와 김씨를 모두 횡령 등 혐의로 기소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08년 10월 SK그룹의 주요 계열사들로 하여금 베넥스에 1천억원대 펀드를 출자하도록 지시한다. 이후 김 전 대표는 창업자대여금 등 명목으로 총 495억원을 빼돌렸고, 이를 김 전 전무에게 송금했다. 김 전 전무는 이 돈으로 선물 투자 등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에도 최 회장의 '동생'이 연루됐다. 최재원 수석부회장은 재판에서 "형은 모르는 일"이라며 모든 책임을 지려고 했다. 최 회장 또한 "본인은 지시하거나 관여한 적 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1심 재판부는 최 수석부회장에게는 '무죄'를, 최 회장에게는 징역 4년의 실형을 선고했다.

이후 2심에서 김 전 대표가 "최 회장 형제의 지시로 한 일"이라고 진술을 번복하면서 최 수석부회장 또한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이 선고됐다. 최 회장은 징역 4년, 최 수석부회장은 징역 3년 6개월 형이 확정됐다.

반면 1심에서 징역 3년 6개월을 선고받았던 김 전 대표는 2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으로 감형받았다. 김 전 대표는 현재 최 회장 등과 관계가 틀어져 미국에서 지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기원 이사장. 연합뉴스
결국 최 회장의 횡령 통로였던 '베넥스'의 인물들이 그대로 킨앤파트너스에 들어와 최기원 이사장의 돈을 화천대유에 투자하는 등 핵심 역할을 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SK그룹 차원에서 대장동 사업을 인지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박 전 대표는 2015년 1월 킨앤파트너스 대표에 취임하고 약 4개월 뒤인 2015년 5월부터 화천대유에 수백억대 돈을 빌려주기 시작했다. 장기차입금 명목으로 291억원 빌려준 것을 시작으로 대여금은 총 456억원까지 늘어났다. 2018년 화천대유는 이 중 105억원은 상환하고, 351억원은 '프로젝트투자금'으로 바뀐다. 이 돈은 모두 최 이사장으로부터 왔다.

화천대유는 해당 돈을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을 구성하기 위한 초기 비용으로 사용했다. 통상 PF 사업에선 초기 자본을 구하지 못해 무산되는 경우가 많다. PF가 모두 구성될 때까지 버틸 초기 자본이 매우 중요한 셈인데, 최 이사장이 빌려준 돈이 핵심 역할을 한 셈이다.

취재진은 박 전 대표와 A씨에게 입장을 묻기 위해 수차례 자택 등을 찾아가는 등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SK 관계자는 "박중수 전 대표가 베넥스에 잠깐 있었던 것은 맞다"면서도 "박 전 대표는 2007년 베넥스가 만들어질 때 입사했다가 2008년 상반기에 퇴사를 해서 하반기에 벌어진 (횡령) 사건과는 관계가 없다. (횡령 사건) 관련해서 박 전 대표가 검찰 수사를 받거나 한 적도 없다"고 해명했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13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비공개 기자간담회에서 "대장동이 뭔지, 제 여동생이 투자를 했는지, 무슨 관계가 있는지 추석에 알게 됐다"며 "저나 저희 그룹이 여기 관련되거나 하진 않았다는 것을 분명히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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