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생수병 독극물' 용의자 현장 다시 찾았다…증거물 은폐 의혹

사무실에서 직원 2명 쓰러진 '생수병 사건'…생수엔 독극물 없어
용의자 강모씨, 사건 발생 후 현장 다시 찾아 회사 외투 챙겨들고 나와
강씨 자택 및 숨진 피해자 혈액에선 동일한 독극물 발견돼 '증거 은폐' 정황

연합뉴스
서울 서초구 한 풍력발전 업체 사무실에서 직원 2명이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시고 쓰러진 사건과 관련, 살인 혐의를 받는 숨진 피의자가 퇴근 후 범행 현장에 다녀갔다는 증언이 나왔다.

25일 CBS노컷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동료 직원들의 음료에 독극물을 넣은 혐의를 받는 30대 남성 강모씨는 사건이 발생한 지난 18일 퇴근 후 2시간쯤 지나 다시 회사로 돌아온 것으로 파악됐다.

회사에 비치된 생수를 마신 남녀 직원은 쓰러졌고 회사 직원들은 119에 신고해 각각 18일 오후 1시 47분, 오후 2시 29분쯤 병원에 실려갔다.

시간이 흘러 강씨는 오후 5시40분쯤 퇴근한 것으로 파악된다. 이후 2시간쯤 지나 회사에 다시 돌아온 것이다.

강씨는 회사에 다시 와서 평소 사무실에 두고 다니던 자켓을 들고 간 것으로 전해졌다.

이러한 강씨의 수상한 행동을 두고 여러가지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독극물이 든 생수병을 '바꿔치기' 한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경찰에 따르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현장에 있었던 생수병에서는 독극물이 발견되지 않았다는 1차 소견을 낸 바 있다. 하지만 피해자의 혈액에서는 독극물이 발견됐다.

결국 강씨가 독극물이 든 생수병에 대해 증거 은폐를 했고, 그 과정에서 퇴근 후 돌아와 들고 간 자켓에 숨기는 등의 행동을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업체 직원들은 당시 경찰 신고를 오후 9시 56분에 했다. 강씨가 퇴근 후 다시 회사로 돌아와 외투를 바꿔 입고 나간 뒤 경찰 신고가 뒤늦게 이뤄진 셈이다. 이 사이 강씨가 증거를 은폐할 시간이 충분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다만 경찰은 "아직까지 관련해서 파악은 되지 않았다"며 "수사를 계속해서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연합뉴스
한편 경찰은 사무실 바깥 복도와 건물 승강기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수사 중이다. 피의자가 치밀하게 범행을 준비했다는 시각이 나오는 만큼 디지털 포렌식과 CCTV 분석 등을 이어가며 사안을 면밀히 규명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18일 오후, 사무실에서 330mL짜리 생수병에 든 물을 마신 40대 남성 팀장 A씨와 30대 여성 대리 B씨는 "물맛이 이상하다"는 말을 한 뒤 쓰러졌다. B씨는 곧 의식을 회복해 퇴원했지만, A씨는 위독한 상태로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다 23일 끝내 숨졌다. 경찰은 정확한 사인 규명을 위해 A씨 부검 절차를 밟고 있다.

경찰은 사건 발생 이튿날 무단결근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되는 30대 남성 강모씨를 용의자로 입건했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자가 사망함에 따라 강씨가 고의로 살해했을 여지가 충분히 있다고 판단, 강력한 의지로 수사한다는 차원에서 '상해치사'가 아닌 '살인' 혐의를 적용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강씨의 휴대폰 등을 디지털 포렌식해 강씨가 지난 9월 말, 연구용 시약 전문 쇼핑몰 사이트를 통해 독성물질을 구매한 사실을 확인했다. 해당 사이트는 소속기관 등록을 해야 구매가 가능한데, 강씨는 자신의 회사와 계약 관계에 있는 업체 사업자 등록증으로 소속기관을 등록하고 독극물을 산 것으로 파악됐다.

강씨 범행 동기와 관련해 경찰은 "(강씨가) 평소 말수가 적고 내성적이라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않았다", "업무 역량에 대한 지적을 받고 지방 발령에 불만을 품었다"는 등 직원 진술을 확보해 수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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