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 올만큼 운 좋았네" 한국계 정치인에 인종차별

한국계 태미 김 부시장에게 이종차별적 발언을 하고 있는 유진 카플란. 해당 방송 캡처

미국 LA 인근 도시 청사에서 벌어진 인종차별로 일주일째 캘리포니아가 들끓고 있다.
 
인종차별을 당한 사람은 한국계 태미 김(50) 어바인시 부시장. 김 부시장은 이 지역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 솔선수범하는 친근한 이미지의 정치인으로 지역 동포들 사이에서도 얼굴이 잘 알려진 인물이다.
 
그런 김 부시장이 인종차별성 테러를 당한 것은 지난달 26일(현지시간). 이 지역 오랜 숙원사업인 현충원 부지의 최종 선정을 앞두고 마지막 공청회를 주재하고 있었다.
 
어바인 시는 현충원 부지로 어바인과 애너하임 두 곳을 놓고 저울질 해 오다가 이날 부지를 애너하임으로 결정내릴 참이었다.
 
이날 김 부시장이 사회를 보고 있던 공청회 자리에서 어바인 부지를 희망하는 퇴역군인 유진 카플란이라는 사람이 마이크를 잡더니 김 부시장을 향해 빈정거리는 어투로 발언을 하기 시작했다.
 
"당신은 한국에서 왔죠? 당신의 나라를 구하려다가 숨진 3만 6574명의 미국인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그들 덕에 당신이 미국에 올 수 있었고, 당신 나라가 북한과 중국에 장악되지 않았죠."
 
그가 말한 3만 6574명은 한국전쟁에 참전해 숨진 미군을 말하는 것으로 보인다.

김 부시장은 그의 말을 끊으며 즉각 반응했다.
 
"이 곳은 나의 나라입니다."
 


참석자들이 박수갈채로 김 부시장의 반격을 옹호했다.
 
당황한 카플란은 다시 똑 같은 질문을 반복하려고 했다.
 
그러자 김 부시장도 지지 않겠다는 듯이 더 크고 단호하게 소리쳤다.
 
"이곳은 내 나라고, 나는 미국인입니다."
 
그러자 카플란은 "그래요 당신은 미국인입니다. 왜냐면 당신은 여기 와서 살 올 수 있을 만큼 충분히 운이 좋았기 때문이죠"라고 도발했다.
 
발언 직후 장내는 인종차별적 언사를 멈추라는 방청객들의 외침이 천정을 찔렀다고 한다.
 
급기야 현장에 있던 다른 당 소속인 마이크 캐롤 시의원이 마이크를 잡았다.
 
그는 "내 동료이자 정적인 태미 김에게 어바인 시를 대신해 사과한다"고 말한 뒤 발언자인 카플란을 향해서도 "당신의 발언은 비열하고, 역겹고, 부당한 인종차별이었습니다. 들으세요. 당신은 어바인 시민이 아닙니다"고 일갈했다.
 
이날 카플란의 발언이 알려진 이후 이 지역 언론과 소셜미디어에서는 그의 발언이 인종차별, 이민자혐오 범죄라는 비판이 쇄도했다.
 
태미 김 어바인 부시장. 해당 방송 캡처
일주일 만인 1일(현지시간) 지역 언론사인 KTLA5는 김 부시장을 인터뷰한 방송을 간판 뉴스프로그램에 내보냈다.
 
김 부시장은 인터뷰에서 "아시안 혐오범죄는 지금 이 순간도 이어지고 있다. 그들의 머리에는 우리 아시안계 미국인들이 유럽출신 이민자들보다 열등하다는 생각이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김 부시장은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도 "한 살 때 한국에서 이민 온 사람으로, 그리고 여기에서 선거를 통해 선출된 공무원으로서, 그날 발언자가 '우리'와 '너희'로 자신과 나를 구분하며 마치 내가 진짜 미국인이 아닌 것 처럼 말하려는 것에 매우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내가 마치 자신에게 종속돼 있는 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았다"며 "그러나 우리지역의 누구도 그 사람에 생각에 동의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 발언자는 아직까지 김 부시장에게 사과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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