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오미크론' 백신 독점이 낳은 재앙

스마트이미지 제공
코로나19의 새로운 변이 오미크론이 다시 세계를 공포에 몰아넣고 있다. 남부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오미크론은 기존의 델타변이보다 훨씬 강력한 전파력을 갖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매일 2~3백 명 수준에 머물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코로나 확진자 수는 최근 3천2백 명선으로 10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변이 바이러스는 점차 일상을 회복하던 유럽으로 확산하면서 유럽 각국이 다시 강력한 봉쇄조치에 나서도록 만들고 있다. 네덜란드는 28일부터 3주간 오후 5시부터 카페, 미술관, 극장 등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시설의 문을 닫고, 모이는 인원도 4명 이하로, 그것도 집으로 제한하는 조치를 시행하고 있다.
 
오미크론 변이의 출현은 일상회복에 나서고 있는 한국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거리두기가 완화되면서 확진자가 급증하고 있는 상황에서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엎친 데 덮친 격이다.
 
29일 오전 방호복을 입은 해외 입국자가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변이바이러스가 델타변이에 비해 더 치명적인지 아닌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미 백신접종을 마쳤거나 코로나에 감염됐다가 완치된 사람도 다시 감염된 사례가 확인되고 있어, 면역회피 가능성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면역회피 가능성이 있다면 지금 개발된 백신은 무용지물이 된다는 의미다.
 
새로운 변이 바이러스의 출현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부유한 선진국들을 중심으로 백신 독점이 이뤄지면서 코로나 바이러스에 무방비로 노출된 지역에서 변종이 계속 생길 것이라는 경고가 끊임없이 제기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 선진국들은 이런 경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현재 주요 20개국(G20)은 전체 백신의 약 90%를 독점하고 있고, 앞으로 공급될 백신의 70%가 이 20개국에 몰려있다. 이는 접종률에서도 극명한 차이를 만들고 있다. 변이 바이러스가 창궐하고 있는 남아공의 백신 접종률은 24%수준에 머물고 있고, 아프리카 전체의 접종은 평균 10%가 되지 않는다. WHO가 올해 말까지 목표한 40%에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왼쪽부터 앨버트 불라 화이자 CEO, 스테반 방셀 모더나 CEO. 연합뉴스

백신접종이 심한 불균형을 이루고 있는 데에는 백신을 개발한 제약사들의 도덕성도 한몫하고 있다. 화이자는 전체 공급량 가운데 1%미만, 모더나는 불과 0.2%만을 저소득 국가에 지급했다.
 
화이자는 올해 백신으로만 약 43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모더나 역시 막대한 수익이 예상되지만, 저소득 국가에 대한 백신 기술이전을 완강히 거부하고 있다. 비싼 돈을 내고 살 수 있는 곳에만 팔겠다는 뜻이다.
 
일부 저소득 국가의 접종률이 낮은 것은 백신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탓도 있지만, 정부의 무능과 백신음모론 같은 가짜뉴스 확산, 백신 저장시설 미비 등 인프라 부족도 큰 원인이다. 나미비아는 아스트라제네카와 화이자 백신 등 26만 8천회분이 폐기될 상황이다.
 
따라서 빈곤국에 대한 지원은 단순히 남는 백신을 밀어내기처럼 던져주는 것만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인프라와 인력 등 다방면의 지원과 도움이 있어야 백신 접종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다.
 
전문가들은 백신 독점이 해소되지 않는다면 변이의 변이가 꼬리를 무는 악순환이 이어질 것이고, 결국 코로나 사태는 끝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코로나는 이제 바이러스가 아니라 인류가 스스로 만들어낸 괴물이 돼가고 있는 것이다.
 
남아도는 백신을 폐기하면서도 나눔에는 인색한 일부 국가들과 오로지 수익에만 매달리고 있는 제약사의 탐욕이 인류를 더 큰 재앙과 수렁으로 몰아갈 수 있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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