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사면초가 국민의힘 국정운영 능력 있나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 후보가 2일 서울 서대문구 스위스그랜드호텔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제53회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에 참석해 기도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대선이 이제 백일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힘'을 잃고 있다. 윤석열 후보와 이준석 대표 간의 갈등은 이제 해묵은 주제다. 벌써 몇 번째인지 세기도 벅찰 지경이다.
 
이준석 대표는 당무를 사흘째 거부하면서 부산에서 순천으로 여수로 지방을 떠돌고 있다. 그러면서 자신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장제원 의원의 부산 사무실을 저격 방문하는 등 정치적 행보는 계속 이어가고 있다.
 
김병준 선대위원장은 계속되는 말실수로 지지율을 깎아 먹고 있다. 민주당 영입 1호인 조동연 공동선대위원장을 '예쁜 브로치'로 비유했다. 후보를 돋보이게 만드는 장식품에 불과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이 발언은 여성에 대한 비하라는 비난까지 더해지면서 정국을 시끄럽게 만들고 있다.
 
"액세서리는 여성만 달지 않는다"는 해명은 더 큰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선대위에 영입한 사람은 여성이든 남성이든 장신구 이상의 역할은 하지 못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그대로 인정한 셈인데, 정작 김병준 위원장도 외부에서 영입된 선대위원장이다.
 
지지층 확산을 위한 인재 영입도 계속 실패하고 있다. 국민의힘은 '쌀집아저씨'로 유명한 김영희 전 MBC 부사장을 선대위로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여온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김 부사장은 민주당에 합류했다.
 
송영길(오른쪽) 더불어민주당 공동상임선대위원장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홍보소통본부장으로 영입한 김영희(가운데) 전 MBC 부사장과 악수하고 있다. 왼쪽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통령 후보. 윤창원 기자

노컷뉴스의 취재에 따르면 김 부사장이 먼저 영입에 공을 들인 국민의힘이 아닌 민주당에 합류한 것은 적절한 '포지션'을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후보 측에서는 김 부사장을 홍보미디어본부장으로 영입하려고 했지만, 이준석 대표가 홍보미디어본부장을 겸임하겠다는 의사를 강하게 밝히면서 자리가 마땅치 않게 된 것이다.
 
결국 선대위를 대폭 쇄신하면서 공격적으로 외부 인사를 영입해온 민주당에 인재를 빼앗기고 말았다.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의 선대위 합류 불발에 이어 외부 영입인사에 실패한 것도 윤 후보 측과 이 대표간의 소통부재와 알력이 작용한 결과로 봐야 할 것이다.
 
그럼에도 윤석열 후보는 이준석 대표와의 갈등이나 외부인사 영입 실패 등 잇단 악재에 대해 손을 놓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윤 후보는 이 대표의 잠적 사태에 대해 "생각도 정리하고 당무에 복귀하면…"이라고 답변하는 것이 고작이다. 이 대표의 복귀를 위해 윤 후보가 직접 나서 해결할 생각이 없다는 의사로 읽힌다.
 
김종인 국민의힘 전 비상대책위원장. 국회사진취재단

그러면서 윤 후보 주변에서는 벌써부터 '문고리 3인방'이 존재하고, 이렇게 호가호위하는 인물들로 둘러싸여 있다는 말이 떠돌고 있다. 다소 거칠지만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도 이런 모습을 '파리떼'라고 비유하기도 했다.
 
이런 악재가 겹치면서 대선 후보로 결정된 직후 상승했던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오차범위 내이기는 했지만 줄곧 이재명 후보에 앞서있던 지지율은 가장 최근의 여론조사결과 이재명 후보에게 0.9%포인트 뒤진 것으로 조사됐다. 근소한 차이지만 지지율 역전은 최근의 어수선한 당내 분위기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에 여전히 '등판'하지 않고 있는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한 각종 의혹과 징역형까지 선고받은 장모 문제까지 악재는 여전히 남아 있다. 윤 후보가 이런 악재를 극복하고 대통령에 당선된다 하더라도 현재 윤 후보가 보여주고 있는 정치력의 부재와 국민의 힘 내부의 난맥상을 보면 과연 국정운영을 할 능력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 출마하게 된 동기와 과정이다. 가장 큰 혜택을 받았지만, 상대적으로 가장 큰 견제와 핍박을 받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윤 후보의 적개심이 그를 대통령 후보로 만든 동력이라는 점이다. 만일 이런 증오심을 그대로 간직한 채 정권을 잡는다면 권력투쟁이 불 보듯 보이는 국민의힘과 더불어 어떤 정치를 펼쳐갈지 걱정부터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이제 백일 밖에 남지 않은 대선에서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새롭게 변화하지 않는다면 대선 승리는 장담하기 어려울지 모른다. 코로나와 부동산 폭등에 지친 국민들에게 새로운 대안을 마련하려면 어떤 변신이 필요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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