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임 빼고 뇌물액 줄인 '유동규 기소'…대장동 실체 규명 안갯속

유동규 본부장 뇌물·부정처사 후 수뢰약속 혐의로 기소
대장동 의혹 핵심 '배임'은 포함 못 해…檢 "추가 수사 필요"
화천대유-성남도공 유착 규명 난관에 '윗선' 규명 의구심도↑

연합뉴스
대장동 개발 로비·특혜 의혹을 수사하는 검찰이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을 구속기한 만료 하루 전 가까스로 기소했지만, 의혹의 핵심인 배임 혐의는 공소사실에 포함시키지 못했고, 산정한 뇌물수수액도 당초 판단보다 절반 넘게 줄었다.

검찰이 적용하지 못한 배임 혐의는 유 전 본부장의 윗선과, 기존 판단에 비춰 제외된 뇌물은 나머지 핵심 피의자들과 직결되는 문제여서 첫 기소 이후에도 '갈 길이 멀다'는 평가가 나온다. 수사팀은 추가 수사로 해당 혐의를 입증하겠다고 설명했지만, 그 역량에 물음표가 붙고 있다.

"사업 2년 전 뇌물로 약속된 특혜…700억 약정도 사실"

서울중앙지검 대장동 개발 의혹 전담수사팀(팀장 김태훈 4차장검사)은 21일 오후 9시23분 유 전 본부장을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뇌물), 부정처사 후 수뢰(약속) 혐의를 적용해 구속 상태로 재판에 넘겼다. 지난달 말 수사에 본격 착수 후 약 3주 만에 이뤄진 첫 기소다.

미국에 체류 중이던 대장동 개발 의혹 사건의 핵심 인물로 꼽히는 남욱 변호사가 지난 18일 인천국제공항 통해 귀국, 검찰 수사관에게 체포돼 공항을 나가는 모습. 이한형 기자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이 성남시설관리공단(성남도시개발공사의 전신) 기획본부장으로 근무하던 2013년 대장동 개발 사업을 민관합동 방식으로 원활하게 해주겠다며 정영학 회계사, 남욱 변호사 그리고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정재창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3억5200만원을 수수했다고 판단했다.

대장동 사업에 대한 로비 작업과 특혜 약속이 사업자 선정시기인 2015년보다 훨씬 이전부터 이뤄졌다고 본 것이다. 정 회계사와 남 변호사, 정씨는 2009년 대장동 사업 초기부터 민간 개발을 추진하며 시행사 자문단으로 활동한 '대장동 원년멤버'다. 다만 공소시효가 10년인 뇌물수수와 달리 뇌물공여는 7년이라 돈을 준 이들은 기소를 피하게 됐다.

검찰은 뇌물을 받은 유 전 본부장이 2014~2015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으로 활동하면서 대장동 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주주협약을 체결할 때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유리하게 편의를 제공했다고 봤다. 그 대가로 700억원을 받기로 지난 1년 사이 약속이 이뤄졌다는 게 수사팀의 판단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세금과 공동 경비 등을 제외하면 유 전 본부장 몫으로 약속된 돈은 428억원이었다고 한다.

유 전 본부장은 '정영학 녹취록'에 담긴 700억원 약정설을 "술자리 농담"이라고 부인했지만 검찰은 실체가 있다고 본 것이다. 수사팀은 사업 내부자들 사이에서 주식 거래, 배당 등 700억원 지급방안이 논의된 것으로 파악했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방식이 채택됐는지는 특정하지 못했다.

구속영장 적시됐던 배임 혐의 빠져…'윗선 규명' 안갯속

검찰은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이번 의혹의 핵심으로 거론되는 배임 혐의는 적용하지 못했다. 수사팀은 지난 2일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에는 민간 사업자에 과도한 이익을 몰아줘 성남시에 손해를 끼쳤다는 해당 혐의를 포함시켰다. 대장동 사업협약시 민간 초과이익 환수조항을 빼 성남시에 '1163억 플러스 알파'의 손해를 끼쳤다는 게 기존 판단이었다.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도 구속영장에 배임 공범으로 적시됐었다.

그러나 검찰이 정작 유 전 본부장을 기소하면서 사업자 선정 과정에 편의제공이 있었다고 보면서도 배임 혐의는 제외한 걸 두고 그의 윗선에 대한 책임 규명은 더욱 불투명해졌다는 분석이 나왔다. 다만 검찰은 "공범 관계와 구체적인 행위분담을 명확하게 한 후 처리하겠다"는 입장이다. 배임 혐의로 유 전 본부장을 섣불리 기소했다가 이후 수사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 있는 측면을 고려한 셈이지만, 구속 후 약 20일 동안 이어져 온 혐의 입증 작업이 부실하게 이뤄졌다고 읽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경기 성남시 대장동 개발사업 특혜 의혹의 핵심 인물이자 화천대유의 대주주 김만배 씨가 지난 14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는 모습. 이한형 기자
이와 별도로 김만배씨에게 5억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도 마찬가지로 검찰의 기존 판단과 달리 이번 기소 대상에선 제외됐다. 수사팀은 유 전 본부장 구속영장 청구 때는 김씨에게서 '수표 4억원과 현금 1억원'을 받았다고 했다가, 영장실질심사 과정에서는 김씨가 현금 5억원을 건넸다고 구성을 바꿔 논란이 됐다. 당초 특정됐던 수표 4억원이 남욱 변호사 사무실 운영비로 쓰인 것으로 파악되면서 수사에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검찰은 해당 혐의에 대해 추가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핵심 피의자 기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앞으로 사업 특혜의 대가로 약속된 '700억원'이 어떤 방식으로 지급되기로 했고, 이 가운데 얼마가 실제 전달됐는지를 추가 규명해야 한다. 이는 검찰이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는 민간 사업자들의 혐의 구성과도 직결되는 문제다. 배임 혐의와 관련해선 민간 특혜 구조 확정 과정에 어느 선까지, 어떻게 개입했는지도 따져봐야 한다.

이 밖에 화천대유로부터 50억원을 받았거나 받기로 약속됐다는 '50억 약속 클럽'의 실체도 여전히 안갯속이다. 이번에 공소사실로 제시된 혐의 범위가 워낙에 좁다보니 수사팀이 정 회계사의 녹취록 외에는 배임, 뇌물 정황을 뒷받침할 명확한 물증을 여전히 확보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의심의 시각도 쉽게 걷히지 않고 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성남시청 5차 압수수색을 진행하며 처음으로 시장실과 비서실을 그 대상에 포함시켰다. 검찰은 조기 강제수사 필요성이 제기된 성남시청에 대해 수사팀 구성 2주를 넘긴 지난 15일에서야 처음 압수수색했다. 대장동 사업 결재라인의 정점으로 지목된 시청 내 시장실과 비서실은 지난 20일까지 4차례 진행된 압수수색까지 빠졌다가 전날에서야 대상에 포함되며 '뒷북 수사' 비판도 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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