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약성 진통제 수천 장 '쇼핑'하듯…투약자·의사 등 검거

검거된 투약자들은 가짜로 고통을 호소해 마약성 진통제를 처방받는 등의 수법을 쓴 것으로 드러났다. 한 투약자가 목발을 짚고 마약성 진통제를 구입하러 온 모습. 대전경찰청 제공
마약성 물질이 들어있는 진통제가 치료 목적이 아닌, 신종 마약처럼 변질돼 유통되고 있다.

한 사람이 진통제 패치 수천 장을 처방받는가 하면, 웃돈을 주고 거래된 사례도 포착됐다.

대전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는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20대 A씨를 구속하고 2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8년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펜타닐' 성분이 든 마약성 진통제를 가짜로 고통을 호소하는 등의 수법으로 처방받은 뒤 직접 투약하거나 다른 사람에게 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진단서와 수술 병력, 마약성 진통제 처방 이력 등을 확인하지 않고 처방전을 내준 혐의로 의사 9명도 함께 입건됐다.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은 강력한 진통제로 알려진 모르핀보다도 100배에 가까운 진통작용을 하는 것으로 꼽힌다.

말기 암이나 만성통증환자가, 극심한 고통이 동반될 때 가장 마지막 단계에 쓰도록 하는 진통제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이 진통제가 한편에선 환각의 도구로 쓰이는 실정이다.

처방과 유통은 마치 '쇼핑'하듯 이뤄졌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한 사람이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무려 2천장을 처방받는가 하면, 처방을 받을 수 있는 병원 목록이 은밀히 공유되고 다른 지역에서 원정 처방을 받으러 오기도 했다.

한 장에 1만5천원 하는 패치가 100만 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환자가 어떤 종류의 마약성 의약품을 처방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는 시스템은 이미 구축돼 있지만, 이들이 찾은 병원에서는 확인 과정을 거치지 않거나 잦은 방문에도 사실상 묵인이 되는 등의 허점이 있었다는 것이 경찰의 설명이다.

또 정식 발매된 의약품이다 보니 본인이 '마약'을 하고 있다는 심각성을 느끼는 대신 '일부 부작용이 있는 약' 정도로 여기는 인식 역시 문제로 꼽힌다.

대전경찰청 김재춘 마약범죄수사대장은 "식약처 등과의 협업을 통해 마약성 진통제 남용에 대한 지속적인 단속을 전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피의자 가운데 6명은 현재 입원 또는 통원치료를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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