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터뷰]'지옥' 호불호에 연상호 감독이 답하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연상호 감독 <하>
'지옥'에서 호불호 갈리는 지점에 관한 연상호 감독의 생각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연상호 감독. 넷플릭스 제공
※ 스포일러 주의

어느 날 갑자기 천사라는 존재가 나타나 나의 죽음을 알리며 '지옥행'을 예고한다면, 과연 나는 어떤 행동을 취할 수 있을까. '죽음'이 무작위로 고지되고, 그 죽음마저 끔찍한 형태라면 사람들은 어떻게 행동할까. 공포와 혼란 속에서 인간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연상호 감독의 독특한 세계관으로 무장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이 공개된 후, 누군가는 지옥 같은 세상에 대한 은유이자 '연니버스'(연상호와 유니버스의 합성어)의 확장을 보았다고 말한다. 그리고 누군가는 너무 염세적이고 잔혹해서 보기 불편하다고 말하기도 한다.
 
'지옥'은 예고 없이 등장한 지옥의 사자들에게 사람들이 지옥행 고지를 받는 초자연적 현상이 발생하고, 이 혼란을 틈타 부흥한 종교단체 새진리회와 사건의 실체를 밝히려는 이들이 얽히면서 벌어진 이야기를 담고 있다. 현실에 '지옥'을 불러들인 인간들과 그런 인간들로부터 현실을 다시 인간의 세계로 만들려는 존재들이 동시에 등장한다.
 
최근 화상으로 만난 연상호 감독으로부터 '지옥'을 둘러싼 호불호에 대해 연출자로서의 견해와 시즌2에 대한 계획을 들어봤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지옥'에 대한 시청자들의 호불호가 갈리기도 한다. 1~3회까지 보여준 세계관을 받아들이는 데 진입장벽도 있다는 반응이다.

 
연상호 감독(이하 연상호): 애초에 넷플릭스와 '지옥'을 구상할 때 이 작품이 아주 보편적인 대중을 만족시킬 거란 생각보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거나 이런 장르물을 깊게 볼 수 있는 분들이 좋아하는 작품이 될 것 같다는 생각으로 만들었다. 그런데 생각 외로 많은 분이 봐주시고, '지옥'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주셔서 오히려 신기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옥'은 새로운 세계관을 만들어낸 거라 이 세계에 빠져드는 데 일정 부분 시간이 필요한 건 사실이다.
 
▷ 공개 이후 극 중 화살촉 인터넷 방송 장면에 대한 호불호 역시 강하게 나뉘고 있다.
 
연상호: 화살촉이라는 존재는 어떻게 보면 스피커에 대한 시각적 실체와 같다고 많이 생각했다. 자기 얼굴을 메이크업으로 가리고, 사람들을 끌기 위한 목소리 같은 게 상당히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사실 불편하다는 반응 역시 그런 식의 프로파간다성 스피커의 모습이 실체화되다 보니 자연스레 나올 수 있는 반응이 아닌가 생각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지옥' 속 고지를 시연하는 지옥 사자들의 모습을 구현하는 것 역시 고민되는 지점이었을 것 같다.

 
연상호: 나는 B급 영화를 엄청 좋아한다. 피터 잭슨 감독의 '데드 얼라이브' 등의 마니아이기도 했다. 물론 '지옥'이 웰메이드를 지향하는 형태로 만들어지긴 했지만, 모든 것이 웰메이드적 요소로만 표현되기보다 서브컬처 문화적인 시각 형태로 구현되길 바라는 마음도 동시에 있었다. 나 자체가 메이저 감성을 가지고 있지 않기에 그에 대한 호불호는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라 생각한다. 개인적으로는 내가 좋아한 서브컬처 시각이 잘 표현됐다고 본다.
 
▷ '지옥'의 오프닝 타이틀 시퀀스가 인상적이라는 반응이 많다.
 
