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한국타이어노조, '투표 인증샷' 넘어 '투표 조작'도 있었다" 폭로

한국타이어노조 임단협 투표 과정에서 쓰인 투표함과 투표 용지. 한국타이어노조 전 고위 간부는 2015년부터 2017년에 걸쳐서 투표 조작행위가 있었다고 폭로했다. 독자 제공
한국타이어 노조 투표 과정에서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했다는 폭로가 나왔다. 투표용지 바꿔치기에 가담한 것으로 지목된 노조와 사측의 인사들은 굳게 입을 닫고 있다.
 
[관련기사 : CBS노컷뉴스 21. 5. 24 멈추지 않는 한국타이어 사고…기계에 머리 끼고 가스 흡입, 21. 5. 31 노조 선거에 '투표 인증샷'…수시로 노조 보고 받은 노경팀 등]
 
앞서 대전CBS는 7차례에 걸쳐 한국타이어의 멈추지 않는 산업재해와 노동자를 대변하지 못하는 노동조합의 실태 등을 집중보도한 바 있다.  
 
당시 기획기사에서는 2017년 사측이 한국노총 고무산업노련 산하의 한국타이어노조의 대의원 선거와 임단협 투표에 개입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국타이어노조 조합원이 관리자와 노사 관계를 담당하는 사측 부서 차장 등에게 '찬성'에 기표한 선거 인증샷을 찍어 보내거나 노조 동향을 수시로 보고한 카카오톡 대화 내용이 공개된 것이다. 현행법상 회사가 노조 활동에 개입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로 불법일 뿐더러, 노동자들의 권익은 외면되는 사측과 노조의 관계에 대한 지탄이 높았다. 당시 사측은 "노동조합 활동에 개입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개입할 수도 없다"며 부인했다.
 
그런데 이 같은 '투표 인증샷'을 넘어 '투표 조작'도 있었다는 한국타이어노조 전 고위 간부의 증언이 나온 것이다.  
 
한국타이어노조에서 고위 간부를 지낸 A씨는 CBS와의 인터뷰에서 "조합원들의 기대치는 높은데 그에 맞는 교섭안이 나오지 않았고, 2노조에서 선전전도 하고 있던 상황이었다"며 "위원장이 임단협 교섭안 찬반 투표에 대해 부정행위를 하라고 지시를 내렸다"고 주장했다. "안 하면 다 죽는다는 소리에 거부할 수가 없었다"며 "후회가 되지만 어떡하겠나. 그래서 찬반투표 표갈이(조작)가 이뤄진 것"이라고 덧붙였다.
 
A씨는 임단협 투표 조작 행위가 어떻게 이뤄졌는지 구체적인 진술을 이어갔다.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은 따로 투표를 하는데 금산공장의 경우 투표가 끝나면 (투표함을) 노조 지부장실에 보관했다"며 "그리고 키는 두 개였다. 하나는 선관위에, 하나는 노동조합에 보관돼있었다"고 A씨는 말했다.
 
한국타이어 노동조합 사무실에 보관된 투표함 키. 독자 제공
"개표가 이뤄지기 전 노동조합에 보관된 키를 이용해 투표함을 미리 열고,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했다"는 것이 A씨의 설명이다. 투표함은 밀봉을 위해 테이프를 감아서 오지만 허술하게 감겨서 오는 것을 떼고, 투표용지를 바꿔치기한 뒤 다시 감았다고 한다. "투표용지에는 일련번호가 없었다. 노조 간부는 각 선거구별로 대의원에게 인원수에 맞게 (투표용지를) 봉투에 담아서 주고, 별도로 용지를 가지고 있었다. 직인도 가지고 있었다"고도 했다.
 
A씨에 따르면, 당시 제1노조인 한국타이어노조 조합원들 사이에서 교섭안에 대한 불만이 팽배했고, 민주노총 금속노조 산하의 '한국타이어지회'가 설립되며 제2노조로의 이탈에 대한 우려가 큰 시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사측과 1노조가 함께 만든 교섭안이 부결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자 투표 조작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조작과정에서 주의할 점도 있었다고 한다. "아무거나 (표갈이) 하는 게 아니고, 흔적이 있고 흔적 남겨놓는 사람들 있어서 깨끗하게 찍은 반대표만 바꿔치기한 것"이라고 A씨는 귀띔했다.
 
투표 조작행위는 2015년부터 2017년까지 이뤄졌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로 CBS는 2017년 임단협 찬반 투표가 실시되기 이틀 전 당시 위원장과 노조 간부 등이 나눈 대화 내용을 입수했다. 이 대화에서 위원장은 "통, 통, 섞을 거니까 너네들 바꿀 때 말이야. 100% 다 바꿔버려. 그 대신 이상한 표 있잖아. 반드시 그건 버리면 안 되는 거야"라고 말했다. 이어 "바꾸는 거야. 섞어버려야지. 한 번에 하려 하지 말고 바꿀 때 쭉 빨리빨리 바꿔야 돼. 하루밖에 없단 말야"라고 말하기도 했다.
 
왜 노조는 조합원들의 의견을 '찬성'으로 만들어야 했을까. "위원장과 회사와 사전에 얘기가 됐던 것이고, 회사에서도 이 찬반 투표에 부정행위가 있던 걸 다 알고 있었다"며 "회사에 의해 움직이는 부분"이라고 A씨는 주장했다. 이어 "바꿔치기한 반대표는 당시 사측의 한 팀장 처가집에서 폐기했다"고도 했다.
 
다만 이 같은 시도가 모두 '성공'하지는 못했다고 한다. 금산공장의 경우 2015, 2016년에는 교섭안이 가결됐지만 2017년에는 반대표가 더 많이 나왔다고 한다. "조합원들의 의심의 눈초리가 있었고 투표함이 밀봉돼 왔기 때문에 표를 많이 바꾸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CBS는 투표 조작 의혹에 대해 당시 위원장의 입장을 받기 위해 수차례 접촉을 시도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질의 내용들을 여러 차례 전달했지만 회신을 받지 못했다.
 
2017년 대화 내용에 등장하는 한 노조 간부는 CBS와의 통화에서 "내가 알고 있는 내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투표 조작 행위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는 "예", 그 사실을 아예 모른다는 입장이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예"라고 답한 뒤 더 이상 연락을 받지 않았다. 대화 내용에 따르면, 이 노조 간부는 당시 "(개표 당일 본인이 들어가는데) 제가 잘 섞어서 마지막 시간에서 맞다라고…제가 맞다라고 하면 아무도 모른다"는 발언을 했다.
 
노조와 함께 투표용지를 폐기한 의혹을 받고 있는 사측의 모 팀장 역시 답변을 주지 않았다. 다만 회사에는 "사실무근"이라는 입장을 전해왔다고 한국타이어 측은 밝혔다.
 
한편, 한국타이어 측은 노조의 투표 조작 의혹에 대해 "임단협 찬반투표는 교섭을 통해 도출한 잠정합의안에 대해서 조합원들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로 회사가 관여할 수 없다"고 말했다.

사측도 투표 조작 행위를 알고 있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투표행위는 노동조합이 주관해서 관리하고 진행하는 사항이기 때문에 회사는 알 수 없다"고 일축했다.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