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 크다" vs "국가장 반대" 노태우 전 대통령 영결식 모인 시민들

시민들이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엄수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 종료 후, 운구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의 영결식이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엄수됐다. 현장에서는 국가장을 반대하는 목소리와 추모하는 목소리가 뒤섞여 나왔다.

이날 오전 서울대병원 장례식장에서 출발해 서울 연희동 자택에서 노제를 거친 운구 행렬은 오전 10시50분쯤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 광장에 도착했다.
 
조용하고 엄숙했던 빈소 분위기와 달리 영결식이 치러진 올림픽 공원 앞은 국가장 결정에 반대하는 청년단체가 기자회견을 열고 많은 시민들이 모이는 등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청년온라인공동행동은 이날 지하철 8호선 몽촌토성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문재인 정부의 국가장 결정은 광주민중항쟁에 대한 명백한 배신행위"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노 전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기본적인 원칙을 무시하고 무력으로 정권을 찬탈했다. 광주민주항쟁 당시 벌어진 학살에도 큰 책임이 있다"며 "정부의 국가장 결정은 역사적 용서와 화해가 아닌 정권의 비겁함이다"고 주장했다.
 
영결식이 열리는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 밖에는 경찰 추산 시민 1천여 명이 몰려 인산인해를 이뤘다.
 
시민들이 30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엄수된 고 노태우 전 대통령 국가장 영결식 종료 후, 운구행렬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방송 차량과 천막 등으로 가려져 영결식장 내부를 볼 수는 없었지만, 시민들은 울타리를 둘러싸고 삼삼오오 모여 현장을 지켜봤다. 일부 시민들은 현장에서 유튜브 등을 통해 영결식 중계 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했다.
 
현장에선 "과오가 있지만 대통령으로서 공도 크기에 고인을 기리기 위해 왔다"는 시민들의 목소리도 있었다.
 
송파구에 거주하는 70대 이금규씨는 "일국의 대통령이 돌아가셨다. 편안히 가십사 영면을 고하려고 왔다"며 "첫 민선 대통령으로서 북방정책이나 국민 화합을 위해 일 하신 분에 대해 국가장을 치르는 것은 마땅하다"고 말했다.
 
영결식 참석을 위해 인천에서 왔다는 우모(60)씨는 "88올림픽 유치, 외국과 수교를 한 것들은 분명한 공적이라고 본다"며 "(5.18민주화운동 당시 많은) 민간인이 희생된데에 대해서는 분명한 과오라고 봐야 한다. 그래도 전직 대통령을 추모하기 위해 여기까지 나오게 됐다"고 말했다.
 
고 노태우 전 대통령의 부인 김옥숙 여사, 아들 노재헌 변호사, 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 등 유가족들이 30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공원 평화의광장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영결식에 참석, 헌화 후 이동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반면 가락동에 거주하는 심모(71)씨는 "5.18 민주화 운동 당시 광주 시민들에겐 마음에 사무친 아픔이 생겼고 그 상처는 여전하다"며 "그 때의 과오가 너무 크기 때문에 국가장을 진행하는 것에 반대한다. 우리는 이 현장을 직접 지켜 보고 반대하려 나왔다"고 전했다.
 
영결식 이후 운구 행렬은 화장장인 서울추모공원으로 이동했다. 유족은 오후 3시 20분쯤 추모공원에서 유골 임시 안치 장소인 파주 검단사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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