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급증한 동유럽…선거 앞둔 정치인 '허둥지둥'

대중에 인기없는 백신접종 의무화·봉쇄조치 '머뭇'
백신접종 완료율 20~30%대…뒤늦게 백신패스 도입

지난 7일(현지시간) 루마니아 거리에서 일어난 백신 반대 시위. 연합뉴스
동유럽이 코로나19 확산의 새로운 중심이 되고 있다. 선거를 앞둔 정부가 대중적 인기가 없는 봉쇄 조치를 시행하지 않은 탓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14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루마니아와 불가리아 등 발칸 반도의 국가들은 11월 첫 일주일 동안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사망률을 보였다.
 
앞서 WHO(세계보건기구)가 유럽이 코로나19 확산의 중심이 될 것이라고 경고한 가운데, 서유럽 국가는 확진자가 증가한 반면 동유럽은 사망자가 크게 늘었다.
 
루마니아 수도인 부쿠레슈티의 주요 병원은 최근 사망자 증가로 시체 안치소가 부족하고, 불가리아의 의사들은 코로나19 환자 급증으로 다른 수술을 중단했다. 세르비아 수도 베오그라드의 공동묘지는 시신을 묻기 위해 평소보다 하루 더 운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접종 캠페인의 헛발질과 자금부족, 잘못 운영된 보건 시스템이 최근 사망자 증가의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또 정치 지도자들의 갈피 못 잡는 모습도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동유럽의 많은 정부는 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이 백신 접종을 하도록 만들거나 봉쇄 조치 시행을 머뭇거렸다. 대중에게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불가리아와 루마니아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23%와 35%이다. 보스이나 헤르체고비나는 21%에 불과하다.
 
상황이 악화하자 정치인들은 이달 들어 '백신패스'를 도입하고, 백신을 접종하지 않은 사람은 오후 10시부터 다음날 오전 5시까지 통행을 금지하는 조치를 시행했다.
 
이웃 국가인 헝가리는 백신 접종 완료율이 60%로 조금 나은 상황이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헝가리 정부는 이달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고 고용주가 직원들에게 백신 접종을 강제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내년 봄 선거를 앞둔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새로운 규제 조치가 코로나19 확산을 멈출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백신 의무화가 헝가리인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한도를 넘어설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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