연상호: 한국에서 드라마 할 때 오프닝은 오프닝을 전문적으로 만드는 회사에 맡긴다. 그런데 넷플릭스에 오니 오프닝도 크레에이터가 직접 만들어야 한다고 해서 깜짝 놀랐다. 그 이야기를 듣고 오프닝을 전문가가 만든 것처럼 화려하게 만들 수는 없지만, 작품에 대한 새로운 비전이 담겨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만약 신이라는 존재가 존재한다면 우리 세상이 어떻게 보일지 생각했다. 우리가 보는 내용은 인간으로서 뜨거운 내용이지만 신의 관점에서는 관조하거나 관망하는 드라이한 현상일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이걸 어떻게 영상으로 표현할까 하다가 모든 게 투시되고 카메라적으로 액태비티가 전혀 없는 풍경 같은 이미지로 구현하자고 해서 지금의 오프닝이 나왔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시리즈 엔딩(6화)에서는 만화에서 볼 수 없었던 장면이 나온다.

 
연상호: 이번 시리즈의 결말은 사실 만화 작업할 때부터 이야기적으로 존재하고 있었다. 넷플릭스 시리즈화가 결정된 것은 만화가 완전히 종료되기 전이었다. 마지막 장면을 어떻게 공개할 것인가를 두고 시리즈 제작팀과 의논을 미리 했다. 마지막 장면이 구상이 안 돼서 만화에 안 넣었던 건 아니다. 작품이 완벽히 완결된 상태에서 영상화 된 게 아니고 만화 크리에이터와 시리즈 크레에이터가 같기에, 그리고 만화라는 매체와 영상이라는 매체를 동시에 전략적으로 쓸 방법이 무엇인지 이야기할 수 있는 게 좋았다.

 
▷ '부산행' '반도' '지옥'에서 희망의 상징으로 아이가 계속 등장한다. 감독에게 아이란 어떤 의미를 갖는 존재인가?
 
연상호: 사실 아이를 낳고 기르다 보니 아이들만 봐도 되게 기분이 좋은 게 있다. 아이라고 하는 존재는 아주 조그마한 사랑만 줘도 크게 만족을 하는 존재다. 다음 세대, 아이들에게서 희망을 받지 못하는 사회야말로 정말 끔찍한 사회라고 생각한다. 어떻게 보면 아이에게 희망이 안 느껴지는 사회라면 더 이상 유지될 필요가 없는 사회라고 본다. 작품을 할 때도 그런 지점에 대해 생각하고 있다. 그런 것들이 작품에 반영되고 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지옥' 스틸컷. 넷플릭스 제공
▷ 6화 결말을 두고 많은 해석이 나오고 있다. 시즌2에 대한 계획은 어떤지 궁금하다.

 
연상호: '지옥'을 구상할 때부터 최규석 작가와 이 상황을 두고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되게 많이 나눴다. 하나의 스토리를 만들기보다 여러 가지 일어날 수 있는 일에 대해 아이디어를 많이 내고, 그중 하나의 스토리가 될 수 있는 걸 뽑아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시즌2라기보다 이 이후 이어지는 이야기에 관해서 최규석 작가와 올여름 정도부터 이야기를 만들고 있었다. 최근에 최 작가와 이 이후 이야기를 만화로 작업하기로 말해둔 상태다. 내년 하반기 정도에는 여기서 이어지는 이야기를 만화로 선보일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영상화는 구체적인 이야기가 있지 않은 상태라 추후 논의를 해봐야 할 거 같다.

 
▷ '지옥' 외에 진행 중이거나 구상 중인 작업이 있는가?
 
연상호: 넷플릭스, 그리고 배우 강수연, 김현주, 류경수와 함께 '정이'라는 SF 영화를 만들고 있다. '정이'는 이전에 했던 작업과 결이 다른, 어떻게 보면 SF 단편 소설 한 편 쓴다는 느낌으로 작업하고 있다. 예산이 많이 들어가는 SF 장르라 리스크가 분명히 있다고 생각했는데, 넷플릭스에서 오히려 단편 소설 같은 SF를 만드는 것도 재밌을 것 같다는 피드백을 줘서 작업하고 있다. '지옥'이 치밀하게 써진 서사라면, '정이'는 느낌으로 그려진 시나 단편 소설 작업하는 느낌으로 색다르게 작업하고 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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