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양강 약한 부위 파고든 유승민·원희룡

유승민, 원희룡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18일 국민의힘 대선주자 토론회에서 돋보인 건 유승민·원희룡 후보였다. 양강인 윤석열·홍준표 후보는 핵심 철학과 공약의 구체성을 파고드는 유 후보와 원 후보의 날카로운 질문에 충분한 답을 하지 못했다.

元 "이명박, 박근혜 수사, 정의냐 보복이냐" 尹 "이 잡듯 뒤진 건 아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4명은 이날 부산 MBC에서 부산·울산·경남 지역 합동 토론회를 열였다.

원희룡 후보는 검찰총장 출신 윤석열 후보가 강조해 온 '법과 원칙'을 파고 들었다. 원 후보가 "법에 따라서 처리하는 것과 정치 보복의 차이는 무엇이냐"고 질문하자 윤 후보는 "'조국 사건', '이재명 아수라 게이트' 등 저절로 드러난 것은 처리해야 되지만 누구를 딱 집어놓고 그 사람 주변을 1년 12달 계속 뒤지고 찾는 것은 정치 보복"이라고 설명했다.

국회사진취재단
그러자 원 후보는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을 수사해서 구속시킨 것은 저절로 드러난 정의의 실현인가? 정치 보복인가?"라고 물으며 윤 후보의 말문을 막히게 했다.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검의 수사팀장 출신인 윤 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정의의 실현이라고 단언한다면 열성 지지자들의 반감을 살 수 밖에 없고, 정치 보복이라고 답한다면 항상 원칙을 지켜왔다는 자신의 철학을 뒤집는 일이 되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두 분 전직 대통령에 대한 것은 저희가 이 잡듯이 막 뒤져서 한 것은 아니다"라고만 답했다. 원 후보는 다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수사는 보복인가 저절로 드러난 것인가" 물었는데, 잠시 생각하던 윤 후보는 "초기에 제가 알고 있기로는 2008년 박연차에 대한 특별세무조사와 검찰 송치 과정에서 진술이 나온 것 같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하려 했다. 원 후보는 재차 "보복인가 아닌가"를 답할 것을 요구했는데, 이 역시 본선까지 내다보고 있는 윤 후보가 가볍게 답하기는 힘든 질문이었다. 윤 후보는 "수사를 안 한 사람이 어찌 이야기하겠느냐"며 답변을 마무리했다.

국민의힘 유승민 대선 경선 후보가 18일 오후 부산MBC에서 제4차 TV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제 전문가' 유승민 후보는 우리나라 경제 상황을 전망하면서 윤 후보에게 질문했다. 유 후보는 "우리나라를 관찰하는 외국인 투자자도 국내 전문가도 그렇고 많은 사람들이 성장이 둔화되고 실업 늘어나면서 물가가 올라가는 '스태그플레이션'을 이야기하는데, 윤 후보는 '슬로우플레이션'을 들어봤느냐"고 물었고, 윤 후보는 "못 들어봤다"고 솔직히 답변했다.

유 후보는 "슬로우플레이션은 성장이 마이너스로 내려가는 것은 아니지만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물가는 오르는 것"이라며 "우리나라는 돈이 엄청 풀려 슬로우플레이션이 될 확률이 높다"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해결방안으로 "저는 정말 경제 성장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제시했다. 이어 "코로나19 이후에 딱 한 가지 필요한 성장정책을 무엇이라 하겠느냐. 저는 인재라고 생각한다"고 질문했다. 윤 후보도 "결국 사람"이라며 유 후보의 견해에 동의했다.

劉 "복지 전달체계 개편해 몇 조원 절약하나?" 洪 "다시 공부하겠다"


국민의힘 홍준표(왼쪽부터), 원희룡, 유승민, 윤석열 대선 경선 후보들이 18일 오후 부산MBC에서 제4차 TV 토론회를 하기 앞서 토론을 준비하고 있다. 연합뉴스
홍준표 후보는 공약의 구체성과 현실성을 파고 드는 원희룡, 유승민 후보의 질문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모습을 노출했다.

원 후보는 홍 후보의 '부산·울산·경남 수소경제' 공약에 대해 물으며 "수소는 무엇으로 만드냐"고 질문을 던졌다. 홍 후보는 당황한 듯 "수소는 H2O 아니냐"라고 답했다. 원 후보는 "H2O는 물"이라며 "물로 만들 것이냐?"고 질문을 이어갔다.

홍 후보는 "지난번에도 원 후보에게 당했는데 이번에도 당했다"며 웃어 넘겼다. 홍 후보는 마무리 발언에서도 "다음 토론 때는 수소를 어떻게 만드는지, 그것부터 알아보고 나오겠다"고 말하고, SNS에서는 "수소가 어떻게 만들어 지는지 세세한 부분까지도 알아야 되는지는 의문이다. 토론할 때마다 꼭 미세한 각론으로 골탕을 먹이는 원희룡 후보를 다음 토론 때 부터는 조심해야겠다"며 계속 마음에 담아두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유승민 후보는 사회복지 재원 마련 방법과 관련된 질문을 홍 후보에게 던졌다. 유 후보는 "지난 금요일 홍 후보와 윤 후보의 맞수토론을 보니, 복지 이야기를 하시며 정부가 쓰던 돈 지출을 줄이고, 복지 전달체계를 개혁하면 돈을 아껴서 복지할 수 있다. 세금 더 안 걷어도 된다는 말에 두 분이 동감하셨다"며 "지출 구조조정을 하고, 복지 전달체계를 개혁하면 몇 조원이나 만들 수 있느냐"고 질문했다.

홍 후보는 "윤석열 후보께서 그렇게 말씀을 하시기에 제가 동의를 했다"거나 "경남지사 시절, 재정 개혁을 해서 고정 비용을 많이 줄이고, 줄인 비용을 복지에 투입해봤다"면서도 대략적인 액수나 비율을 설명하지 못했다. 홍 후보는 "유 후보님이 정리해서 말씀해 주시면 다시 공부하겠다"며 물러섰다.


유승민, 원희룡 후보는 서로에게도 구체적인 정책 검증을 시도했고 물러서지 않았다. 유 후보는 원 후보에게 "지난 3월 인터뷰를 보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통과를 두고 '법적 절차를 무시했다'며 반대입장을 밝혔는데, 찬성으로 말이 바뀌었다"고 지적했는데 원 후보는 "찬성한다. 계획을 세워서 예비타당성 등을 거쳐 가야한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원 후보는 유 후보에게 "사회서비스 종사자 중에서도 처우 차이가 심하다. 있는 일자리에도 사람들이 안 가려 하는 데 일자리만 늘릴 것이냐"고 지적했고, 유 후보는 "비정규직, 저임금 및 원 후보님 정확하게 지적한 그들 사이의 불공평한 문제를 중앙정부가 개선할 수 있다"고 했다.

살벌한 검증 사이에서도 토론 말미에는 덕담도 오고갔다. 원 후보는 유 후보를 "역시 전문가"라며 추어올렸고, 유 후보도 "갈수록 토론이 뜨거워져서 좋다"며 모두를 칭찬했다. 유 후보는 "윤석열 후보가 토론 실력이 갈수록 느신다"고 말했고, 윤 후보도 "유승민 후보가 오늘은 정책으로 가장 잘한 것 같다"고 했다. 홍 의원은 "원희룡 후보가 제일 잘했다. 제가 골탕을 먹었다"며 웃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