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인가…전직 교사 속여 2억 원 가로챈 도박단

법원, 8명에 징역형·집행유예 선고…재판부 "고령인 점 등 고려"


제주에서 영화 '타짜'를 방불케 하는 사기도박 행각을 벌인 일당이 줄줄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았다. 구속 재판을 받았던 주범 3명은 고령 등의 이유로 집행유예를 받고 풀려났다.
 
16일 제주지방법원 형사1단독 심병직 부장판사는 사기 혐의로 구속 기소된 A(82)씨와 B(69)씨 2명에게 징역 2년 6개월에 집행유예 4년을, C(59)씨에게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D(71)씨 등 5명에게는 징역 6개월을 선고하고 1년간 형의 집행을 유예했다. 
 
이들은 지난 2019년 9월부터 10월 사이 제주시 D씨의 사무실에서 E(77)씨를 상대로 사기도박을 벌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E씨는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가 2억 1천여만 원을 잃었다.
 
범행은 치밀했다. 이들은 각자 설계자(A씨), 기술자(B씨), 자금책(C씨) 등으로 역할을 맡아 범행을 준비했다. 이후 도박 경험이 없는 전직 교사 E씨를 일명 '섯다' 도박판으로 끌어들였다.
 
이들은 E씨에게만 '9땡'을 주고, 자신들이 '장땡'을 갖는 방식으로 도박에서 이겼다. 이 과정에서 사람마다 정해진 패가 돌아가도록 미리 순서를 짜둔 화투 패인, 일명 '탄'을 사용했다.
 
재판 과정에서 D씨를 제외한 A씨 등 나머지 7명은 모두 자백했다.

D씨는 법정에서 "장소만 제공해줬을 뿐"이라며 혐의를 부인했으나, 재판부는 "도박에 참여하거나 지켜보는 등 미필적으로 사기도박이 이뤄지고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사전에 범행을 공모해 피해자를 유인하고 거액을 편취했다. 죄질이 좋지 않다. 다만 나이가 고령인 점,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고려했다"며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한편 지난해 5월 E씨의 고소로 수사가 이뤄졌으나, 경찰은 이들을 검찰에 '불송치' 했다.
 
하지만 검찰은 피고인들의 휴대전화를 압수해 포렌식(디지털 증거 수집‧분석)을 벌이거나 계좌 추적을 하는 등 원점에서 재수사해 범행의 전모를 밝혀냈고, 공소 제기까지 하게 됐다. 
 
이 사건은 지난 8월 대검찰청이 발표한 전국 검찰청 우수 업무 사례로 꼽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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