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역 없는 수사 그리고 엄정한 사법처리를 내세웠지만 윗선 규명은 커녕 초기 수사력을 집중한 화천대유 측과 성남도시개발공사 사이의 유착 의혹조차 밝히는데 어려움을 겪으며 검찰 수사의 능력과 의지에 대한 의구심도 나날이 커지는 모습이다.
△2013년 대장동 개발 사업을 민관합동 방식으로 원활하게 해주겠다며 남욱 변호사, 정영학 회계사 그리고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정재창씨로부터 수차례에 걸쳐 3억5200만원을 수수했고 △2014~2015년 대장동 사업자를 선정하고 사업·주주협약을 체결할 때 화천대유자산관리(화천대유)에 유리하게 편의를 제공하는 대가로 7000억원(세금 공제 후 428억원)을 받기로 약정했다는 내용이다.
수사 착수 약 3주 만에 이뤄지는 유 전 본부장의 기소는 대장동 의혹에 대한 검찰 수사의 중간 결과 격으로 해석되는 만큼 그 내용에 관심이 집중됐다. 대장동 의혹 관련자에 대한 첫 기소일 뿐더러 제기된 방대한 의혹에 대한 실체 규명이 어느 단계까지 이뤄졌는지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정작 유 전 본부장의 공소장에는 추가 혐의는커녕 의혹의 핵심인 배임 혐의는 포함되지도 못했고 수사 초기 산정한 뇌물수수액도 절반 가량 줄면서 수사 결과가 의아하다는 반응이 즉각 나왔다.
배임 혐의는 공범관계와 이들의 행위분담을 명확하게 한 후에, 뇌물수수 혐의는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는 게 검찰의 설명이지만 구속영장 청구 때 적용한 혐의를 정작 기소 단계에서 제외하는 것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것이 법조계의 시각이다.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는 해명 자체가 유 전 본부장의 구속 후 3주 가까운 시간 동안 혐의 입증을 못 했다는 점을 검찰 스스로 인정한 것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특히 검찰 수사가 초기 성남시청을 배제한 채 화천대유와 성남도시개발공사에만 초점이 맞춰졌던 지점도 비판 대목으로 언급된다. 대장동 사업의 명확한 구조 파악을 위해서는 대장동 사업 보고라인의 정점인 성남시청에 대한 압수수색도 신속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많았지만 검찰은 기초 사실관계 파악이 우선이라며 민과 관의 사업 추진 실무주체인 성남도시개발공사와 화천대유 관계자 조사에만 수사력을 집중해왔다.
한 검사 출신 변호사는 "이 사건 의혹의 중심은 성남시와 성남도시개발공사에 대한 로비가 있었는지 여부고 이중 정점은 성남시로 성남시청을 압수수색하는 것이 수사의 1순위였다"며 "수사의 ABC 중 A인 시청실 압수수색에 뒤늦게 나섰고 주요 피의자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는 것을 보면 검찰이 사업 구조를 완벽히 파악했는지도 의심스럽다"고 꼬집었다.
그나마 속도감 있게 진행됐던 사업 추진 실무 주체 수사마저도 김씨에 대한 구속영장 기각, 긴급체포한 남욱 변호사의 석방에 이어 배임 등 핵심 혐의가 다수 빠진 이번 유 전 본부장의 기소와 함께 물음표가 붙게 됐다. 윗선으로 가는 문턱에 해당하는 유 전 본부장의 혐의 구성에도 어려움을 겪으며 의혹의 실체 규명은 난항이 예상된다.
이러한 비판 속에 검찰은 유 전 본부장 기소 다음날(21일) 곧바로 남 변호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닷새 연속 소환하는 한편 성남시청 정보통신과도 추가 압수수색하며 제기된 의혹을 뒷받침할 증거와 진술 확보를 이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