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컷 영화톡]덕력으로 그려 본 '이터널스' 이후 마블

'마블만랩' 기자와 함께 본 '이터널스'(감독 클로이 자오) <하>

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 스포일러 주의
 
필자가 마블 하수라면, 마블 덕후 P기자는 반로환동한 고수다. '이터널스'로 비유하면 필자가 창백한 푸른 점 속 나노 수준의 먼지 같은 인간이라면, P기자는 셀레스티얼이다. 고수의 눈으로 본 마블 새 역사의 시작점 '이터널스'가 궁금해 그에게 시사회에 갈 것을 제안했다.
 
'이터널스' 시사회 당일 오전, 부장에게 전화가 왔다. "P가 덕후였어?" 미안하다, 본의 아니게 덕밍아웃했다. 부장이 또 물었다. "근데 휴가를 내고 일하러 가?" 필자도, P기자도 온전히 마블을 영접하고 싶다는 마음 하나로 휴가를 낸 거다. 경건한 마음으로 영화를 접한 후 P기자가 들려주는 해설을 들은 필자는 결심했다. 은혜 갚는 까치가 되겠다고. [편집자 주] 


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마블 덕후 가 본 '이터널스'의 약점

 
'이터널스'는 마블 페이즈1부터 페이즈3까지 10년 역사를 마무리한 '어벤져스: 엔드게임' 이후 새롭게 마블의 시대를 여는 영화다. 마블 페이즈4의 사실상 시작점에 놓인 '이터널스'를 두고 과연 마블이 어떤 세상을 보여줄지 관심이 쏠렸다.
 
무엇보다 블록버스터 내지 히어로 무비 경험이 없는 클로이 자오 감독을 선택한 것은 마블이 분명 이전 시대와는 다른 방향으로 갈 것임을 암시한 것이었다. 동시에 이는 장점이 될 수도,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었다. P기자는 '이터널스'의 장점과 약점을 어떻게 파악했을까.
 
"새로운 이야기는 언제나 즐겁다. 다만 호불호가 갈릴 지점이 기존 영화보다 많았다는 게 눈에 띈다. 또 기존 영화에 비해 액션 장면이 적었다. 어벤져스 뺨 때리고도 남을 능력자들이지만, 서사에 너무 집중했기 때문인지 그들이 뭘 할 수 있는지를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다."
 
이터널스는 7000년에 걸쳐 살아온 태초의 히어로들이다. 테나(안젤리나 졸리), 이카리스(리차드 매든), 길가메시(마동석)의 이름에서도 볼 수 있듯 신화적 존재다. 즉, 신에 필적하는 존재라는 의미다.
 
"새로운 캐릭터를 소개할 때는 이게 중요하다. 우리가 '엑스맨' 첫 영화에 왜 열광했을까. 포스토스가 그렇게 잘 싸울 수 있는 캐릭터라는 걸 마지막에서야 알았다. 타노스도 돌로 만들 세르시(젬마 찬)의 슈퍼 파워는 갑자기 어디에서 왔을까."

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클로이 자오 감독은 전작 '노매드랜드'에서도 보여줬듯이 이번 작품에서도 자연의 광활함과 경이로운 모습을 장대하게 잘 담아냈다. 그러나 흔히 '마블 영화'하면 떠오르는 화려함과 스펙터클과는 다른 거대함이었다.
 
"능력치 대비 액션도 그리 화려하지 않았다. 감독 성향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빌런이 애매하면 이런 문제가 생긴다. 데비안츠는 그리 인상적이지 않았다. 타노스와 킬몽거('블랙 팬서' 빌런) 정도 빼고 MCU(마블시네마틱유니버스) 빌런들은 그저 그랬다."
 
P기자는 '노매드랜드'를 보지 못했다. 그렇기에 오히려 클로이 자오 감독의 연출에 대해 객관적으로 이야기할 수 있었다.
 
"감독에 대해 아는 게 별로 없어서 잘은 모르겠지만, 기존 마블 영화에서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았던 요소들이 많았고, 이를 보여줄 수 있는 적임자를 찾은 게 아닌가 싶다. 자연 풍경, 바빌론과 굽타 등 고대 문명 등은 아름다웠다. 서사는 탄탄했지만 기존 MCU 영화에 비해 전개는 다소 느긋했다(개인적으로는 괜찮았다)."

외화 '이터널스' 예고편 스틸.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만렙 덕후의 눈에만 보인 포인트

 
참고로 P기자는 마블과 DC 덕후이자, NBA 전문가이기도 하다. 그런 P기자의 눈에만 보인 장면이나 웃음 포인트가 있었는지 물었다. 역시나 대답은 거침없이 나왔다.
 
"파스토스(브라이언 타이리 헨리)의 가족 중 꼬마가 미국프로농구(NBA) 시카고 불스의 유니폼을 입고 있었다. 누구 유니폼인지 등 번호를 보려고 모든 신경을 집중했지만 잘 안 보였다. 스포츠 유니폼을 착용하고 풋볼 공을 주고받으며 노는 모습은 평화로운 미국 가정의 상징이다. 파스토스가 인간 세상에 완전히 녹아들었음을 보여준다. 그리고 비브라늄 테이블 드립은 MCU 팬을 위한 작은 선물."

외화 '이터널스' 스틸컷. 월트디즈니컴퍼니 코리아 제공
 

P기자가 가늠해 본 MCU의 미래

 
10년의 세월을 마블(겸 DC) 덕후로 내공을 쌓아 온 P기자에게 그렇다면 앞으로, 아마도 10년이 될 마블의 새로운 시대의 모습을 어떻게 내다보는지 이야기해달라고 했다.
 
"쿠키 영상 2개는 지금까지 쌓아놓은 이야기들과는 무관한, 새로운 이야기들의 예고와 같았는데 보는 순간 '응? 뭐지?' 할 수도 있다. 우리가 뭘 들고 와도, 어떤 이야기를 준비해도 너희를 즐겁게 하리라는 디즈니 마블의 자신감이 느껴진다."
 
그는 마치 무림 맹주로 자리 잡은 듯한 마블의 자신감을 짚은 후 말을 이어나갔다.
 
"다만 이번 페이즈부터 신규 MCU 팬의 진입 장벽은 다소 높아질 것이다. 아직 새 페이즈 초반이라 속단은 이르지만 '이터널스'는 당분간 연계보다는 독립적인 위치에서 이야기를 확장해나갈 것으로 보인다. 확실한 건, '블립'(타노스의 핑거 스냅 이후 5년 동안 사라졌다가 다시 돌아온 현상)으로 세상이 엉망진창이 됐다는 걸 확인했고 '그분'의 깜짝 지구 방문 역시 봤기 때문에 -그걸 지구인들도 봤다는 거- 이제 MCU는 무한의 영역으로 뻗어 나갈 수 있다."
 

덕후의 한 줄 평

 
"좋은 뜻이든, 아니든 역대 MCU 영화 중 가장 특별하다."
 
<끝>
 
<마블 덕후 P기자는 다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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