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는 높고 빚은 느는데…여야 후보 '돈 풀기' 공약 잔치

현 정부 들어 국가 채무 증가 규모 400조원
돈 풀기 공약 경쟁…재정 악영향 우려하는 목소리 나와
이재명 '기본 대출', 윤석열 'LTV 완화'…'물가는 오르는데' 우려
"복지와 금융을 헷갈려선 안돼" 지적도

스마트이미지 제공
대선을 앞두고 여야 주자들이 경쟁적으로 '돈 풀기 공약'을 내놓고 있다. 과도한 유동성을 잡고 가계대출의 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현 정부 정책과는 정반대인데다, 재정에 더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는 경제 정책에 '기본' 시리즈를 내놨다. '기본대출'은 국민 누구나 최대 1000만원을 10~20년 약 2.8% 저리로 대출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신용등급이 낮아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서민들이 안전하게 대출을 받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19일 오전 서울 종로구 경주이씨중앙화수회관에서 열린 제29대 5차 상임회장단회의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황진환 기자
하지만 당장 도덕적 해이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대부업체의 평균 연체율은 2020년 상반기 기준 8.0%에 달한다. 저신용자가 주로 대출을 받게 된다고 가정했을 때, 갚지 못하는 사람들도 그만큼 늘어날 것이란 지적이다. 대규모 부실이 발생할 경우 대출자는 물론, 시중은행, 나아가 국가 재정에도 빨간 불이 켜질 수 있다.  

금융권 일각에서는 신용등급을 묻지 않고 모두에게 대출을 하는 것이 시장 논리에 맞느냐는 비판도 나온다.

조성목 서민금융연구원 원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대출'과 '복지'는 다르다. 대출을 복지처럼 베풀어선 안된다. 어려운 사람에게는 재정을 풀더라도 대출을 통해서 복지를 하겠다는 발상은 이해가 안된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의 전국민재난지원금 공약은 논란 끝에 결국 철회됐다. 지난달 29일 이 후보는 전국민에게 1인당 30~50만원 규모의 재난지원금을 추가 지급해야 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국민 1인당 50만원씩 지급하기 위해 어림잡아도 25조원이 넘는 예산이 필요한데, 이를 두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일었다. 이 후보는 18일 "고집하지 않겠다"면서 사실상 철회했는데, 전국민재난지원금에 부정적인 여론이 더 많은 점, 정부와 야당의 반대 등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 후보에 비해 아직 구체적인 금융정책이 없는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도 다르지 않다.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19일 오후 서울 여의도 당사 후보실에서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와 면담하며 머리를 만지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윤석열 후보는 청년, 신혼부부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을 80%까지 높이겠다는 공약을 내놨다. '빚내서 집 사자'고 독려하는 것과 다름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부가 무주택자에게 적용하는 LTV를 높였는데 이것보다 더 파격적인 안이다. 현재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와 반대되는 방향이라 혼란스럽다. 부동산 가격만 더 올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윤 후보는 "가계대출 문제와 관련한 우려는 당연하지만 지금과 같은 정부 당국의 무리한 규제는 부작용만 초래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최근 국내 물가가 뛰면서 '돈 풀기 공약'에 대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올해 들어 9월까지 6개월 연속 2%대를 보인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10월 3%대로 올라섰다. 9년 9개월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창원 기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들 후보의 구상에 대해 재정 여건을 들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기준 국가채무는 965조3000억원으로, 내년에는 1000조원을 넘게 된다. 현 정부 들어 국가채무 증가는 400조원 규모다.
 
내년 예산안 통과를 앞둔 상황에서 재정 원칙은 더욱 강조되고 있다. 홍 부총리는 이번주에도 "내년 예산안이 법정기한인 다음 달 2일까지 통과되도록 대응하되, 재정 기준과 원칙을 최대한 견지하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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