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후보는 이날 오후 이준석 대표와 비공개 회동을 가졌다. 회동은 윤 후보 요청으로 성사된 것으로 알려졌는데, 윤 후보는 "당을 중심으로 선대위 조직을 구성해 가겠다고 발표했다"며 "잘 진행되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시라"라고 말하며 갈등 우려를 불식시켰다. 이준석 대표도 "하도 저희 이야기에 대해 사실관계가 다른 부분이 보도되고 하니까 서로 뭐 빠트린거 있냐 점검하려고 만났고, 항상 말한 것처럼 저는 선대위 조기 출범을 자신한다"고 강조했다.
윤 후보와 이 대표가 이처럼 논의 단계일 뿐이라고 말을 아끼고 있지만, 선대위 구성 과정에서 양 측의 기싸움은 계속됐다. 전날 한기호 사무총장이 이준석 대표에게 자신의 거취를 일임하겠다는 의사를 전달한 사건이 결정적이었다. 국민의힘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 "한 사무총장은 지난 2주 동안 윤 후보 측 인사들로부터 사무총장 사퇴 요구를 받다가 이 대표에게 '상황이 이렇다, 부담을 가지시지 말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한다. 수백 억원에 달하는 대선자금을 관리하는 사무총장 직에 이 대표가 임명한 한 사무총장 대신, 대선후보와 호흡이 맞는 인사가 와야 한다는 것이 윤 후보 쪽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이 대표 측은 이같은 주장에 공식 결론을 내진 않았지만, 윤 후보 본인이 아닌 측근들을 통해 우회적으로 압박이 들어오는 방식에 불쾌감을 느끼고 있다. 당대표실 관계자는 "대표와 후보가 만났을 때에는 관련해 어떠한 이야기도 없었는데 사무총장 교체든, 선대위 인선이든 확인되지 않은 내용이 후보 측 관계자 발로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되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다.
결국 이날 오전 윤 후보는 최고위원회의를 불참하고, 이 대표는 하루 종일 언론 접촉을 회피하며 우회적으로 불만을 표출했다. 두 사람은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 출판기념회에서 김 위원장을 사이에 둔 채 마주 앉았지만, 악수와 눈인사 외에 한 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다만 이 대표는 "후보와 이야기하는 부분에 대해서 저희 이야기가 최종적으로 발표될 때까지는 주변에서 여러 이야기를 안 했으면 좋겠다"며 "주변에서 선의로 그랬는지 모르지만 일을 엉뚱한 방향으로 몰고 가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이라고 언급했다. 윤 후보 주변 인사들의 압력에 대해서는 끝까지 불편함을 보였다.
표면적으로 갈등은 일단락 됐지만 당 내에서는 인선이 끝나 선대위가 출범할 때까지는 팽팽한 긴장관계가 유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국민의힘 소속 한 의원은 "정권교체를 위해 대표와 후보, 두 사람이 직접 만나서 소통하는 기회를 더 늘렸으면 한다"며 "괜한 사람들이 끼어들 때 항상 문제가 불거졌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관계자도 "선대위 출범을 놓고 갈등은 언제나 있어왔기 때문에 특별한 일은 아니지만, 후보나 대표의 문제라기보다 그 주변에서 하는 말들이 크게 보이는 경향이 있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