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 고위 간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의혹을 제기한 여자 테니스 펑솨이(36·중국)의 행방이 여전히 묘연한 가운데 테니스계의 걱정이 커지고 있다.
'흑진주' 세레나 윌리엄스(미국)는 19일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나의 동료인 펑솨이의 소식에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면서 "펑솨이가 안전하게 돌아오기를 바란다"고 걱정했다. 이어 "이와 관련된 조사가 진행돼야 한다"면서 "우리는 침묵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펑솨이는 2014년 여자프로테니스(WTA) 투어 복식 세계 랭킹 1위까지 올랐던 중국 테니스 스타다. 2013년 윔블던, 2014년 프랑스오픈 등 메이저 대회 복식 정상을 차지했다.
이달 초 펑솨이는 장가오리(75) 중국 국무원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했다고 폭로하며 파문을 일으켰다. 자신의 소셜 미디어에 "장 전 부총리에게 성폭행을 당한 뒤 2007년부터 2012년까지 지속해서 관계를 했다"면서 "또 장 전 부총리가 2018년 은퇴 후에도 자신을 성폭행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이후 펑솨이의 소셜 미디어 계정은 검색 불가능 상태가 됐다. 중국 내에서 펑솨이 관련 뉴스도 볼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중국 매체 CGTN은 18일 "펑솨이가 WTA 투어에 보낸 메일을 입수했다"며 공개했다. 메일에는 펑솨이가 "성폭행 의혹은 사실이 아니며 나는 실종되지도 않았고 나는 집에서 아무 문제 없이 쉬고 있다"는 내용이 담겼다.
하지만 오히려 우려는 더 커지는 모양새다. WTA 투어 스티브 사이먼 대표는 "오히려 펑솨이의 안전과 행방에 대한 걱정이 커졌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그 메일을 실제로 펑솨이가 썼는지 믿기 어렵다"면서 "나는 여러 차례 펑솨이와 연락하기 위해 노력했지만 실패했다"는 것이다. 사이먼 대표는 "펑솨이는 어떤 강제에 의하지 않고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말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펑솨이의 안전에 대해 남자 단식 세계 1위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여자 스타 오사카 나오미(일본) 등도 걱정하는 메시지를 전했다. 윌리엄스뿐만 아니라 전 세계 테니스계 인사들도 소셜 미디어에 '펑솨이는 어디에 있나'라는 해시태그를 달아 펑솨이의 사진을 함께 올리고 있다. 중국과 힘의 대치를 벌이고 있는 미국 정부 역시 이 문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