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찮은 KT와 4승의 벽…'미라클 두산' 최대 변수는 미란다

정규시즌 1위 결정전의 히어로 KT의 윌리엄 쿠에바스. 연합뉴스


스포츠에서 토너먼트와 같은 단판 승부의 가장 큰 특징은 약체의 이변 연출이 언제든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다전제 시리즈, 특히 보장된 경기가 많을수록 객관적 전력에서 앞서는 팀이 승리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올해 KBO 포스트시즌은 11월에 시작된 관계로 일찌감치 일정을 조정했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모두 2선승제 시리즈로 펼쳐졌다. 종전 3선승제 방식에 비해 약체가 '업셋(upset)'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은 환경이었다.

그래도 쉽지 않았다. 하지만 '미라클 두산'은 굉장했다. 와일드카드 결정전을 뚫고 올라온 두산은 준플레이오프에서 LG 트윈스를 2승1패로 눌렀고 플레이오프에서는 정규리그 2위 삼성 라이온즈를 2경기만에 집으로 돌려보냈다.

삼성의 탈락으로 10월 마지막 날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를 수놓은 윌리엄 쿠에바스의 호투는 더욱 빛을 발했다.

KT 위즈의 1대0 승리로 끝난 1위 결정전의 여파는 단축된 포스트시즌 일정과 맞물려 상당한 파급 효과를 낳았다. 삼성에게는 오랫동안 한으로 남을만한 경기로 기억될 것이다.

우여곡절 끝에 한국시리즈 직행 티켓을 따낸 KT는 창단 첫 우승을 위해 '미라클 두산'을 꺾어야 한다.

프로야구 역사상 처음으로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한, 사상 최초로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시작해 한국시리즈 무대에 오른 두산은 통산 7번째 우승에 도전할 자격을 얻었다.

하지만 이번 상대는 다르다. 오랜 기간 휴식을 취하며 전력을 정비한 KT다. 환경도 다르다. 두산이 정상에 서기 위해서는 정규리그 챔피언을 상대로 4번의 승리를 따내야 한다.

지칠대로 지친 두산에게는 결코 쉽지 않은 과제다. 두산은 외국인투수 2명이 전력에서 이탈한 상태로 포스트시즌을 치렀다. 김태형 감독의 필승조 활용은 절묘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체력 소모가 상당했다.

반면, KT는 1위 결정전을 승리로 이끈 마법사 쿠에바스를 필두로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 고영표, 소형준 등 리그 최고 수준의 선발진을 갖춘 팀이다.

그렇지만 방심은 금물이다. LG와 삼성 모두 선발진 싸움에서 두산을 압도한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선발진의 우위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했다. 마운드 운영 능력은 두산이 한수위였고 두산의 뜨거운 방망이는 탁월한 득점 생산력을 자랑했다.

특히 호세 페르난데스의 활약이 굉장했다. 그는 올해 포스트시즌 7경기에서 타율 0.469(32타수 15안타), 1홈런, 12타점, 4득점을 올렸다. 스스로 "지금은 내 자신이 무서울 정도"라고 말할 정도로 물 오른 타격감을 자랑 중이다.

다만 시리즈가 길어질수록 분명 유리해지는 것은 KT다. 제한된 자원으로 펼친 두산의 극단적인 마운드 운영은 2선승제 시리즈의 틀 안에서 가능했다.

9일 동안 최대 7경기를 치르는 한국시리즈에서 이 같은 운영이 이전과 같은 효과를 보기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대안을 찾기도 쉽지 않다.

변수는 정규리그 탈삼진왕 아리엘 미란다의 복귀 여부다.

두산 베어스의 아리엘 미란다. 연합뉴스

정규리그 막판 어깨 부상으로 포스트시즌 경기에 나서지 못했던 미란다는 최근 두 차례 캐치볼을 실시했다. 통증은 거의 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실전 투구를 하기까지 단계가 많이 남아있지만 두산에게는 긍정적인 신호다.

김태형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승리로 마친 뒤 "상태를 봐야 알겠지만 미란다가 긍정적으로 얘기해줘서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미란다는 올해 정규리그에서 14승5패 평균자책점 2.33을 올린 두산의 에이스다. 173⅔이닝 동안 225개의 삼진을 잡아내 최동원을 넘어 역대 단일시즌 최다 기록을 썼다.

미란다가 한국시리즈에서 조금이라도 힘을 보탠다면 김태형 감독의 마운드 운영은 한결 수월해진다. 오는 14일부터 고척 스카이돔에서 막을 올리는 한국시리즈의 최대 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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