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은 즐겼고, LG는 쫓겼다' 가을 DNA가 달랐고, 갈랐다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5회초 2사 만루 두산 정수빈이 3타점 적시3루타를 쳐낸 뒤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동면을 앞두고 살을 찌운 곰들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기력을 소모해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졌다. 그러나 정신력만큼은 지난 6년 동안 최고의 무대에 올랐던 그대로였다. 몸은 만신창이가 됐지만 즐기니 이겼다.

프로야구 두산이 잠실 라이벌을 넘어섰다. 정규 리그 4위로 3위인 LG에 업셋을 이뤄냈다.

두산은 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 리그' LG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10 대 3 낙승을 거뒀다. 2승 1패로 시리즈를 가져갔다.

2년 연속 플레이오프(PO) 진출을 이뤘다. 두산은 지난해 정규 시즌 3위로 4위 LG를 제치고 PO에 나선 바 있다. 여세를 몰아 두산은 지난해 2위 kt를 제치고 지난 2015년부터 6년 연속 한국시리즈(KS)에 올랐다.

두산은 오는 9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정규 리그 2위 삼성과 PO 1차전을 치른다. 당초 5전 3승제였던 PO는 올 시즌 도쿄올림픽과 코로나19 여파에 따른 리그 중단으로 3전 2승제 시리즈로 치러진다.

당초 두산은 PO 열세가 예상됐다. 5위 키움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2차전까지 치르면서 체력적인 소모가 적잖았기 때문이다. 이영하, 홍건희, 이현승 등 불펜진의 피로도 컸다.

여기에 두산은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 워커 로켓 등 외인 원투 펀치가 부상으로 빠졌다. 최원준, 곽빈, 김민규 등 젊은 국내 투수들로 선발진을 꾸려야 할 어려움이 있었다. 반면 LG는 앤드류 수아레즈, 케이시 켈리 원투 펀치가 건재했다. 팀 평균자책점(ERA) 1위(3.57)의 마운드에서 우위에 있었다.

하지만 두산은 힘든 상황을 즐겼다. 3차전을 앞두고 두산 김태형 감독은 "외인 투수들도 빠져 있고 상황에 따라 짜내기를 하려고 하니까 힘들긴 하지만 마음으로는 있는 대로 잘 하고 있으니까 큰 부담은 없다"면서 "선수들이 잘 하고 있으니까 즐기면서 하겠다고 하니까 부담감을 덜어놓고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포수 박세혁도 "우리는 한 선수가 빠졌다고 티가 나는 팀이 아니다"면서 "지난해와 올해 누가 빠지든 메우는 건 충분히 할 수 있고, 빠져서 떨어지고 못 했다는 건 선수들 입장에서 부담과 스트레스"라고 말했다. 이어 "아무래도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해서 힘든 건 느낀다"면서도 "하지만 팬들도 오시고 집중력이 달라지는데 단기전은 한 경기를 이기면 희열과 성취감이 있다"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혼신의 투구' 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 3차전 두산 베어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두산 투수 이영하가 역투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날 경기도 그랬다. 선취점 싸움이 중요한 상황에서 두산은 1회부터 정수빈이 안타 뒤 상대 선발 임찬규의 폭투 때 2루를 밟았고, 호세 페르난데스의 2루타 때 유유히 득점했다. 1 대 1로 맞선 3회 역시 박계범의 2루타 뒤 페르난데스가 임찬규를 우월 2점 홈런으로 두들겼다. 4회는 정수빈이 수아레즈로부터 4 대 1로 달아나는 적시타를 뽑아냈다.

5회 두산은 빅이닝을 만들며 사실상 승부를 졀정지었다. 박건우의 볼넷, 김재환의 2루타로 1점을 보탠 두산은 이어진 만루에서 상대 실책으로 1점을 더 얻었다. 정수빈이 싹쓸이 3타점 3루타로 쐐기를 박았다. 페르난데스의 빗맞은 타구가 적시타가 되는 행운까지 5회만 대거 6점을 뽑아 10 대 1로 달아났다.

이날 경기 초반 몸을 날린 호수비도 잇따라 펼친 정수빈은 기자단 투표에서 72표 중 56표로 준PO 최우수 선수가 됐다. 팀 동료 이영하(9표), 페르난데스(7표)를 제쳤다. 정수빈은 준PO 3경기에서 타율 4할6푼2리(13타수 6안타) 5타점 3득점을 기록했다.

이영하는 이날 4이닝 동안 무려 66개의 공을 던지며 4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경기 MVP에 올랐다. 페르난데스가 이날 3회 결승타로 오늘의 깡을 수상했다.

반면 정규 시즌 우승 경쟁을 하다 3위까지 밀린 LG는 부담감 속에 다시 두산과 준PO에서 패했다. 외국인 타자 보어에 유격수 오지환까지 빠지면서 가뜩이나 약한 타선의 무게감을 떨어뜨렸다.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속에 LG는 5회 3루수 김민성의 포구 실책 등 선수들의 플레이가 위축됐다.

LG는 2만3800명 만원 관중이 들어찬 잠실 홈 경기에서 아쉽게 시즌을 마감해야 했다. 즐긴 두산과 쫓긴 LG, 준PO를 가른 가장 큰 요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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