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이번 논란에 가장 크게 상처를 받았다고 할 수 있는 5.18 관련 단체와의 면담 일정이 빠져있었는데, 5.18유족회와 5.18기념재단과 같은 주요 단체들은 윤 후보 측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은 바 없다며 이번 광주 방문 자체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윤 후보는 이날 광주 5.18 민주묘지를 찾았지만 현장을 메운 시민들의 저지에 묘역에 들어서지 못한 채 입구 근처에서 사과문을 읽었다. 윤 후보는 "제 발언으로 상처 받으신 모든 분들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제가 대통령이 되면 슬프고 쓰라린 역사를 넘어 꿈과 희망이 넘치는 역동적인 광주와 호남을 만들겠다.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지난달 19일 부산에서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정치는 잘했다고 말하는 분이 많다"고 말한 점과, 논란 이후 사흘만에 송구하다는 뜻을 밝힌 당일 윤 후보 공식 SNS에 반려견에게 사과를 주는 사진이 게시되는 등 일련의 소동에 대해 사과한 것이다.
5.18 민주묘지에는 비가 추적추적 내렸는데, 운집한 시민들은 '학살자 미화하는 당신이 전두환이다'는 현수막과 '진정성 없는 가짜 사과는 필요 없다'는 내용의 팻말을 들고 추모탑으로 향하는 윤 후보를 막아섰다. 윤 후보가 사과문이 적힌 종이를 읽는 와중에도 일부 시민들은 "윤석열은 사퇴하라"고 외치기도 했다. 윤 후보는 20여분 만에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윤 후보의 호남 공약에 기반해 인근 산업시설을 둘러보는 일정도 고려됐지만, 괜한 정책 행보로 오해를 살 수 있다는 의견에 취소됐다. 캠프 관계자는 "후보의 실언으로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정성을 전달하려면 5.18 자체의 의미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신을 기리는 데 집중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전두환 옹호 발언 논란에 대한 사과에 집중하기 위한 행보였다는 캠프 측 설명과는 달리 5.18 유족회나 5.18 기념재단은 후보측으로부터 어떠한 연락도 받지 않은 것으로 전해져, 후보의 진심을 전하는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5.18유족회 김영훈 회장은 "정식적으로 면담 요구가 들어온 것은 없었다"며 "국민의힘이 호남에 많이 신경을 쓴 점은 인정하지만, 이번 사안은 별개인데, 진정성 없이 그냥 사진만 찍으려고 이용하는 것 아니냐"고 비판했다. 5.18 기념재단 조진태 상임이사도 "개별적으로 누군가에게 접촉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후보 측에서 연락받은 건 없다"며 "상황을 보니 어이없다"고 했다.
또 5.18 기념재단과 5월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는 이날 입장문을 내고 "자신이 선택한 일정과 장소만으로 이뤄진 사과 행보는 지극히 일방적이었다"며 "사과를 받든지 말든지 나는 나의 일정대로 갈 뿐이라는 오만함마저 느껴진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윤 후보의 사과 시도는 거센 저항에 참배에 이르지는 못했고, 진정한 의미의 대화는 계속 시도해야 할 숙제로 남았다. 대선 승리를 위해 호남의 외면을 피해야하고 중도층을 끌어들어야 하는 윤 후보의 입장에서는 반드시 풀어야 하지만, 풀기는 쉽지 않은 어려운 문제다.
윤 후보는 대선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호남을 찾아 고개를 숙일 수 있다는 입장이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이번 한 번의 방문으로 무언가를 이뤄내고 바꿔내겠다는 것은 희망일 뿐"이라며 "이제 출발이고 계속 끊임없이 호남을 찾아 진심을 전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