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후보만 움직이나…이재명 골든크로스 역부족인 이유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중앙당사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전국시·도당위원장단 연석회의에서 회의 참석자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가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의 지지율 '골든크로스' 기대 발언에도 불구하고 좀처럼 정체 국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아직까지 완전한 '원팀'이 이뤄지지 않으면서 좀처럼 추가 동력을 내지 못하고 있는 당 내부 상황과, 정면승부를 피하고 있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의 전략이 더해지며 '내우외환'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여전한 여론조사 열세…골든크로스는 언제?

 
이 후보는 7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도 윤 후보에 오차범위 안팎으로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데일리안이 여론조사 업체인 '여론조사공정'에 의뢰해 지난 3~4일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대선후보 5자 가상대결에서 이 후보는 35.4%에 그치며 43.8%를 얻은 윤 후보에게 8.4%p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관의 지난 주 조사(윤석열 45.3%, 이재명 34.3%)보다는 격차(11.0%p)가 다소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오차범위 밖 열세다.
 
뉴스토마토가 미디어토마토에 의뢰해 지난 4~5일 실시, 이날 발표된 5자 가상대결에서는 이 후보가 38.8%로 38.9%인 윤 후보와 초박빙의 지지율을 보였다.
 
하지만 일대일 가상대결에서는 이 후보가 42.7%로 44.7%인 윤 후보에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선대위 개편·민생행보에도 당 역량 뒷받침 부족…지지층 갈등도 여전


비대하고 느리다는 지적을 받던 선거대책위원회 개편 작업을 직접 마무리하는 한편, 조국 사태 사과 등으로 문재인 정부와의 차별화에 나섰음에도 이 후보가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만들지 못하고 있는 데는 당내 역량이 아직 결집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가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매타버스(민생버스) 출발 국민보고회에서 출발을 앞두고 인사를 하고 있다. 윤창원 기자
이 후보가 청년과 미래 먹거리 중심의 현장 행보와 매 주말 2박3일 이상의 시간을 들이면서 '매타버스'(매주 타는 민생버스)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반면, 당 소속 개별 의원들의 활동은 상대적으로 잠잠하기 때문이다.
 
특히 고향인 전북에서 이 후보 지원에 나섰던 정세균 전 국무총리와 달리, 경선 최대 경쟁자였던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는 여전히 당 선거운동이 아닌 개인 일정을 소화하며 전국을 순회하고 있다.
 
이 전 대표의 측근 인사인 오영훈 의원이 이 후보 비서실장으로 선임되면서 어느 정도 지원을 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지만, 이른바 이낙연계로 불리는 의원들 중 상당수는 여전히 별다른 지원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지지층의 화학적 결합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점도 이 후보의 발목을 잡고 있다.
 
민주당은 홈페이지 당원게시판이 지지 후보가 다른 당원간 욕설이 오가는 등 갈등의 장이 되자 연말까지 게시판을 폐쇄하는 조치를 내렸다.
 
이 후보 본인도 "'변화'를 '차별화'라고 하고, 달라지려 하면 '뒤통수를 때리는 것 아니냐', '드디어 본색을 드러낸다'고 한다. 내부를 공고히 하고 소위 중원으로 나아가야 하는데 여전히 중도 진출이 쉽지 않을 만큼 내상이 있다"며 심각한 갈등 상황에 대한 우려를 토로했다.
 
이 후보는 당심을 잡는 것을 최우선 과제로 보고 상대 의원과 자신의 서명을 친필로 적은 편지를 민주당 국회의원 전원에게 보내며 지원을 당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러한 움직임이 좀더 빠르게 직접 만남 등 보다 적극적으로 이뤄졌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경선에서 이 후보가 아닌 다른 후보를 도왔던 한 민주당 인사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경선 막판 3차 슈퍼위크를 통해 드러났듯 경선 과정에서 적지 않은 상처가 있었다는 것을 이 후보도 잘 알고 계실 것"이라며 "이런 부분을 보다 빠르게 해결했어야 하는데 도지사직 수행과 선대위 구성 등으로 인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것이 지금과 같은 상황을 불렀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선후보. 박종민 기자

 재정 못 푼다는 기재부·일대일 피하는 윤석열도 부담


정부와 야당의 움직임과 같은 외부 변수도 이 후보를 어렵게 하고 있다.
 
이 후보는 전국민 재난지원금을 철회하기는 했지만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지원 등 코로나19 피해 지원에 국가재정을 적극 투입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나라 곳간 열쇠를 쥐고 있는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이 코로나19 사태로 이미 30%대 후반에서 50%대로 상당히 가파른 수준으로 상승한 만큼, 국가신용등급 하락 우려와 미래세대에 대한 채무 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이 후보는 "쥐꼬리"라며 "다른 나라는 돈이 남아서 지원을 하느냐"고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박종민 기자
그럼에도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가채무 비율이 늘어나는 속도는 굉장히 빠른 편"이라며 "위기 때는 어쩔 수 없지만 코로나19 위기가 어느 정도 통제되면 재정도 안정화 기조로 가야 한다"고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윤석열 후보와의 일대일 구도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점도 이 후보에게는 답답한 지점이다.
 
검찰 이력이 전부인 윤 후보와 달리 재선 성남시장과 경기도지사 행정경험을 토대로 코로나19 위기의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경험 있고 유능한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싶지만 윤 후보 측이 맞대결을 피하고 있기 때문이다.
 
윤 후보는 이 후보의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 특별검사 수용 요구는 물론, 일대일 토론을 비롯한 다양한 방송 출연 요청 또한 모두 거부하며 철저하게 일대일 대결을 회피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 선대위 구성 직전 극적으로 합류하게 된 김종인 총괄상임선대위원장이 부각되면서 민주당 내에서는 '이재명 대 윤석열' 구도가 아니라 '이재명 대 김종인' 구도가 된 것이 아니냐는 부담 섞인 자평이 나오고 있다.
 
이 후보 측 관계자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방송사에서는 두 후보의 동시 출연, 또는 순차 출연 등의 요청이 많이 들어오고 있는데 윤 후보 측의 거부로 인해 성사되지 못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며 "후보의 개인적 역량만으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에 골든크로스를 이루려면 어떻게든 유리한 전장에서 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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