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인 '누리호'…우리 기업도 '뉴스페이스' 개척

발사대로 이송되는 누리호 비행모델.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모든 준비를 마치고 오는 21일 1차 발사를 시도하는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는 순수 국내 기술로 제작됐다. 8년여 전 발사된 나로호(KSLV-I)와 달리 누리호는 설계·제작·시험·발사 운용 등 모든 과정이 우리 손으로 진행된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누리호 프로젝트에는 국내 주요 방산기업을 비롯해 300여개 기업에서 500여명이 참여했다. 누리호 전체 사업비의 80% 정도인 약 1조 5천억 원은 참여 기업에 쓰였다. 나로호 개발 당시 국내 산업체 집행액은 불과 1775억 원이었다.

누리호 개발을 통해 우주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고 관련 기업의 기술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가 반영된 덕분이다. 정부는 누리호 개발 초기부터 산·연 공동설계센터를 구축해 관련 기술 이전을 지원했다.

누리호 체계 총조립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이 맡았고, 엔진 총조립은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담당했다. 2014년부터 누리호 사업에 참여한 KAI는 300여개 기업이 납품한 제품 조립을 총괄했다. 누리호 1단 연료탱크와 산화제 탱크도 제작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누리호 엔진, 터보펌프, 시험설비 구축 등에 참여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납품한 '75톤 액체로켓 엔진'은 누리호의 핵심 부품이다. 발사체가 중력을 극복하고 우주궤도에 도달하는 동안 극한 조건을 모두 견뎌 낼 수 있도록 제작됐다.

누리호 1단 종합연소시험.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누리호 연소 시험은 현대로템이 진행했고, 누리호가 쏘아 올려질 발사대도 국산이다.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 내 한국형 발사체 발사대(제2발사대)는 현대중공업이 총괄해 지난 2016년부터 지난 3월까지 약 4년 6개월에 걸쳐 건립됐다.

이들 대기업을 비롯해 두원중공업, 에스앤케이항공, 이노컴, 한국화이바 등 수많은 우주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도 누리호 사업에 함께 했다.

또한 △체계종합(유콘시스템·카프마이크로 등 6곳) △추진기관/엔진(에스엔에이치·비츠로넥스텍 등 9곳) △구조체(두원중공업·에스앤케이항공 등 9곳) △유도 제어/전자(7곳) △열/공력(한양이엔지·지브이엔지니어링 등 3곳) 등 주력 분야 참여 기업은 30여개에 달한다.

이번 누리호 개발·발사를 계기로 우리나라에서도 민간이 주도하는 '뉴 스페이스(New Space)' 시대가 열릴 것이라는 기대가 나온다. 해외에서는 이미 스페이스X, 블루오리진, 버진갤럭틱 등이 정부 주도의 우주 개발 산업을 뒤로 하고 우주 개척에 앞장서고 있다.  

KAI는 경남 사천에 설계-제작-조립-시험을 진행할 수 있는 '민간 우주센터'를 건설 중이다. KAI는 누리호 기술을 기반으로 발사체 체계종합기술을 강화하고, 향후 사업 영역을 확대해 우주 전문 기업으로 발돋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화그룹은 지난 3월 우주 산업을 총괄하는 협의체 '스페이스 허브'를 출범하는 등 관련 사업을 늘리고 있다. 스페이스 허브는 김승연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으며 한화시스템·한화에어로스페이스·㈜한화, 인공위성기업 쎄트렉아이가 참여하고 있다.

한화가 서울 ADEX 2021 전시회에서 일반에 처음 공개한 누리호의 핵심 장치 '75t 액체로켓 엔진' 실물. 연합뉴스
한화는 올해 5월 카이스트(KAIST)와 스페이스 허브 우주연구센터를 설립해 위성 간 통신 기술을 공동 개발 중이다. 한화시스템은 위성통신 안테나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관련 해외 선진 기업을 인수하거나 투자하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지난해 6월 영국의 위성통신 안테나 전문 기업인 페이저 솔루션의 사업을 인수해 한화페이저를 설립했고, 같은해 12월에는 미국 '카이메타'에 약 330억 원을 투자해 카이메타의 위성 안테나 제품 한국 시장 독점 판권을 확보했다.

특히 한화시스템은 올해 8월 글로벌 우주 인터넷 선두 기업 '원웹'(OneWeb)에 약 3500억 원을 투자하고 이사회에 합류했다.

정부는 향후 발사체 기술을 민간에 이전해 민간 발사체 개발 및 양산 역량을 제고하는 등 민간 기업이 주도하는 우주산업 생태계를 활성화할 계획이다.

청와대는 19일 "대기업뿐만 아니라 우주 소재·부품·장비 분야 중소기업이 함께 참여해 우주산업을 육성하는 기회가 됐다는 점, 후속 발사체 성능을 고도화해 달착륙선 발사 등을 추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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