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EN:]애니로 되살아난 '태일이'…장동윤 "깊은 울림 있다"

애니메이션 '태일이'(감독 홍준표) 기자간담회
부당한 노동 환경 바꾸기 위해 뜨겁게 싸운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 그린 작품
오는 12월 1일 개봉

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
1970년 11월 13일, 평화시장 앞에서 자신의 몸에 석유를 뿌리고 불을 붙인 22살 전태일은 고통받는 '노동자'가 있음을 외치기 위해 스스로 희망의 불꽃이 됐다. 그리고 51년 만에 청년 전태일의 삶이 '태일이'를 통해 스크린에 되살아났다.
 
오는 12월 1일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태일이'(감독 홍준표)는 1970년 평화시장, 부당한 노동 환경을 바꾸기 위해 뜨겁게 싸웠던 청년 전태일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노동 환경 개선을 위해, 함께 사는 세상을 위해 행동했던 전태일 열사의 삶을 그려낸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다.
 
11일 오후 서울 용산구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진행된 '태일이' 기자간담회에는 홍준표 감독과 전태일 역 더빙을 맡은 장동윤, 제작사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가 참석해 영화에 관해 이야기했다.
 
'태일이'를 통해 첫 장편애니메이션 연출에 도전한 홍준표 감독은 전태일 열사에 관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고 했을 때 고민이 상당히 많았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전태일이라는 상징적 인물에 대해 다뤄야 하는데, 그 시대를 살아보지 않은 세대로서 처음엔 상당히 많은 부담감이 있었다"며 "시나리오를 받고 전태일에 대해 더 많이 들여다보고 더 많이 알아보니 단지 우리가 열사의 이미지만 너무 갖고 있던 거 아닌가 싶었다. 새로운 시각으로 젊은 청년, 20대 초반 우리와 비슷한 동료의 태일이로서 이야기에 좀 더 초점 맞춰서 연출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도 영화를 만든 감독이기에 앞서 노동자"라며 "많은 부분이 개선되고 다양한 방안이 마련됐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현장에서 노동자가 느끼는 어려움은 맥락상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어쩌면 꾸준히 계속 전태일 열사를 이야기해 나가면서 시대에 맞게끔 개선해나가야 하지 않나 싶다"고 말했다.
 
영화 '태일이' 스틸컷. 명필름 제공
'태일이'를 위해 배우 장동윤, 염혜란, 진선규, 권해효, 박철민, 태인호 등이 목소리 연기에 나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특히 전태일 열사 역을 맡은 장동윤은 이번 작품을 위해 전태일 열사의 평전을 읽어보는 등 많은 공부를 했다.
 
그는 "실존 인물을 연기하는 것에 욕심이 있었다. 물론 실사 영화가 아니라 애니메이션 더빙으로 진행되는 영화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흔쾌히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며 "평소 제가 전태일 열사에 관해 잘 알지 못했는데 이번 기회에 알게 됐다. 태일이를 연기할 수 있다는 것을 영광스럽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태일이'는 지난 2011년 220만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 흥행작 '마당을 나온 암탉'을 제작한 명필름이 전태일 재단, 홍준표 감독의 스튜디오루머와 협력해 만든 두 번째 애니메이션이다.
 
명필름의 심재명 대표는 애니메이션 '태일이'를 제작하게 된 계기에 관해 "최우철 작가의 만화 <태일이>를 보고 전태일 열사의 이야기를 애니메이션으로 만들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마당을 나온 암탉'이 많은 관객을 동원하고 또 많은 격려를 해주셔서 용기를 얻게 됐다. 영화 산업에서 장편 애니메이션을 계속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제작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태일이'는 기획 단계를 제외하고 프로덕션과 미술, 배경 파트만 꼬박 1년이 걸렸다. 또한 애니메이션 파트만 1년 반 이상의 기간 동안 작업했다. 이에 실사에서 구현할 수 없는 애니메이션 특유의 자유로운 표현력을 활용해 창의적이고 아름다운 영상미가 영화 곳곳에 담겼다.
 
영화 '태일이' 포스터. 명필름 제공
'태일이'는 애니메이션의 완성도는 물론이고 우리가 몰랐던 전태일 열사의 삶을 보다 섬세하게 들여다보며, 지금 시대에 필요한 전태일 열사의 목소리를 보다 친숙하게 전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홍 감독은 "애니메이션이라는 건 장점이 많다. 남녀노소 여러 세대에 걸쳐 시각적으로 어렵지 않게 접근할 수 있는 장르기도 하다. 그리고 무거운 이야기도 너무 무겁지 않은 화법으로 이야기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라며 "그런 지점에서 전태일 열사에 대해 많이 아시는 분도, 잘 모르시는 분도 전태일 열사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접하고 공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동윤 역시 "영화가 전태일 열사의 업적 등을 부각하는 게 아니라 살아온 인생을 쭉 그려냈다"며 "저처럼 전태일 열사를 잘 몰랐던 사람, 그분을 알고 있던 세대 등 남녀노소 할 거 없이 이 영화를 재밌게 보고 따뜻함도 느끼고 깊은 울림도 느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고 전했다.
 
마지막으로 심재명 대표는 "그분이 만약 이 영화를 봤다면 어떤 말씀을 하실지 궁금해진다. 노동운동의 상징이자, 우리가 지금 이렇게 살 수 있도록 노동자의 삶을 많은 사람에게 환기했던 분이다. 그러면서도 아주 따뜻하고 착한, 우리 곁의 친구 같은 청년이었다"며 "이 영화 통해 그분의 삶을 다시 생각하게 되는 것 같다. 많은 분이 그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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