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특검 수용한다지만…여야는 '동상이몽' 기싸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 박종민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대장동 의혹' 특검 수사를 수용할 수 있다고 밝히면서 특검 논의가 진전된 듯 비치지만 여야의 '동상이몽' 속 대치는 여전할 전망이다. 여당에서는 특검법 협상을 하자면서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수사대상이 돼야한다고 역공세를 폈고, 야당은 이에 '물귀신 작전'이라며 맞대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재명, 특검 수용 이유는?

민주당 윤호중 원내대표는 11일 정책조정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대장동 의혹 특검 도입과 관련해 "야당이 먼저 만나자고 한다면 협상을 피할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윤 원내대표는 "야당도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 윤석열 후보가 개입돼 있는 부분을 그렇게 자신할 수 있는지는 모르겠다"며 "저희는 자신 있어서 얘기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날 이재명 후보가 관훈클럽 초청 토론회에서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고 미진한 점이 있거나 의문이 남는다면 특검 형식이든 어떤 형태로든 더 철저한 진상규명과 엄정한 책임 추궁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적극적인 태도 변화를 보인 데 근거해 국회 논의까지 가능하다며 한발 더 나간 것이다.

앞서 이 후보가 이처럼 입장 선회를 보인 데는 '특검이 절대 불리하지 않다'는 전략적 판단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가 검찰 수사에서 아직까지도 관련성이 나오지 않는 만큼 특검 문제와 관련해 수세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화천대유로부터 아들 퇴직금 50억을 받아 논란을 산 곽상도 의원 등 국민의힘 관련자들의 수사 필요성을 언급하며 '정면돌파'하기로 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는 아예 경쟁자인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대장동 의혹과의 연관성을 지적하며 특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역공 나서기도 했다.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 박종민 기자
이 후보는 "윤석열 후보께서 이 사건 주임검사일 때 대장동의 초기자금 조달과 관련된 부정비리 문제를 알고도 덮었다는 문제제기가 있다"며 "부족하다면 이 부분 역시 특검의 대상으로 삼아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후보 뿐 아니라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까지 영향을 받게끔 특검 수사범위가 설정돼야 한다는 조건을 단 셈이다.


與 "협상 안 피해, 尹 자신 있나" VS 野 "성난 민심 회피 위한 꼼수"

특검을 수용하겠다는 이 후보의 발언에 이어 이날 여야 협상 가능성을 열어 놓은 민주당 지도부의 태도에 야당은 공세를 이어나갔다.

국민의힘 김기현 원내대표는 원내현안보고 회의에서 "무서운 민심에 결국 백기투항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라며 이 후보를 직격했다. 이어 "우리는 처음부터 지위고하, 신분을 막론하고 반드시 특검을 통해 '대장동 게이트'의 실체를 밝히자 요구해 왔다"며 민주당과의 신경전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 윤창원 기자
다만, 이 후보가 대장동 의혹과 윤석열 후보와의 연관성을 주장한 데 대해서는 발끈했다. 김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대장동 사건에 대해서 윤 후보의 개입을 운운했는데, 상식있는 국민들은 아마 민주당이 어떻게 해서든 국민의 성난 민심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물귀신 작전'을 쓰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협상 시작도 전에 특검 수사 대상을 두고 설전을 벌이면서 특검협상은 지난할 것으로 예상된다. 양당 원내대표들은 이날 협상 시작을 위해 연락을 취하는 과정에서도 신경전을 벌였다.

국민의힘 김 원내대표는 '특검 협상 제안을 받지 못했다'는 민주당에 대해 "결국 시늉만 하면서 시간만 벌고 여론 무마용으로 헐리우드 액션을 하고 있다는 의심을 지울수가 없다"고 했다. 이에 대해 윤 원내대표는 "연락이 우리한테 왔는지 안 왔는지도 확인 안하고 '답이 없다'부터 얘기한다"며 "대화하자는 자세인지 모르겠다"고 응수했다.  

국민의힘 추경호 원내수석부대표는 민주당 한병도 수석에게 특검 논의 제안을 위해 만남을 요청했지만, 구체적인 일정을 잡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한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추 수석으로부터 만나자는 연락을 받았다"면서도 "특검에 대한 공식제의는 아직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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