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구 선배님이 이 역할(프로이트)을 했다길래 용기를 갖고 참여하게 됐어요."(오영수)
8일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에서 열린 2인극 '라스트 세션' 기자간담회. 내년 1월 7일 재공연하는 '라스트 세션'에서 나란히 '프로이트'를 연기하는 신구(85)와 오영수(77)는 서로를 '깐부' 같은 존재로 여기는 듯했다.
2020년 초연 멤버인 신구는 "열심히 했지만 스스로 미진한 점이 많았다. 아쉬웠던 점을 보완하자는 마음으로 재공연에 참여했다"며 "국립극단에서 오해 생활한 오영수가 합류해서 작품이 더 풍성하고 다양해질 것 같다"고 했다.
오영수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오징어 게임'에서 '오일남' 역을 맡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다. '깐부 할아버지'라는 애칭으로 더 유명한 그는 "(오징어 게임으로) 갑자기 부각되면서 제 이름이 여기저기 불려지고 광고 등 작품이 파도처럼 밀려왔다. 자제심을 가져야 겠다고 생각하던 찰나, 이 작품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그동안 지향해온 연극배우의 행보를 이어갈 수 있어 뜻깊다"고 했다.
이어 "극중 프로이트의 대사가 관념적이고 논리적이라 헤쳐나가기 쉽지 않다. 하지만 신구 선배님이 이 역할을 했다길래 용기를 갖고 참여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두 배우가 함께 무대에 서는 건 처음이 아니다. 신구는 1970년대 초에 3년간, 오영수는 1987년부터 2010년까지 23년간 국립극단 단원으로 활약했다. 신구는 "가끔 객원으로 국립극단 공연에 참여할 때마다 오영수와 같이 공연했다"며 "화려하지는 않지만 조용히 연극을 뒷받침하는 배우로 기억한다. '오징어 게임' 흥행 열풍을 보면서 '자기 몫을 충실히 하면 이런 기회가 오는 구나' 새삼 느꼈다"고 했다.
근래 들어 연극 무대에서 원로 배우의 활약상이 두드러진다. 오영수는 "인생이 녹아있어야 연극다운 연극이 된다. 그런 면에서 노배우가 출연하는 연극이 많아진 현상은 긍정적으로 보인다"며 "마흔 전에 '파우스트'에서 파우스트 역을 했는데 결과가 썩 좋지 않았다. 기회가 되면 '파우스트'를 다시 해보고 싶다"고 했다. 신구는 "요즘 저는 나이 계산을 안 한다. 무슨 일이든 건강을 챙겨야 하고 기억력이 중요하다"면서 "장승업의 일대기를 그린 연극 '사로잡힌 영혼'(김아라 연출)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이 시대, 연극의 의미도 짚었다. 신구는 "연극으로 배우 생활을 시작했다. 이후 다른 매체에서도 활동했지만 '연극 DNA'를 갖고 있어서 연극을 떨쳐버리지 못한다. 건강이 허락하는 한 연극에 출연하고 싶다"며 "연극은 인생에서 나아갈 방향을 가르쳐주는 지침서다. 역사가 있는 한 무대는 사라지지 않는다"고 했다. 오영수는 "연극은 내 삶의 목적이자 의미다. 배우와 관객은 무대라는 가상현실에서 함께 호흡하면서 가치 있는 삶을 찾아나가는 것 같다"고 했다.
'라스트 세션'은 미국 극작가 마크 세인트 저메인이 책 '루이스 vs. 프로이트'(아맨드 M. 니콜라이)에서 영감을 얻어 쓴 작품이다.
영국이 독일과 전면전을 선포하며 제2차 세계대전에 돌입한 1939년 9월 3일을 배경으로 무신론자 '지그문트 프로이트'(1856~1939)와 기독교 변증가 'C.S. 루이스'(1898~1963)가 직접 만나 논쟁을 벌인다는 상상에 기반했다.
'나니아 연대기'의 작가이자 영문학 교수 'C.S. 루이스' 역은 이상윤과 전박찬이 맡는다. 초연에 이어 다시 참여하는 이상윤은 "부담감 보다는 즐거움이 크다. '같은 작품을 다시 연습하고 공연하면 어떨까'에 대한 궁금함이 있었다. 새 멤버들과 하는 것도 기대된다"고 했다. 전박찬은 "대본은 좋지만 재공연이라 갈등이 컸는데 '신구, 오영수 선생님과 함께 할 기회가 또 올까' 싶었다. 관객에게 전박찬만의 루이스를 보여주고 싶다"고 했다. 대학로티오엠에서 2022년 3월 6일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