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곽조직 김한길號 띄운 윤석열…'안철수‧정계개편' 두고 김종인과 신경전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와 김한길 새시대준비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오후 영등포구 여의도 새시대준비위원회 사무실 앞에서 현판 제막식을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가 김한길 전 민주당 대표가 이끄는 외곽 조직 '새시대준비위원회'를 띄우며 본격 중도 확장에 나섰다. 야권 후보 단일화와 정계개편 구상 등을 두고 김 전 대표와 김종인 총괄선대위원장 사이 의견이 엇갈리면서 초반부터 물밑 신경전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대선후보 직속‧외곽 새시대준비위 수장에 김한길…윤석열 "실용주의"

연합뉴스
국민의힘 선대위 외곽에서 윤 후보의 직속 산하 조직인 새시대준비위는 12일 오후 현판식을 열고 본격 활동에 돌입했다. 민주당 출신인 김 전 대표가 새시대준비위의 수장을 맡아 중도‧호남 소구력이 있는 인사들을 영입해 중도 확장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이다. 앞서 윤 후보가 검찰총장 직에서 사퇴하기 전부터 직‧간접적으로 윤 후보에게 조언을 한 것으로 알려진 김 전 대표가 윤 후보 캠프에 합류하기로 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여권 내부에서도 동요가 일었던 적이 있다.
 
윤 후보 측 공보팀은 새시대준비위를 '후보 직속' 기구이자 '외곽' 기구라고 소개했다. 중도는 물론 합리적 진보 세력을 대폭 아우르기 위한 조직으로 국민의힘에 입당했는지 여부와 관계없이 활동하기로 했다. 새시대준비위는 '진상(眞相) 배달본부'를 설치해 SNS 등을 통해 지지층이 아닌 국민들과 소통하고, 정권교체를 바라는 이들과 온‧오프라인 소통 등 '깐부 찾기' 작업도 진행할 예정이다. 보수정당인 '국민의힘'을 지지하고 있진 않지만 동시에 '정권교체'를 원하는 중도층을 끌어들이기 위한 전략이다.
 
실제로 윤 후보는 이날 현판식에서 "새시대준비위는 아직 국민의힘이 담기 쉽지 않은 분들로 중도와 합리적 진보 등이 다 포함돼있다"며 "우리는 보수도, 진보도 아닌 오직 국민을 위한 실사구시, 실용주의 선대위다. 국민의힘도 실용주의 정당으로 확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시대준비위가 국민의힘에 직접 참여하기 부담스러워 하는 분들을 다 담아 국민을 위한 정부가 탄생할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한길 준비위원장도 "정권교체가 시대정신이다. 정권교체를 실현해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윤 후보뿐"이라고 화답했다.
 

안철수 단일화 두고…김종인 "중도 사퇴" vs 김한길 "모든 것 고려"


국민의당 안철수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문제는 선대위를 '총괄'하는 김종인 위원장과 외곽에서 활동하는 김한길 준비위원장 사이에 미묘한 신경전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전권' 부여를 놓고 약 3주 간 줄다리기 끝에 김종인 위원장이 지난 6일 출범한 선대위에 막판 합류했지만, 김한길 위원장이 외곽에서 별도 조직을 개설한다는 설이 돌면서 물밑에선 서로를 향한 견제성 발언이 오갔다.
 
특히 지난 6일 공식 선대위 출범식에 김한길 준비위원장이 불참하면서 양측 간 갈등설이 증폭됐다. 김한길 준비위원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출범식 불참에 대해 "새시대준비위가 선대위 소속도 아니고 제가 그 자리에 가는 게 오히려 어색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위원회 출범 준비 때문에 시간적으로 바쁘기도 했는데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필요는 없다"고 해명했다. 이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당내에선 김종인‧김한길 등 두 거물급 인사들 간 힘겨루기로 보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당내 핵심 관계자는 이날 CBS노컷뉴스와 통화에서 "선대위 출범식에 김한길 위원장의 불참은 누가 봐도 의도적"이라며 "김종인 위원장이 자신의 활동을 껄끄러워하니 아무래도 그 자리에 가기엔 애매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문제를 놓고도 당장 이견이 표출됐다. 2014년 3월 안 후보가 이끌던 새정치연합과 민주당의 합당을 통해 새정치민주연합을 탄생시켰던 김한길 준비위원장은 단일화에 다소 호의적인 반면, 안 후보와 '앙숙' 관계인 김종인 위원장은 그 반대다. 김한길 준비위원장은 안 후보와의 단일화 가능성에 대해 "정권교체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고려해야 되겠지만, 안 후보가 (대선에) 나선지 얼마 되지 않는데 지금부터 단일화를 얘기하는 것은 양측에 모두 마땅치 않은 일"이라고 했다. 윤 후보와 안 후보 모두 선대위 구성 후 본격 활동을 시작한 만큼 어느 정도 시기가 무르익으면 단일화 논의를 할 수 있다는 여지는 남긴 셈이다.
 
4‧7 서울시장 재보궐선거 당시 이른바 '안철수 고사 작전'에 성공했던 김종인 위원장은 여전히 안 후보의 중도 사퇴를 주장하고 있다. 김종인 위원장은 지난 6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후보는 본인이 정권교체를 위해 뭐든지 하겠다고 얘기를 했기 때문에, 정권 교체를 위한 길을 택해 주시지 않겠나 싶다"며 "후보 단일화가 아니라 (안 후보) 본인이 스스로 윤 후보가 단일화 후보가 될 수 있도록 해주면 된다"라고 말했다. 사실상 안 후보 중심의 '후보 단일화' 가능성에 선을 긋고, 안 후보가 정권 교체를 위해 윤 후보 지지에 동참해야 한다는 압박으로 읽힌다.

 

정계개편론 두고 동상이몽, "거대 여당 맞서기 위해 필요"…개헌론엔 이견

 
윤창원 기자
윤 후보의 대선 승리 이후 정계개편 가능성이 검토된 가운데 선대위 내부에선 벌써부터 다양한 전망이 나오고 있다. 윤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약 170석에 달하는 민주당을 상대해야 하는 만큼, 야권은 원활한 국정 운영을 위해 정계개편이 필요하다고 불을 지피고 있다.
 
다만 김종인 위원장은 내각제 개헌까지 포함한 정계개편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윤 후보는 현판식에서 대선 이후 정계개편 전망에 대해 "저희가 대선에서 승리하면 지금 민주당도 많이 변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정계개편은 누가 강제적으로 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라고 여지를 뒀다. 김종인 위원장은 앞서 언론 인터뷰에서 "윤 후보가 당선되면 자연적으로 종전과 같은 정치 형태는 존재하지 못할 것이다. 약간의 정계 개편은 있을 수 있다"면서도 "개헌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상황이 그 쪽으로 몰고 가면 할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했다.
 
윤 후보와 김종인 위원장 모두 정계개편 카드를 언급하며 대선 전부터 여권 내부 흔들기에 나섰지만 최종 목표는 다소 거리가 있는 셈이다. 새시대준비위 측 관계자는 통화에서 "사실상 윤 후보가 오늘 정계개편론에 불을 지핀 것이나 다름없다"며 "향후 민주당에서 이탈하는 세력을 수용하기 위한 중간다리 역할을 할 사람은 김한길 밖에 없지 않겠냐"라고 했다. 국민의힘 측 관계자는 "윤 후보가 김한길 위원장을 데려와서 대선 이후 정계개편의 매개체로 활용하려는 것"이라며 "벌써부터 대선 승리 이후 잿밥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증거"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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