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코로나19, 국가개입 절실"…김병준 "국가주의와 대중영합주의 결합은 파멸"
국민의힘은 6일 김 총괄선대위원장을 필두로 김병준‧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 등이 모두 합류한 선대위를 출범시켰다. 선대위 '전권' 부여 논란에 김 총괄선대위원장의 이탈 가능성과 함께 '이준석 패싱' 논란까지 겹치면서 위기를 맞았지만, 막판 극적 합의를 끌어내며 일단 '완전체' 선대위를 만든 셈이다. 경선 과정에서 다소 우편향 행보를 보였던 윤 후보는 이날 박주선 전 국회부의장과 노재승 커피편집숍 블랙워터포트 대표 등을 공동선대위원장에 추가로 인선했다. 본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청년‧중도 성향 인사를 영입해 전면에 내세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투톱'으로 꼽히는 김 총괄선대위원장과 김 상임선대위원장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단 점이다. 지난 3일 막판 '울산 타협' 전까지만 해도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윤 후보에게 '김병준 배제'를 조건으로 선대위 참여 여부를 검토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여곡절 끝에 '김종인‧김병준'의 오월동주(吳越同舟)가 시작된 것처럼 보이지만, 당장 선대위 출범식에서부터 두 인사는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빈부격차 등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국가의 적극 개입설에 무게를 둔 반면, 김 상임선대위원장은 '자유주의'를 기반으로 다른 방식의 해법을 강조했다. 김 총괄선대위원장은 출범식에서 "지난 5년 간 문재인 정부는 국가를 자신들의 어설픈 이념을 실현할 연구실로 여겼다"고 지적했다. 앞서 이날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코로나19 사태를 거론하며 "국민을 보호할 의무를 갖는 게 국가인데, 그런 사태에서 국가가 개입을 해 그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건 당연한 건데 거기에 대해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냐"고 강조했다. 코로나19와 같은 국가적 위기 사태 속에서 국가가 방역 및 재정 등에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주장으로 읽힌다.
"단합" 강조하는 윤석열, '함익병' 부실 검증 논란…안철수와 단일화 '암초'
이같은 '투톱' 선대위원장들의 신경전을 의식한 듯 윤 후보는 '단합'을 강조했다. 윤 후보는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단합"이라며 "열 가지 중 아홉 가지 생각이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 생각만 같으면 모두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씀드린 바 있다"고 했다. 투톱 간 신경전이 벌어진 두고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선대위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벌써부터 김종인과 김병준 위원장 사이에 메시지가 확연히 차이를 보이고 있다"며 "한 그릇에 담는 데는 성공했으니 이젠 화학적 결합이 숙제"라고 말했다.
선대위 출범과 함께 주요 인선 과정에서 부실 검증 문제도 논란이 되고 있다. 윤 후보는 지난 5일 함익병 피부과 전문의 원장을 공동선대위원장으로 내정했다가 이날 철회했다. 함 원장이 과거 인터뷰에서 "독재가 왜 잘못됐나", "여자는 국방의 의무를 다 하지 않기 때문에 4분의 3만 권리를 행사해야 한다" 등 발언한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이양수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철회 사실에 대해 "앞으로 인선에 대해 더욱 더 주의를 기울여 검증을 철저히 하도록 하겠다"고 사과했다. 선대위 내부에선 함 원장을 추천한 인사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대체로 말을 아끼는 분위기다. 윤 후보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선대위 내 고위직 인사가 함 원장을 추천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다들 쉬쉬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인사 실패는 윤 후보에게 부담이 되는 사안"이라고 지적했다.
선대위 출범이 일단락되면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 문제도 조만간 도마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이재명,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 간 박빙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범(凡)야권에 속하는 안 후보가 당락의 최대 변수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앞서 대선출마를 선언한 안 후보는 일단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일축하고 있지만, 대선이 다가올수록 정권교체를 요구하는 '야권 후보 단일화'에 대한 압박 수위가 높아질 것이라는 게 지배적인 관측이다.
안 후보와 악연이 있는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이준석 상임선대위원장이 선대위 내 막대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에 윤 후보 입장에선 향후 단일화 협상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당내 한 관계자는 "지금은 안 후보가 큰 변수로 보이지 않을지 몰라도 지지율이 5%만 넘어도 보수 쪽에선 단일화를 거부할 수가 없다"며 "여야 후보들의 네거티브가 격해질수록 안 후보가 반사이익을 거둘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