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처 고발 사주 의혹 수사팀(주임 여운국 차장검사)는 지난 2일과 3일 손준성 검사와 김웅 의원을 잇따라 불러 범여권 인사를 겨냥한 고발장의 작성과 전달 경위를 캐물었다. 특히 손 검사에 대해서는 제보자 조성은씨가 김 의원으로부터 받은 텔레그램 메시지에 왜 '손준성 보냄'이 있었는지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더불어 손 검사와 같이 일했던 현직 검사 2명이 판결문을 검색한 사실과 이에 대한 진술한 것에 대한 입장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을 상대로는 조씨와의 녹취록에 대한 상황과 고발 경위 등을 집중 조사했다.
이를 종합해보면, 공수처가 피의자를 압박할 만한 단서로 제시한 것은 △김 의원과 조씨 사이에서 텔레그램 메시지로 오간 고발장과 여기에 남아 있는 '손준성 보냄'이라는 꼬리표, △김 의원과 조씨의 통화 녹취록, △고발장에 첨부됐던 판결문과 동종의 판결문을 당시 수사정보정책관실 검사가 검색한 내역 등이다. 하지만 이 단서들은 언론에도 다 드러났던 바, 핵심 피의자들을 소환하기에 앞서 공수처가 '스모킹건'을 제시해 이들을 압박할 수 있을 것이냐가 관심사였다. 지금까지는 이 단서들 외에는 결정적인 증거가 조사 도중에 제시되지는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김 의원은 3일 밤 조사를 마치고 나오며 '고발장이 대검에서 작성한 게 아니냐는 의혹 제기가 나온다'는 취재진의 질문에 "일단 저는 '손준성 보냄' 그거 하나 (증거) 같다"면서 "그걸 가지고 대검에서 만든 게 아니냐고 해서 그거 하나만 가지고 누가 작성했다고 보기 어려운 것 같다, 저도 사실 그부분이 기억이 안 나 단언할 수 없다 그 정도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수사팀에서) 확보한 자료를 충분히 보여줬고, 저는 그 자료를 보면서 '기억은 맞다, 아니다' 정도의 이야기를 했다. 결정적인 건 없었다"며 이외는 언론 기사를 보여주며 의혹을 물어본 게 대부분이라고 주장했다.
2일 조사를 받은 손 검사도 김 의원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적이 없고 부하 직원들에게 작성하라고 한 적이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수처가 손 검사와 함께 일한 현직 검사 2명을 불러 조사했는데, 이 과정에서 손 검사가 관여했다는 진술을 확보할 경우 수사는 급물살을 탈 가능성도 있었다. 하지만 공수처는 손 검사의 조사에서 검사 2명의 진술이 직권남용 혐의에 해당할 정도의 진술이었는지는 제시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에 따라 손 검사의 영장 청구서에 '성명불상'이 남발된 게 핵심 피의자 소환 조사를 위한 카드 아니었냐는 일각의 해석은 힘을 잃게 됐다. 수사에 착수한 지 두 달 가까이 된 시점에 핵심 피의자 2명을 처음 조사하면서 혐의를 뒷받침할 증거를 제시하지 못한 것 자체가 수사 성과가 없었다는 걸 방증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손 검사의 직권남용 혐의 입증마저 어려운 상황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으로까지 수사가 뻗어나갈 수 있겠냐는 의구심마저 나오는 상황이다.
공수처는 손 검사를 조사하면서 윤 전 총장과 업무 처리를 하는 통상적 방식 등에 대해 물으면서도 윤 전 총장의 고발 사주 가능성에 대해선 조사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 의원도 윤 전 총장의 이름이 자신과 조씨의 대화 녹취록에서 언급되긴 했지만 윤 전 총장이 고발을 지시했다거나 그와 고발 방안을 협의했다는 내용은 전혀 없다며 고발 사주의 실체가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공수처는 일단 손 검사 측과 재소환 일정을 조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손 검사의 재소환 전까지 고발장 작성자를 특정하는 등 수사에 진전을 이뤄내야 한다고 보고 보강 수사에 총력을 쏟고 있다. 핵심 인물인 두 사람이 완강히 의혹을 부인하는 상황에서 다른 단서 없이 추가 조사로는 성과를 내기 어려워서다.
일각에선 야당 대선 후보 경선 이후에도 뚜렷한 증거 없이 윤 전 총장을 향한 수사를 이어갈 수 있는게 가능하겠냐는 관측도 나온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사실상 공수처가 윤 전 총장을 향한 수사에 집중하면서 정치적 중립성을 잃었다는 말이 많은데, 핵심 단서 없이 수사를 이어가게 될 경우 정치권의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