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發 '빈곤과의 전쟁' '50조 지원' 尹공약…본선에서도 볼 수 있을까

윤창원 기자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를 지원할 선거대책위원회의 인선을 두고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윤 후보 간 긴장수위가 여전하다. 김 전 위원장이 총괄선대위원장을 맡는 것이 기정사실화된 분위기지만, 김 전 위원장은 기존 캠프의 핵심 역할을 했던 인사들을 정리하는 게 자신의 선대위 참여에 앞선 기본 전제라는 입장이다. 결국 윤석열 후보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김 전 위원장은 12일 CBS라디오'김현정의뉴스쇼'에서 '총괄 선대위원장 제의에 답했느냐'는 질문에 "나는 예스라고 하고 안 하고가 아니라, 윤 후보 스스로가 확신을 하고 결심을 해야 한다. 그러니 나하고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여기서 '윤 후보의 확신과 결심'은 김 전 위원장이 정책 방향을 잡고 선대위를 꾸려 가야 본선을 이길 수 있다고 최종 결론을 내는 것, 그리고 이 과정에서 김 전 위원장 표현대로 그가 "허수아비"가 되지 않도록 충분한 공간을 내주는 것을 의미한다.

김 전 위원장은 윤 후보가 지금까지는 국민의 '정권교체 욕구'나 '반(反)이재명 정서'에 근거한 지지세만 갖고 있다고 보고, 본선을 위해서는 코로나 이후 대한민국에 대한 비전을 확실히 제시해야 한다고 판단하고 있다. 즉 "일반 국민의 새로운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선거 대책(김종인)"이 필요하단 의미다. 지난 경선 기간 윤 전 총장이 대선공약에서 "첫 번째 할 일"이라며 코로나19로 인한 '빈곤과의 전쟁'을 선포한 것이나 후보 선출 직후 들고나온 "50조 들여 자영업자 영업제한 피해 보상" 모두 김 전 위원장으로부터 나온 것이다. 연장선상에서 김 전 위원장은 향후 윤 후보를 위한 본선 슬로건으로 '약자와의 동행'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같은 '김종인 발(發)' 공약은 윤 후보의 기존 발언에서나 경선 캠프에서 강조했던 밀턴프리드먼식 '자유경제'와는 다소 결이 다른 내용이다. 최근들어 윤 후보가 '코로나 이후 국가의 역할'을 차차 구체화하는 상황은, 향후 김 전 위원장이 기존 캠프 인사들과 부딪힐 가능성이 높은 지점인 동시에 윤 후보 본인이 김 전 위원장에게 실제 조언을 받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경선 기간 동안 윤 후보는 일주일에도 몇 번씩 김 전 위원장에게 전화를 걸었고 급하게는 "사무실에 계시느냐, 10분 안에 가겠다"고 말하곤 김 전 위원장을 직접 찾기도 했다고 한다.

박종민 기자
정리해보면, 윤 후보는 김 전 위원장의 조력을 원하고 있고 김 전 위원장도 '조건이 갖춰진다면' 윤 후보를 도울 채비를 마친 상태다. 김 전 위원장은 장제원 의원과 윤한홍 의원 등 캠프 초기부터 큰 역할을 맡았던 상징적 인사들의 거취를 정리할 것을 에둘러 지속적으로 강조하고 있다. 다만 윤 후보는 이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향후 선대위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맡아야 한다는 입장이 강하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장 의원의 경우 캠프에서 굉장히 열심히 일했고, 윤 후보도 그걸 충분히 인정해 주고자 한다"고 말했다.

결국 윤 후보가 김 전 위원장의 구상에 얼마만큼 힘을 실어줄지 윤 후보의 결단만 남은 셈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대립하는 양측을 표현할 때 '신경전'이라고 하니까, 윤 후보와 김 전 위원장 간 실제 관계를 고려했을 때 신경전이라기 보다는 '밀당'이라고 하는 게 가까울 것 같다"면서도 "윤 후보가 기존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을 섭섭하게 하지 않는 수준에서 김 전 위원장을 모셔오기 위한 여건을 만들 것이라 본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 전 위원장은 "문고리 3인방 같은 사람(김종인)"이 선대위에서 직함을 갖고 전면에서 일하지만 않는다면, 자신이 얘기한 '일할 여건'이 갖춰졌다고 판단하고 있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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