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고려대 '입시 청탁 무산' 서울시럭비협, 감독 퇴출 위해 움직였나

고려대 정문 및 본관 전경. 연합뉴스
서울시럭비협회 회장단이 조직적으로 학교에 감독에 대한 음해성 민원을 넣고 자체 조사를 방해한 정황이 지난 10일 추가로 발견됐다.

앞서 서울시럭비협회(협회) 이사가 고려대학교 럭비부 감독에 찾아가 아들 입시 청탁을 시도했다가 실패하자 협회 차원에서 의도적으로 감독을 음해하는 허위 민원을 넣어 압박했다는 의혹이 앞서 CBS 보도로 나온 바 있다.
 
이에 대해 고려대 체육위원회 측은 "협회가 조직적으로 업무방해를 했다"며 서울시체육회에 지난 9일 감사 요청을 했다.
 
학교 측은 입시 청탁 거절 후, 협회 회장단이 감독의 가짜 비리 의혹을 담은 투서를 학교 감사실에 보냈으며, 이에 대해 학교 측이 자체조사를 하려하자 이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럭비부 입시생 아들을 둔 협회 이사 A씨는 고려대 럭비부 감독인 B씨의 집 앞에 찾아가 따로 만날 것을 요구하는 등 아들 입시를 청탁하려는 시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그로부터 약 2주 뒤인 지난 9월 7일 협회 부회장 D씨로부터 학교에 감독 B씨에 대한 의혹을 담은 민원이 접수됐다. 고려대 체육위원회 관계자 C씨는 CBS노컷뉴스와 인터뷰에서 "민원이 접수된 당일과 다음날 감독을 불러 조사한 결과 잠정적으로 해당 의혹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스마트이미지 제공
다음날 오후 C씨는 해당 학교 럭비부 졸업생들이 이용하는 커뮤니티에 게시물을 올려 "'아니면 말고' 식의 처리보다는 명확한 사실관계에 기초하여 법적으로 조치하고자 한다"며 "담당부서 행정 책임자로서 그 정황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필요하다. 회원들께서 알고 있는 내용을 공유해 주신다면 문제 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C씨는 "진상 조사를 하겠다는 글을 쓴 다음날 새벽 6시 46분쯤 D씨로부터 '전화해. 너네 은사(협회 회장)님 머리아프다'는 메시지가 왔다"며 "이후 당일 오후 D씨가 학교에 찾아와 해당 글을 지우라고 압박했다"고 말했다.
 
이날 대화에서 D씨는 C씨에게 "미리 밴드에다 이거 올리는 거 아니다. 오바한 거다"며 "안내리면 내가 명예훼손 죄로 들어가(고소할 것)"라고 말 한 것으로 파악됐다.
 
C씨는 "공개적으로 진상을 알아보겠다는 취지에 불쾌해 한다고 느꼈다"며 "부회장인 D씨는 이날 대화에서 본인이 학교에 보낸 투서에 대해 회장이 '오케이 써!'라고 지시한 점도 인정했다"고 말했다.
 
이후 고려대 체육위 측은 자체 조사 결과 투서에 적시된 감독의 의혹은 대부분 사실무근이라는 결론을 내고 지난 9월 17일 조사 결과를 감사팀에 보냈다.
 
이에 체육위 측은 "협회 회장과 부회장 차원에서 사실과 다른 내용의 투서를 작성하고 또 진상조사를 방해한 점은 청탁 거절에 대한 보복으로 읽혔다"며 지난 9일 서울시체육회에 '서울시럭비협회 관계자에 의한 업무 방해에 대한 진상조사 요청' 공문을 보내 진상 조사 요청을 했다.
 
해당 공문에 따르면 "지난 8월 26일 협회 이사 A씨와 본교 감독 B씨의 만남 이후 협회 부회장이 주도적으로 투서 행위를 반복하고 있다"며 "제기된 의혹에 대해 소명했음에도 (부회장은) 지난 4개월 여간 본교에 대한 해교(행위)를 반복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최초 투서 과정에서 서울시럭비협회장 관여 역시 여러 정황을 통해 확인됐다"며 "협회 관계자들이 지속적으로 '해교'행위의 당사자로 거론되는지 저의가 의심스러운 상황이다. 협회 관계자들의 그간 행위에 대한 사실관계 및 관여 목적 등에 대해 진상 조사를 진행해 달라"고 덧붙였다.
 
한편  B감독의 비리와 협회의 개입 의혹에 대한 진실 공방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해당 사안은 결국 경찰 수사에서 가려질 전망이다.
 
먼저 감독 B씨에게는 올해 5월경 서울 강남구 유흥주점에서 서울 모 학교의 3학년생 학부모를 만나 접대를 받으면서 대학 진학을 논의하는 '사전 스카우트'를 했고, 2019년에는 B씨 아내가 해당 고등학교의 다른 학부모에게서 7천만원을 빌려 아직도 갚지 않고 있다는 의혹이 나온 상황이다.
 
또 럭비 대회를 치를 때마다 B감독이 재학생 학부모로부터 식비 명목으로 수백만원씩을 받았고, 일부를 유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 럭비부 진도 전지 훈련에서는 학부모와 술 판을 벌이고 접대를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다.
 
B씨는 입시 청탁에 실패하자 보복성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이라고 주장하는 가운데 고려대학교 측은 해당 의혹들에 대해 조사한 결과 "사실이 아니다"는 결론을 냈다.
 
B씨가 특정 학부모를 따로 만나 돈이나 술 접대를 받은 일이 없으며, B씨 아내도 돈을 빌린 것이 아닌, 쇼핑몰 운영 제작대금을 지급하기만 했다는 결론이다. 또 럭비부 운영비 일체도 교비로 지원했으며, 전지훈련 중 간식·특식만 학부모가 지원했다고 밝혔다. 2020년에는 진도 훈련 자체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고려대학교 측은 이 같은 논란에 지난 2일 입장문을 내고 "체육위원회에서 사실관계를 조사한 결과, 사실무근인 허위라고 판단해 민원인에게 모든 사안에 대한 답변을 완료했다"며 "고려대 체육위원회는 서울시럭비협회에 협회 관계자들이 허위로 의혹을 제기한 것과 관련하여 입시 업무를 방해한 취지의 내용 증명도 발송했다"고 밝혔다.
 
지난 10월 학교 측이 협회 이사 A씨에게 이 같은 내용증명을 발송하자 이사는 입시비리 의혹 제기에 관여했다는 것은 허위 사실이자 명예훼손이라는 취지로 고려대 체육위 관계자 2명과 B감독을 지난 10월 26일 명예훼손으로 고소했다.
 
B감독 또한 "협회 측이 학교 감사실을 통해 제기한 의혹은 모두 허위"라며 조만간 "명예훼손으로 맞고소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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